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에서 이뤄진 주요 빅딜의 특성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위와 같을 것이다.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은 올해 나스닥과 뉴욕증시 등 주식시장에 상장됐던 안정적인 기업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개매수하는 전략을 꾀했다. 이들은 주로 증시 침체 직격탄을 맞은 기술 및 화학 기업 공개매수에 공을 들였고, 이를 통해 ‘시장 침체 속 구원투수’라는 이미지와 함께 실리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차입매수는 소액자본으로도 큰 자본이득을 취할 수 있지만,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과다한 부채를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하는 만큼 해당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 및 도산 위험이 증가한다는 단점이 있다. 여기에 고금리 여파 역시 운용사들이 해당 전략을 꾀하는데 있어 몸을 사린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미국 사모펀드운용사 실버레이크와 캐나다연금투자(CPPI)가 함께 인수한 고객경험 관리 소프트웨어 회사 ‘퀄트릭스’ 인수도 올해 이뤄진 대표적인 상장사 인수 거래로 꼽힌다. 약 2년 전 나스닥에 입성한 퀄트릭스는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분석툴 등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사들이 저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번 인수는 퀄트릭스의 대주주인 독일 기반의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및 소프트웨어 기업 SAP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퀄트릭스 지분(71%) 매각을 본격화하던 와중 이뤄진 것이다. 원매자들은 대주주 지분에 이어 잔여 지분을 주당 18.15달러에 공개매수했고, 이에 따라 퀄트릭스 보통주 거래는 나스닥에서 중단됐다.
글로벌 화학 제품 유통회사인 유니바솔루션스 역시 올해 상반기 뉴욕증시에서 거래가 중단됐다. 미국 사모펀드운용사인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가 회사를 10조8600억원에 인수하면서다. 유니바솔루션스는 전 세계 화학, 생활용품, 화장품 기업 등에 화학 원료를 납품하는 기업으로, 시가총액은 7조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글로벌 최대 운용사인 블랙스톤은 나스닥에 상장됐던 씨벤트를, 글로벌 운용사 토마브라보 역시 나스닥에 상장됐던 쿠파소프트웨어를, 어드벤트인터내셔널은 뉴욕증시에 상장됐던 우주기술 회사 막사테크놀로지를 인수했다.
자본시장에선 이러한 유형의 M&A 방식이 당분간 유효할 것으로 보는 눈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금리로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당겨 오는 조건이 좋지 못하다 보니 상장사 인수로 ‘시장 침체 속 구원투수’ 이미지를 만드는 동시 주식 시장 침체로 저평가된 자산을 매입하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라며 “차입매수 대비 운용사가 질 리스크가 크지 않아 침체기가 지속되는 한 이러한 M&A 방식은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