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억원 있지만 당장 쓸 수 없다”…의구심만 더 키운 구영배

30일 국회 정무위 긴급현안질의 증인 출석
800억 동원 가능, 하지만 현재 투입 어려워
‘고의부도’ 의혹에 “절대 아냐, 정상화시킬 것”
셀러 미정산 피해엔 “정확히 추산 못해”
금감원도 질타 “경영개선협약에도 조치못해”
티메프에 판로지원 맡긴 중기부도 비판
  • 등록 2024-07-30 오후 7:23:26

    수정 2024-07-30 오후 7:47:53

[이데일리 김정유 김국배 김경은 기자]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구영배 큐텐 대표가 국회에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지만 오히려 논란만 더 키웠다. 전날만 해도 지분 매각 및 사재 출연 등 자구책을 내세우며 피해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날 국회에선 의원들의 질의에 대부분 답을 하지 못하는 등 의구심만 더 증폭시켰다.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은 구 대표에게 판매자(셀러) 정산금의 현황과 유용 여부, 가용할 수 있는 추가 자금 규모, 티메프가 상실한 재무 기능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했지만 구 대표는 미국 위시 인수에 정산금을 활용했다는 내용과 그룹 자금 800억원 확보 가능성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확인해보겠다”, “잘 모르는 부분”이라며 회피했다. 이에 의원들은 “사실상 대책이 하나도 없다”며 거세게 질타했다.

구영배 얼굴 비췄지만 “피해 금액 추산 못해”

구 대표는 30일 국회 정무위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긴급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회사에 투입했고 지분 가치도 가장 잘 나갔을 때는 5000억원까지 밸류(가치)를 받았다”면서도 “현재 큐텐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800억원 수준이고 이것도 당장 투입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인수한 미국 기반 이커머스 업체 위시 인수 대금으로 티메프 판매자들의 정산금을 활용한 점도 시인했다. 그는 “(인수에) 들어간 현금은 400억원 정도로 일시적으로 티메프 정산금이 일부 포함됐을 수 있다”며 “하지만 한 달 내 바로 상환했다”고 언급했다.

의원들은 전날 구 대표가 내놓은 사재 출연 및 지분 매각 등 자구안에 대해서도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며 ‘고의부도’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반나절 만에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해서다. 기업회생신청으로 인해 정산금 상환 자체가 차단됐다.

김상훈 의원(국민의힘)은 “긴급회생 신청 자체가 의도적인 책임회피 행위”라며 “이커머스는 제조업과 달리 소비자와의 신뢰 관계가 절대적인데 누가 서비스를 다시 이용하겠느냐. 회생신청을 했지만 회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구 대표는 “(고의부도는) 절대로 아니다. 현재 사업이 중단되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는데 도와준다면 다시 정상화시키고 피해를 완전히 복구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현재 미정산 피해 금액이 얼마인가’라는 질의에도 답을 하지 못했다. 의원들의 질타에 구 대표는 잠시 일어나 판매자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기도 했다.

아울러 큐텐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의 정산지연 가능성도 언급해 큐텐그룹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티메프의 재무 기능이 큐텐테크놀로지로 통합되면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도 여러 번 지적됐다. 구 대표와 함께 출석한 류광진 티몬 대표는 “기능이 없어 잘 모른다”란 무성의한 답변만 반복해 빈축을 샀다.

이날 정무위에선 금융감독원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금감원은 티메프와 경영개선협약(MOU)을 맺었지만 이행실태에 대한 적절한 관리감독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재섭 의원(국민의힘)은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했으면 국회에 빨리 입법 추진이라도 해야할 것 아니냐”며 “금감원장은 이런 입법 미비 사항을 언급한 적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부족해서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류화현(왼쪽부터)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사진= 방인권 기자)
“정산 지연 사태 대응 못해” 중기부도 질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에서도 티메프 사태와 관련한 중소벤처기업부의 관리·감독 책임을 지적했다. 중기부가 자본잠식상태인 티메프를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 지원’ 사업수행 기업으로 선정하고 판매대금 지연 사태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않아 판매자들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기부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 지원 사업 수행사로 티메프를 선정하면서 혈세(약 30억원)를 낭비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종배 의원(국민의힘)은 이날 산자중기위 전체회의에서 “중기유통센터는 2019년에 이미 자본잠식 상태였던 티메프를 2020년에 사업 수행사로 선정했다”며 “규정에 위반되는 건 없다고 하더라도 자본잠식상태인 업체를 꼭 선정했어야 했나”고 지적했다.

이에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자본잠식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갖고있는 문제로 그런 방식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기에 (사업 선정 과정에서) 놓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온라인 판로 지원 사업 수행사는 앞으로 판매대금이 안전하게 관리되는 곳으로 선정할 것”이라며 “에스크로 방식의 정산 시스템을 활용하는 플랫폼만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5600억원의 금융지원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고금리에 이자 부담이 커진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융자 방식의 지원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오 장관은 “이자율을 조정할 수 있는지 재검토해 8월 초까지 준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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