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백일해…영아에겐 코로나보다 무서운 병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없던 일이 발생했다.”
12일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구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최근 생후 2개월된 영아가 백일해로 사망했다는 질병관리청 발표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사안이 중대하다고 본 것이다.
|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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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해는 발작성 기침을 특징으로 하는 법정 제2급 감염병이다. 국내에서는 DTaP 백신의 도입으로 백신접종률의 증가와 함께 환자 발생이 2001년 이후 연간 20명 내외 수준이었으나, 2009년(66명), 2011년(97명), 2012년(전남지역 유행, 230명)과 같이 소규모 유행이 이어졌다. 올해 11월 1주 기준 총 3만 332명의 환자(의사환자 포함)가 신고됐다.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도 백일해가 유행하면서 사망자도 함께 보고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지난 9월까지 누적 1만 3952명 발생했고, 영아 10명이 사망했다. 프랑스는 올해 13만명이 감염됐고 35명이 숨졌다. 이들 중 22명이 소아일 정도로 백일해는 소아에게 치명적이다. 이번에 국내에서 발생한 백일해 첫 사망 사례는 생후 2개월 미만 영아로 백일해 1차 예방접종 이전상태였다.
협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백일해뿐만 아니라 모든 소아감염 질환이 급격히 증가해 유행하고 있는데 (질병당국은) 사실상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보호자에게 주의가 필요하다는 당부만 되풀이했다”며 “이번 백일해 영아 사망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현재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더 유행하고 있지만, 영아들에게는 백일해가 훨씬 치명적이라고 봤다. 최용재 협회장은 “정부 당국과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소아감염 질환 유행을 멈추게 할 해법 찾기 등 대책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며 “소아질병과의 전쟁에 내던져진 소아 청소년과 의료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과 대책 마련이 없으면 제2, 제3의 백일해 사망은 재연될 수 밖에 없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