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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가 실제로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최악의 소득지표 악화 추세는 벗어났지만, 박수 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영업, 최하위 소득으로 하락”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 따르면 소득 격차를 나타내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8배를 기록했다. 균등화 배율은 상위 20%(5분위) 평균소득을 하위 20%(1분위)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숫자가 클수록 소득 격차 수준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1분기(5.95배)보다 격차가 소폭 줄어든 것이다. 소득 격차가 줄어든 것은 1분기 기준으로 2015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1분위 소득 감소 폭이 작년 4분기 -17.7%에서 올해 1분기 -2.5%로 줄어든 게 소득격차 완화에 영향을 끼쳤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1분기에 아동수당, 실업급여 등 정부정책의 효과가 사상 최대 수준이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지표를 뜯어보면 소득지표 개선을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소득 격차가 5.8배로 작년 1분기보다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5분위 가구(소득 상위 20%)의 소득이 일시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통계 착시’ 가능성을 제기했다. 5분위 가구 월평균 소득은 상여금 지급 지연 등으로 2.2% 감소했다. 하위 계층의 소득이 늘어서가 아니라 상위 계층의 소득이 줄어들면서 격차가 줄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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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의 침체가 특히 심각했다. 박 과장은 “마이크로 데이터를 분석하면 2분위(하위 40%) 자영업 비중이 떨어지고, 1분위(하위 20%) 자영업 비중이 올라갔다”며 “어려운 자영업 가구가 소득 2~3분위에서 1분위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 부진 등으로 전체 가구의 월평균 사업소득도 작년 1분기보다 1.4% 감소했다.
이자·보험료 부담 급상승
가계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처분가능소득)은 10년 만에 줄어들었다.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74만 8000원으로 작년 1분기(376만 7400원)보다 1만 9400원(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분가능소득이 줄어든 건 2009년 3분기(-0.7%) 이후 처음이다. 처분가능소득은 명목 소득에서 세금·연금·이자 등 비소비지출을 뺀 비용이다.
소득은 거의 늘지 않았는데 보험료, 이자 부담이 급증했다는 뜻이다. 분기별로 보면 올해 1분기 전체 가계의 소득 증가율(1.3%)은 작년 1분기(3.7%)보다 2.4%포인트 낮아졌다.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107만 8000원으로 8.3% 증가했다. 분기별로 보면 비소비지출은 8개 분기 연속 증가 추세다. 비소비지출 증가율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2분기(2.7%)부터 플러스로 전환된 뒤 올해 1분기까지 계속 증가세다.
비영리단체로 이전 지출이 12만 7800원으로 14.9%, 연금은 14만 2000원으로 9.1%, 가구간 이전 지출이 30만 8200원으로 8.9%, 사회보험은 15만 9900원으로 8.6% 증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 무너지면서 최하층으로 떨어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가처분소득이 10년 만에 줄어든 건 현 경제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추경호 의원은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참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분배지표 악화 추세가 완화되는 모습”이라며 “기초연금 인상, 근로장려금(EITC) 확대, 실업부조 도입 등 저소득 대상별 맞춤형 지원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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