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아베 신조 총리의 뒤를 잇는 차기 총리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한일 경색 국면을 풀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오는 11월 개최가 점쳐지는 한중일 정상회의나 7개국(G7) 정상회의가 계기가 될 수 있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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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오는 16일 스가 자민당 신임 총재가 일본 임시국회에서 총리에 오르면 문 대통령 명의의 축전을 발송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노다 요시히코 총리 취임에 맞춰 모두 축전을 보낸 바 있다.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축전의 내용이다. 한일 양국간 시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한일 경색 국면을 정상간 대화로 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다면 대화 분위기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한일간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만큼 셔틀외교와 같은 대면 회동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왔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6번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뚜렷한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는 한일 정상회담이 불발되기도 했다. 대북 문제에서는 뜻을 모았다가도 위안부·강제징용 문제 등에서는 평행선을 달렸다. 외교가에서는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간 외교적 동력을 상실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카운터파트가 바뀌는 것은 양국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여지가 생긴다. 더욱이 한국은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3국 외교부는 이 회의의 연내 개최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11월말 한중일 정상 대면회의가 현실화될 경우 문 대통령과 스가 장관의 단독 회담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의 대면 개최가 여의치 않을 경우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에 열릴 예정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도 가능성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 문 대통령을 초청했고 문 대통령도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미국은 올해 G7 정상회의 의장국이다.
다만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낙관론을 펼치기만은 힘들다. 특히 방역 전문가들이 가을이나 겨울에 코로나19의 재유행을 경고하고 있는 만큼 양국 상황에 따라 대면 회의 개최 여부는 유동적이다.
|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총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축하하고 있다. 스가 관방장관은 이날 열린 총재 선거에서 총재로 선출돼 사실상 새 총리로 확정됐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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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스가 장관의 성향도 극적인 한일관계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철저한 아베 총리의 남자였던 스가 장관이 급작스럽게 기존 대한국 외교 노선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상회동을 통해 나은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정상간 만남을 굳이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도 스가 장관의 새 지도부가 기존의 한일 외교 틀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