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기업 경영 여건이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워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산업계에 만연하고 있다. 주요 경제단체들이 최근 내놓는 내년 전망들은 ‘잿빛’ 일색이어서 불안감이 더 고조되고 있다.
대·중소, 제조·비제조, 모두 어렵다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최근 잇따라 암울한 경기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가 대표적이다. 이에 따르면 내년 1월 BSI 전망치는 84.6이다. 이는 2022년 4월(99.1)부터 기준선 100을 2년10개월 연속 하회한 것이다. 1975년 1월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긴 기간 불황에 빠져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락 폭도 두드러졌다. 내년 1월 전망치는 올해 12월(97.3) 대비 12.7포인트 급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했던 2020년 4월(-25.1포인트) 이후 4년9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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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불확실성은 제조업(84.2)과 비제조업(84.9)을 가리지 않고 있다. 제조업 BSI는 올해 4월(98.4) 이후 10개월째 기준선 100 아래에 머물고 있다. 당초 계획한 설비투자보다 그 규모를 줄이려는 업종들이 속속 늘고 있는 것은 이와 직결돼 있다. 이번 비제조업 BSI 전망치는 한달새 무려 20.2포인트 급락했다. 내수 부진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300개를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내년 소매유통시장은 올해 대비 0.4% 성장할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다. 응답 업체의 66.3%는 내년이 올해보다 부정적일 것으로 평가했는데, 그 주된 이유는 소비심리 위축(63.8%)을 꼽았다.
그나마 온라인쇼핑의 성장률 전망치는 2.6%로 사정이 나았다. 백화점업계(0.3%), 편의점업계(-0.3%), 슈퍼마켓업계(-0.7%) 등은 평균을 밑돌아 아예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악화가 일반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라는 뜻이다. 이동일 한국유통학회장(세종대 교수)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인상 우려와 고환율 등으로 최근 국내 경제와 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 소매유통업계가 체감하는 불안감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무역협회의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내년 1분기 수출산업 경기전망지수(EBSI)를 96.1로 집계했다. 4분기 만에 기준선인 100 아래로 떨어졌다.
커지는 노조 리스크도 내년 경영 부담
이뿐만 아니다. 노조 리스크마저 산업계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회원사 150개 기업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69.3%는 노사 관계가 올해보다 더 불안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이유로는 정년 연장 등 다양한 노조의 요구(59.6%), 경제 여건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관련 투쟁 증가(18.3%) 등이 거론됐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기업들은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응책을 미리 준비하고 정확한 분석을 통해 리스크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장정우 경총 노사협력본부장은 “기업들은 최근 정치 불확실성에 더해 노사 관계 불안에 대한 우려도 크다”며 “그 어느 때보다 대화를 통해 노사 문제를 푸는 지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