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책임 강조한 카카오 준신위…“변해야 산다”[김현아의 IT세상읽기]

  • 등록 2024-02-20 오후 5:59:07

    수정 2024-02-20 오후 6:00:16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급성장한 플랫폼 기업의 대표 선수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죠. 이건 생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카카오그룹의 외부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위원장 김소영)가 20일 권고안을 내고 카카오 대주주 김범수 CA협의체 의장에게 ‘책임경영’을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0년 3월 창업한 카카오는 시가총액이 26조 1214억 원에 달하고 계열사 137개를 거느릴 만큼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기업 문화는 스타트업 같은 ‘수평문화’에 머물러 있었죠. 몸은 어른이 됐는데 마음은 여전히 10대라고나 할까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 주겠다’, ‘CEO 100명을 키우겠다’와 같은 김범수 의장의 어록은 3~4년 새에 벌어진 경영진 먹튀, 쪼개기 상장, 문어발 확장 같은 논란에 빛이 바랬습니다.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준법경영과 윤리경영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 됐죠.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왼쪽)과 김소영 준법과신뢰위원장. 카카오 제공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가 이날 △책임경영 △윤리적 리더십 △사회적 신뢰회복 등 세 가지를 화두로 권고안을 만들어 카카오· 카카오게임즈·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뱅크·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페이 등 6개사에 3개월 내에 세부방안을 보고하라고 한 것도, 이대로는 지속 가능한경영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권고문 중 ‘김범수’와 ‘주주가치보호’라는 두 단어가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김 의장은 유료였던 통신사 문자메시지를 지인 기반의 무료 카카오톡으로 혁신한 뒤, 게임·모빌리티·금융·엔터테인먼트·핀테크로 사업을 확장해 갔지만, 지나치게 각 계열사 CEO의 자율경영에 의존했습니다.

100인의 CEO를 키우겠다는 창업가 정신이 과하게 적용된 탓일까요? 검찰에 송치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의혹사건만 해도, 김 의장은 세부 이슈를 챙기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매도 사태로 소액주주들의 분노가 일었고, 여러 기업에 투자하고 상장시키는 과정에서 모회사 기존 주주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대주주가 돈을 벌면서도 경영 전면에는 나서지 않는다’, ‘주주가치 보호라는 사회적 책임에는 무심하다’라는 지적이 이어졌죠.

그러나 준법과신뢰위는 이번에 △김범수 창업자에게 카카오의 대주주로서 적법한 권한을 행사하여 그룹의 거버넌스 체계를 개선할 책임을 공식적으로 요청했습니다.

또, △대규모 투자나 지배구조 변경, 기업공개 등 사회적 영향이 큰 주요 의사결정 시 법무와 재무적 통제와 함께 사전검토와 사후 모니터링을 포함하는 절차를 적용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IT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투자액이 줄어들까 걱정되지만, 최소한 앞으로는 카카오 그룹에서 불미스러운 사건과 사고가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두번째로 눈에 띄는 것은 ‘주주가치 보호’입니다. 각종 리스크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밉상주’가 됐던 카카오가 앞으로는 주주가치 보호에 더 열성적일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준법과신뢰위가 △협약계열사(각자의 자회사 포함)가 인수합병, 기업공개 등 다수 주주에게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사결정을 추진하는 경우 주주가치 보호 방안을 사전에 마련할 것과 △대주주로서 기업공개 조건을 신규 투자 관련 계약에 기재할 경우 주주가치 보호를 위한 강제 조항을 필수적으로 추가하도록 주문해서 입니다.

이러한 제도적인 통제 장치가‘자사 이익 극대화를 위해선 주주가치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선을 없애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범수 의장의 과거 카카오톡 프로필. 당시 프로필에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조금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라는 글이 있다. 그가 무료이며 편리한 새로운 모바일 메신저를 생각한 것도 더 나은 세상을 꿈꾼 덕분이다.


카카오(035720)는 올해로 설립한 지 14년째를 맞이했습니다. 기업도 나이를 먹고 성장하며 사회적 눈높이에 맞는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무리 카카오그룹에 공동체 정신이 아닌 대기업 그룹사 같은 중앙집중식 탑다운 경영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하나 잊지 않았으면 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김범수 CA협의체 의장의 ‘선한 의지를 가진 기업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기본 철학은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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