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마법' 사라진다…의무 소각·경영권 방어 등 '논란'

‘코리아 디스카운트’ 자사주 제도개선 방안 발표
인적분할시 신주배정 금지, 자사주 공시 강화
소각 의무화 빠져, 금융위 “시장도 고려해야”
학계 “적극적 주주정책 추진해야 주가 올라”
  • 등록 2024-01-30 오후 6:29:08

    수정 2024-01-30 오후 7:34:21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 오른쪽은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기업이 자사주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제도 개선에 나선다. 자사주를 활용해 편법으로 신설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는 이른바 ‘자사주 마법’ 등을 막아 주주권리를 보호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은 그동안 주장해온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방안에서 제외된 점을 지적하며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산업계는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지는 만큼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산업계, 학계 등과 간담회를 열고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간담회 내용 등을 토대로 올해 상반기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자사주를 취득해 소각하는 것이 주주에게 기업 성과를 환원하는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본래 목적과 달리 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자사주가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인적분할 시 자사주를 바탕으로 신주를 배정받아 신설회사에 대한 대주주의 지배력을 키우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 컸다. 또한 자사주 관련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는 ‘깜깜이 공시’도 문제가 됐다.

이에 금융위는 상장사의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을 금지하기로 했다. 인적분할된 신설회사가 재상장하는 경우, 상장심사 과정에서 일반주주 권익보호 방안을 충분히 마련했는지 점검하기로 했다. 기업의 인적분할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금융위는 자사주의 취득, 보유, 처분 등 전 과정에 대해 시장에 보다 투명한 정보가 공개되도록 했다. 관련해 상장법인의 자사주 보유 비중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증가하는 경우 상세한 공시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자사주 처분 목적, 처분상대방 선정사유, 일반 주주의 권익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공시의무도 강화하기로 했다. 자사주를 제외한 시가총액 정보를 일정 주기마다 산출해 투자자에게 제공하도록 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안은 이날 발표에서 제외됐다. 산업계는 여론수렴 과정에서 자사주 강제소각에 대해 ‘과잉입법’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이와 함께 자사주 제도 개선에 따라 활용 범위가 좁아지는 만큼 외부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에 대항할 효과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을 잃을 수 있는 만큼 대체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도 밝혔다.

한편에서는 증시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적극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위 정책 자문기구인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그동안 소각 없이 매물로 나와 주주 가치를 훼손하거나 기업의 편법적 지배력 강화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자사주 소각 등 주주친화적인 정책이 나와야 미국처럼 주가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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