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왕년의 반도체 제국’ 인텔이 20년 전 엔비디아를 인수하려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근 매각설이 나올 정도로 흔들리는 인텔이 인공지능(A)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를 인수하려 했다는 자체로 화제를 모은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2005년 당시 인텔 최고경영자(CEO)였던 폴 오스텔리니가 엔비디아를 200억달러(약 27조60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이사회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 (사진=AFP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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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에 따르면 일부 임원들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기본 설계가 데이터센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봤지만 이사회에서 이를 반대했고 결국 무산됐다고 한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운명적인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만약 인텔이 엔비디아를 인수했다면 현재의 AI 판세가 완전히 달라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왕년의 명성이 무색하게 크게 흔들리고 있다. 주류 사업인 중앙처리장치(CPU)에서 경쟁사인 AMD의 추격을 허용하고 있고, 야심차게 시작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역시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NYT는 전 인텔 임직원과 업계 애널리스트 20여명을 인터뷰한 이후 “인텔의 부진은 사업상 기회를 놓친 것과 잘못된 의사결정, 오랜 성공에 젖은 기업 문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반면 엔비디아는 AI 시대 들어 말 그대로 반도체를 넘어 산업계 전체를 선도하고 있다. 현재 애플에 이은 전 세계 시가총액 2위라는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인텔의 시총은 반도체 기업들 중에서도 15위에 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