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해상물류 ‘13조원’ 시대 연다…‘승자의 저주’ 우려 여전

HMM 매각 우협 대상자에 팬오션·JKL 컨소시엄 선정
국내 1위 벌크·컨테이너선사 보유…통합 시너지 기대
연간 매출 13조 전망…김홍국 회장 "국가 경쟁력 강화"
연간 이자만 수천억원 달할 수도…그룹 재무부담 가중
  • 등록 2023-12-18 오후 7:33:03

    수정 2023-12-18 오후 10:25:13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하림그룹이 팬오션(028670)에 이어 HMM(011200)까지 품게 되면서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을 아우르는 초거대 국적선사로 도약하게 된다. 연간 해상물류로만 13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된 하림그룹은 재계 순위도 기존 27위에서 13위권으로 훌쩍 뛰어오를 전망이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지난 11월 서울 강남구 CGV청담씨네시티에서 열린 ‘푸디버디’ 브랜드 론칭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8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HMM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팬오션·JKL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하림그룹은 내년 상반기 거래를 종결하면 국내 1위 벌크선사인 팬오션과 국내 1위·세계 8위 컨테이너선사인 HMM을 모두 갖춘 선사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하림은 HMM 인수를 통해 당장 팬오션의 선대 확장이라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팬오션의 선대는 300여 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중 벌크선은 90% 안팎인 270여 대로 추정된다. HMM은 3분기 기준 38대의 대형 컨테이너선과 23대의 벌크선을 갖추고 있다. 올해 3분기 매출 중 HMM은 14.5%의 비중이 벌크사업부문에서 나왔고, 팬오션도 컨테이너에서 8%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 등 양사가 모두 벌크화물과 컨테이너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터라 각 사업의 통폐합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밝힌 대로 해상 물류사업 밸류체인(가치사슬) 강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김 회장은 “(밸류체인 강화는)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고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림은 종합 해운물류 업체로서 연간 13조원 가량의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팬오션과 HMM의 매출액은 각각 3조3328억원, 6조3381억원으로 합계 10조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팬오션(6조4203억원)과 HMM(18조5828억원)을 합해 20조원이 넘었지만 올 들어 컨테이너선 해상 운임이 전년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해운업 침체에 HMM과 팬오션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두 회사가 합쳐 13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림은 JKL파트너스와 함께 유가증권 매각과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팬오션은 1628억원 규모의 한진칼 주식을 처분했고, 호반그룹과 손잡고 약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6조4000억원에 달하는 인수금액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차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리 인상 여파로 최근 인수금융 금리는 연 7~8%대에 형성돼 있다. 3조원을 연 8%에 빌리면 이자 부담만 1년에 2400억원에 달하게 된다.

그룹 전체의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하림그룹은 하림산업의 신사업 추진,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 등 그룹 차원에서 추가적으로 부담할 자금 소요가 많은 실정이다.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은 총 사업비만 6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향후 개발 과정에서 자금소요가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아울러 매각 측에 요청했던 HMM 영구채 주식전환 3년 유예도 철회하면서 HMM에서 받을 수 있는 연간 배당금 규모도 당초 하림이 예상했던 것보다 연간 950억원 가량 줄어들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자금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덩치가 큰 기업을 인수해 그룹 전체가 위험해지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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