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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쌀 가격을 평년 수준으로 낮추려는 정부와 현 상황을 유지하려는 농업계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수확기로는 이례적으로 구곡 5만t 방출 계획을 발표했으나 추가 가격상승을 기대하며 벼 출하를 늦추는 농가는 오히려 늘었다. 평년보다 높은 수준의 쌀 가격이 연내까지 유지될 수도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 농업관측본부는 12월 쌀 농업관측 자료를 통해 수확기 이후 벼 출하를 계획하는 농가 비중이 이달 상순 15.1%로 한 달 전 표본조사 때의 13.4%보다 더 늘었다고 밝혔다. 적잖은 벼 농가가 추가적인 가격 상승 기대에 원료곡 출하를 최대한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소비자 물가 부담을 우려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2일 비축하고 있던 구곡 5만t 방출을 결정했다. 시장 공급 물량을 늘려 가격 안정화를 꾀한 것이다. 쌀 공급이 자연스레 늘어나는 수확기로서는 이례적인 결정이다. 벼 농가는 한국농업경영인중앙회(한농연)를 비롯한 농업계는 강력히 반발했으나 정부는 이 계획을 확정하고 최근 공매 공고를 냈다.
정부의 대책에도 벼 농가의 원료곡 출하 지연으로 12월 이후 쌀값 하락을 장담할 순 없다. 공급 초과 상태이지만 11월 상순 산지유통업체의 쌀 재고는 114만6000t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2.7%(3만1000t) 줄었다. 농업계는 쌀값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밥 한 공기에 250원 수준밖에 안된다며 추가 인상 필요성을 촉구하고 있다. 농업관측본부는 “쌀 가격이 전년보다 높은 수준에서 보합세를 보이고 있으나 정부의 구곡 방출 결정으로 농가의 벼 출하가 앞당겨지면 쌀 가격이 현 수준보다는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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