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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2차전지로 히트 치고 주가도 많이 올랐죠. 그런데 저흰 제조업과는 다릅니다. CT(통신기술)에 IT(정보기술)역량을 고도화하면 포스코보다 훨씬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김영섭 KT 대표이사(CEO)가 7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기자들을 만나 KT(030200)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드는 길은 지금까지 잘해 왔던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전략에 있다고 확인했다. 그는 “CT에 IT를 재부착해서 차별적인,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는 것 자체가 디지코”라면서 “헬스케어, 스마티시티 등도 있겠지만, 5G만 해도 20배 빠른 속도가 아니라 IT 역량을 강화해 혁신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언급했다.
그는 1시간여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모습을 여지 없이 보여줬다. “진실로 알고 있으면 안다고하고, 모르면 모른다고 하고,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는 건 아직 잘 모르겠다고 한다”고 운을 뗀 뒤, 질문을 받았다.
우선 재임 기간 내 인수합병(M&A)목표나 매출, 영업익 목표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M&A를 올해 1조 써서 하겠다, 스마트시티에서 하겠다 등의 말은 진도가 안 나가서 하기 어렵다”면서 “M&A를 많이 해서 큰 회사가 되기 보다는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 이젠 오픈세상이어서 우리가 꼭 해야 하는 것은 내재화해야 한다. 정체성과 관련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매출이나 영업익 목표에 대한 질문에도 “기본적인 생각은 단기 영업이익은 크게 중요한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주가가 계속 오르는 것은 미래 성장 가능성, 잠재성이 좌우한다. 아마존이나 쿠팡이 그렇다”고 답했다.
5만 8,000여명에 달하는 KT그룹 임직원들이 가장 관심인 인사나 구조조정에 대해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연말 인사는 누가 봐도 잘 된 인사였으면 한다. 여러 문제를 걷어내고 KT 인들이 마음을 합쳐 함께 출발하는 시발점이 돼야 한다”면서 “예전처럼 CEO가 바뀔 때 몇천 명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단언했다.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LG 출신 임원 영입이나 일감몰아주기 등 수사에 연루된 임직원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에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김 대표는 “항간에 여러 설이 난무하는데 팩트로 확인된 자료는 없지 않느냐”라면서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뭐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일은 아닌듯 하다”면서 “LG 사람을 먼저 데려오겠다는 건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하는 분야인데 KT가 해본 적이 없거나 하면 외부 영입을 할 수 있겠지만”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인사를 할 것이고, KT 인들과 더불어 혁신하고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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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좋은 정책 먼저 제안드리고 싶다”
한편 김영섭 사장은 통신비 인하 등 정부 정책에는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종호 장관님을 뵈었는데, 잘 부탁한다고 말씀드렸다. 특별히 정부에서 요청하신 건 없다”면서 “정부가 어떤 안을 들이밀기 전에 가능하면 저희가 좋은 정책을 만들어 제안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통신사 입장에선 주주도, 종업원도 있기에 정부가 막 그렇게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부연했다.
KT CEO로 선임된 뒤 LG 지인들이 보인 반응에 대해선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상태에서 기회가 돼 또 다른 일을 하게 됐기에 많이 축하해주는 분위기였다”면서 “KT와 LG의 차이는 좀 차원이 다르다. 다만, 신문기사에 나는 KT만 보다가 실제로 와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 편견이 사라졌다. 자리를 지키면서 자기 일에 묵묵히 충실하고 있는 인재들이 많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