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 사망` 시청역 참변, 경찰 본격 수사…시민들 애도 물결(종합)

1일 시청 인근서 9명 숨진 교통사고 '참변'
운전자는 급발진 주장…경찰 "사실관계 파악 중"
시민들, 추모 꽃 놓으며 애도
인근 상인들 "급발진일까"의문도 제기
  • 등록 2024-07-02 오후 4:13:37

    수정 2024-07-02 오후 6:58:24

[이데일리 손의연 이유림 기자] 1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시청역 사고’에 대해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사고를 낸 60대 후반 남성은 버스기사로 알려졌다. 이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으로 경찰은 블랙박스와 주변 폐쇄회로(CC)TV, 차량 조사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밝히겠다는 계획이다. 사고 현장엔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이번 사고를 낸 운전자가 60대 후반이었던 만큼 고령자 운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일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전날 발생한 차량 인도 돌진 교통사고 현장에 고인을 추모하는 메시지가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경찰, 60대 후반 운전자 입건…“블랙박스·CCTV 등 분석”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일 브리핑을 열고 “가해 차량 운전자인 60대 후반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9시28분께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제네시스 G80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의 차량은 조선호텔 지하주차장에서 나와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해 보행자와 BMW, 쏘나타 등 차량 2대를 친 것으로 조사됐다.

인근에서 식사를 하고 귀가하던 시민들이 많아 보행자 피해가 특히 컸다. 보행자 9명이 숨지고 보행자 2명, 가해차량 운전자와 동승자 2명, 피해 차량 BMW·쏘나타 탑승자 2명 등 총 6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A씨에 대한 음주 검사와 마약 간이 검사를 진행했고 A씨가 음주·마약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갈비뼈 골절로 입원했기 때문에 의사 소견을 듣고 조사할 수 있게 진행할 예정”이라며 “동승자에 대한 조사도 빠른 시일 내 진행하겠다”고 했다.

현재 버스기사로 알려진 A씨는 차량의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급발진 가능성 등도 수사하지만, 급발진이라 하더라도 혐의가 바뀌진 않는다”며 “급발진은 피의자가 주장하는 내용으로, 경찰이 관련 진술을 확보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운전자가 60대 후반이었기 때문에 고령 운전자 사고인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모이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무조건 나이가 많다고 해서 운전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기는 힘들다. 단적으로 답변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차량 내부에 있던 블랙박스, 주위 CCTV, 목격자 진술 등을 확보해 사고 경위를 확인 중이다. 사고기록장치(EDR) 등 차량에 대한 조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진행할 예정이다. 사고기록장치 분석은 통상 1~2개월 정도 걸리며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았는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면밀한 사실관계를 확인해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도심 역주행 교통사고 (그래픽=문승용 기자)
시민들도 애도 표해…상인들 “접촉 사고야 있었는데”

이날 사고 현장 인근을 오가는 시민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사고 현장은 대부분 수습이 완료됐지만 사고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었다. 인도 보호 펜스가 완전히 파손돼 임시 펜스가 설치돼 있었고 전면부가 박살 난 오토바이가 사고의 심각성을 짐작게 했다. 오토바이 옆에는 국화꽃 두 송이가 놓여 있었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추모 문구가 붙어 있었다.

시민들은 피해자 다수가 퇴근 후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박모(60)씨는 “여기가 일방통행이고 속도를 낼 만한 곳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는지 모르겠다”며 “사고 원인은 아직 안 나온 것이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인근 사무실 건물에서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는 류모(66)씨는 “너무 많은 사람이 죽은 것 같다”며 “나는 여기서 일한 지 오래되지 않았는데 이곳 경비원 아저씨들은 절대 사고가 날 만한 길이 아니라고 하더라.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직장인 2년차 박모(25)씨는 “어제 저녁 퇴근할 때 사고 현장을 지나쳐 집으로 갔기 때문에 남의 일 같지 않다”며 “항상 다니던 길인데 오늘은 좀 걱정돼서 사고 현장을 피해 출근했다”고 덧붙였다.

시민들과 상인들은 일방통행에서 가해 차량이 역주행하게 된 경위를 추측해보기도 했다. 인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43)씨는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신호를 잘못 보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긴 한 것 같다”면서 “급발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건너편에서 35년째 로또복권 판매점을 운영하는 60대 여성은 “여기서 접촉 사고는 가끔 있었어도 이렇게 사람이 많이 죽은 사고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며 “운전자가 고령이라던데 운전 미숙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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