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아내 "브레이크 안들었다"…'시청역 사고' 진실 공방전

3일 서울 남대문경찰서 브리핑
동승자 1차 진술 마쳐…운전자 조사는 아직
브레이크 미작동 주장…차량 국과수 감정 의뢰
'스키드마크' 발견은 오발표
  • 등록 2024-07-03 오후 4:28:16

    수정 2024-07-03 오후 7:21:56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9명의 사망자를 낸 ‘시청역 운전 사고’의 가해 차량 동승자가 브레이크가 들지 않았다고 진술하면서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진실 공방전에 돌입했다. 가해 차량 운전자 측은 사고 이후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며 급발진을 주장하는 입장인데 경찰은 실제 차량 결함이 있었는지 등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EDR(사고기록장치) 등 차량 조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의뢰했다.

1일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완전히 파괴된 차량 한 대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70대 남성 운전자가 신호 대기하는 보행자들을 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상황 파악 중으로, 사상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3일 브리핑을 열고 “전날 가해 차량의 동승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1차 진술 조사를 마쳤다”며 “제동장치(브레이크)가 들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동승자가 있는 상황에서 운전자가 브레이크가 안 드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을 토대로 진술한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일 오후 9시28분께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60대 후반 A씨의 제네시스 G80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초 부상자는 6명으로 집계됐으나 이날 1명이 추가돼 총 7명으로 늘었다. 해당 피해자는 경상 상태로, 사고 직후 다른 피해자의 병원 후송에 동행해 현장에서 파악되지 않았다.

경찰은 전날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지만 A씨에 대한 경찰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갈비뼈 골절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 의사와 면담하며 A씨의 상태를 확인 중”이라며 “조만간 곧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A씨 측이 급발진을 주장하는 상황이라 경찰도 차량 조사와 상황 분석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A씨의 차량은 사고 이후 천천히 정차하는 모습이 포착돼 보통의 급발진 사고와 다른 양상이란 의견도 나온다. 경찰은 차량의 속도, 급발진·제동장치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A씨의 차량을 전날 국과수에 감정 의뢰했다. EDR 분석은 통상 1~2개월 정도 걸리며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았는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EDR 데이터를 확보한 상황으로 데이터 등을 분석해 결과를 추출하기 위해 국과수와 공신력 있는 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상황도 파악하고 있다. 해당 차량은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1층 주차장을 나와 출구에 있는 턱을 지나면서부터 가속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조선호텔 지하주차장에서 나와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해 안전펜스와 보행자를 치고 BMW, 쏘나타 등 차량 2대를 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사고 당시 차량의 최고 속도 등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속도 등 이런 부분은 사고 원인을 수사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조사 중”이라며 “블랙박스 영상과 호텔 및 주변 CCTV 영상도 의뢰했다”고 말했다. 향후 A씨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되면 차량이 역주행한 이유와 인도로 향한 경위 등도 파악돼야 사고 원인을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경찰은 가해 차량이 정차한 지점에서 스키드 마크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가 이후 정정했다. 스키드마크는 브레이크 작동을 의미하는 표지이기도 하다. 경찰은 유류물 흔적을 스키드마크로 오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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