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약도 파는 아마존…의약품 입지 굳힐까

'아마존 효과'…日 헬스케어 시스템 영향
닛케이 "온라인 의약품 판매 경쟁 격화"
"고령화·의료 인력부족 대응 서비스 기대"
  • 등록 2024-07-22 오후 5:36:11

    수정 2024-07-22 오후 9:34:47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일본에서 온라인 의약품 판매에 나선다. 전 세계 소매업을 뒤흔든 ‘아마존 효과’가 일본의 헬스케어 시스템까지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일본 효고현 아마가사키에 있는 아마존 아마가사키 풀필먼트 센터에 대형 온라인 쇼핑 업체인 아마존의 로고가 보인다.(사진=AFP)
22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아마존재팬은 일본 최대 트럭스토어인 웰시아 홀딩스와 협력해 올해 말 온라인으로 약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은 웰시아 외에도 여러 약국 체인과 연계한 새로운 서비스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닛케이는 “일본 내 아마존 이용자는 5000만명 수준으로 아마존이 처방약 판매에 뛰어들면서 온라인 진료 보급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약국은 판매 전략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서는 온라인으로 약 구매가 가능하다. 2014년부터 일본에서는 일반의약품의 온라인 판매가 합법화되면서 일반의약품과 일부 처방약을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의료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규제는 더욱 완화됐는데 2020년 9월부터는 온라인 투약 안내 금지가 해제됐고, 작년 1월부터는 기존에는 반드시 종이로 발행해야 했던 처방전의 전자화가 허용됐다.

아마존은 일본에서 새 서비스를 통해 환자가 온라인에서 의사의 진료를 받은 후 처방전을 발급받아 아마존 앱 등에 등록하고 구매 절차를 밟으면 아마존 배송망을 통해 약을 고객에 배달할 예정이다. 아마존은 약 재고를 보유하지 않고, 복용법이나 주의사항 설명 등 복약지도는 주로 웰시아 등 각 약국에 맡길 방침이다.

이로써 환자들은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가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고, 수령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닛케이는 처방약은 정가이기 때문에 배송비를 제외하면 환자 측의 금전적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마존은 2018년 온라인 약국 업체인 필팩을 인수해 미국에서는 2020년부터 온라인 약국 사업인 ‘아마존 파머시’를 전개하고 있다. 유료 프라임 회원은 무료 배송을 받을 수 있는 등 혜택이 있어 일본 서비스에서도 프라임 회원을 위한 특혜가 주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다만 일본 내 전자처방전 보급률이 낮은 점은 넘어야 할 산이다. 일본 정부는 의료 격차 해소와 의사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진료의 보급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일본 의사협회 종합정책연구기구에 따르면 전자처방전은 지난 5월 기준 약국은 32%가 도입했지만, 병원은 1.5%에 불과했다. 일본 정부가 2025년 3월까지 거의 모든 약국 등 의료기관에 전자처방전을 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면서 닛케이는 고령화와 의료 인력 부족 문제로 온라인 등을 통해 효율적으로 의료와 의약품을 처방하는 서비스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작년 기준 75세 이상 고령자는 2000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로 재택 의료 등 방문 진료를 받는 사람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닛케이는 예상했다.

이미 도서 부문에서는 ‘아마존 효과’가 입증됐다. 아마존의 일본어 사이트 서비스 개시와 전자책의 보급으로 전국 서점 수는 20년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에 의약품 부문도 아마존 효과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닛케이는 “아마존은 이미 미국에서 입지를 굳혔고, 월그린스 부츠 얼라이언스와 CVS 헬스와 같은 거대 약국과 경쟁하며 의약품 판매를 주도하고 있다”며 “결국에는 의약품 조달을 위해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할 수 있어 국내 업체들은 아마존에 대한 준비를 서두르지 않으면 발을 헛디뎌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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