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검기관과 제재대상자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 전망이다. 제재심을 재판처럼 운영하는 ‘대심제(對審制)’가 전면 도입되고 ‘권익보호관’ 제도를 신설한다. 피검기관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전 금융 권역에 ‘검사업무 운영방향’을 매년 초 공지한다.
금융사 위규행위 원인…지배구조·CEO 겨냥
금감원은 12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감독·검사제재 프로세스 혁신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은 금감원이 앞서 지난 8월부터 내부 쇄신 차원에서 운영했던 교수와 법조계, 금융권 등 외부 인사 중심의 관련 TF에서 마련한 권고안이다. 금감원은 이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해 세부방안을 수립·이행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발표된 개선책은 모두 19개에 이른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비자 권익제고를 위해 검사의 중심을 지배구조 점검으로 바꾼다는 점이다. 그간 금감원 검사가 지엽적인 개별 위규행위의 적발 및 조치에 그치고 실무자 중심의 제재로 인해 근본원인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이사회와 장기보상체계, CEO 경영승계제도 등 지배구조 주요사항은 점검결과를 시장에 공표하고 금융사의 위법행위에 대한 경영진 책임 부담도 강화된다. CEO의 부당한 영향력행사, 위법행위 관여시에는 업무정지, 영업점 폐쇄같은 중징계 수단도 적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CEO의 경영행위 대부분이 구두로 진행되는데다, 증언 등을 통한 위법행위 관여 규명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경고성 차원의 제도 적용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적발이 쉽지 않더라도 권고적 차원에서 CEO의 부당한 지시 등을 막는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또 벌을 주는 관점은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해 경영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피검기관 제재대상자 부담은 완화
대심제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 제재대상자와 검사부서가 동시에 참여하는 것이다. 여기에 부의안건 전체에 대한 사전열람을 허용하고 ‘국선변호인’처럼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권익보호관’도 도입한다. 제재심을 마치 사법재판 운영하는 식이다. 하지만 비상근 제재심 위원의 안건 심의 부담 증가나 심의 지체 등을 우려하면 대심제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5년 전 시범운용 결과 안건 심의 연장 등의 부작용으로 대심제는 사실상 폐기된 제도다.
윤 교수는 “소명이 길어지고 세부 내용을 모두 검토하려면 제재심의 역할이 너무 커질 것”이라며 “비상근 위원들이 시간을 할애해 업무를 보는 것이 현재도 과도한 상황으로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재의 전(前) 단계인 검사와 관련해선 ‘신속 처리’를 원칙으로 삼았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해당 금융회사의 경영 의사결정이나 임직원의 인사 등에 불필요한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피검기관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매년 초 중점검사 사항을 발표하는 등 ‘검사업무 운영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금융투자 권역에서 은행·비은행·보험 등 다른 권역으로 확대한다. 아울러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감독·검사 수검 부담 완화 차원에서 금융상품 약관 제·개정에 대한 심사를 사후보고로 전환키로 했다. 현재 보험권역은 보험상품 자율판매를 시행 중이나 여타권역은 사전심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