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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KT와 LG유플러스에 줬던 5G주파수(28㎓)를 전격 회수하면서 정책 판단의 근거로 든 외국 사례를 두고 논란이다. 정부는 외국에선 28㎓ 투자가 활성화돼 있지만 국내 통신사들은 투자비를 아끼려고 투자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니 주파수 할당을 철회한다고 발표했지만, 정부가 예로 든 미국과 일본 사례를 두고 정부와 통신사 간 입장 차가 크다. 특히 지난 8월 중순 이뤄진 민·관 워킹 그룹의 미국 현지조사 출장을 두고선 최종 결과 회의에서 양쪽이 합의하지 못해 2개의 보고서가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mmWave 미국 현지조사 결과보고(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작성)’와 ‘해외 사례 및 국내 환경을 고려한 28㎓ 서비스 구현의 의미(통신3사 작성)’ 보고서는 △미국 이동통신 회사인 T모바일과 버라이즌의 미팅 결과나 △미국 현지의 초고주파수(mmWave·28㎓)통신품질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적었다. 해당 출장은 미국의 28㎓ 활용 현황에 대해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자 계획됐다. 정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통신3사, 삼성전자 등 20여 명이 지난 8월 15일~19일까지 시애틀, LA, 샌프란시스코 등을 방문했다.
“미국선 활성화돼 있다” vs “미국서도 본격 구축 계획 없다”
과기부 보고서에선 초고주파수(28㎓)구축에 적극적인 버라이즌은 지속 확대할 계획이고 현재 중·저대역(2.5㎓·600㎒)에 집중하는 T모바일도 일부 초고주파수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면서 미 전역에 4.5만개의 노드가 깔려있고, 향후 4년간 구축 규모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적었다.
미국의 초고주파수 통신품질에 대한 내용도 달랐다. 과기부 보고서에선 이용자가 밀집된 경기장 등에서 측정하니 이동환경(정부품질평가방식)에서 28㎓ 접속 시 평균속도 1.66Gbps, 가용률 평균 57.81%수준이라고 적었다.
녹화까지 했다지만…정부 정책 신뢰성 훼손 불가피
같은 기간, 같은 곳에 출장을 다녀왔으면서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셈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과기부에서 단독으로 일본 출장을 간 뒤 논란이 일자 민관 합동 미국 출장이 이뤄졌다”면서 “하지만, 출장 이후 최종 보고 회의에서 일방적 이야기가 나와 통신사들이 발표본을 따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논란이 있을까 버라이즌이나 T모바일 미팅때의)녹음본도 만들었다”면서 “미연방통신위원회(FCC)가 28㎓를 포기한다고 발표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는 당시 FCC에 근무했던 퀄컴 임원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해명에도 불구하고, 20여명 에 불과한 미국 출장단에서조차 합의하지 못한 내용을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 것처럼 발표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통신사들은 28㎓에 열심인데 국내 통신사는 아니라며 강도 높은 행정조치를 한 것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왜냐하면 과기부 작성 보고서에서조차 T모바일은 ‘mmWave 기지국이 아직 많지 않다(few hundreds)’, 버라이즌은 ‘올해가 mmWave 서비스의 진정한 원년’이라고 언급하는 등 지난 3년 동안의 투자 실적으로 초유의 주파수 회수조치까지 한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교수는 “기술과 서비스가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 최초 5G를 한다는 명분만 내세워 결국 5G 불완전 판매 논란이 일지 않았나”라면서 “이제 소비자가 뭔지 모르고 요금만 더 부담하는 구조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8㎓는 직진성이 강한 고주파 대역으로 도달 거리가 짧아 세계적으로 5G에서 주력 주파수가 아니다. 메타·애플 등 빅테크들이 28㎓의 저지연·대용량 전송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 AR·VR 헤드셋을 개발 중이나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