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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 좁아진 트럼프..‘탄핵까지 걱정해야 할 판’
이번 중간선거가 ‘친(親) 트럼프 대 반(反) 트럼프’ 대결로 전개되면서 공화·민주 중 어느 당이 승리를 거머쥐든, 한쪽의 상처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이번 선거는 나에 대한 투표’라며 승부수를 띄울 정도였고, 인종·종교·이념을 놓고 정치적 양극화가 극대화하면서 선거 막판 폭발물 소포 사건 등 미국 사회를 뒤흔든 증오 범죄들이 잇따르면서 선거전(戰)은 전례 없이 격하게 진행됐다. 그만큼 하원에서의 패배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축소시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장 하원의 모든 상임위원장 직을 거머쥔 민주당은 각종 법률안과 예산안 심의에서부터 청문회, 증인 소환, 문서 조사 등에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며 트럼프 행정부를 옥죌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공을 들여온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등 반 이민정책은 물론 감세정책과 규제 완화 등 트럼프노믹스, 오바마케어 폐지 등 건강보험 정책 등 전방위적으로 트럼프 표 어젠다를 타깃으로 설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외교소식통은 “민주당은 예산 배정 과정에서부터 트럼프 행정부를 흔들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하원 법사위원장에 오를 제럴드 나들러(민주·뉴욕주) 하원의원은 “법사위는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절차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 탄핵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뮬러 특검의 조사가 어떤 (조사) 결과를 내놓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이른바 ‘탄핵론’을 아예 배제하지 않았다. 반 트럼프 매체인 워싱턴포스트(WP)는 “뮬러 특검은 법무부의 비공식 지침에 따라 중간선거를 두 달 앞두고 가급적 뒤로 물러서 있었지만, 선거가 끝난 만큼 다시 정치 중심의 무대를 차지할 것”이라며 “언론과 일반의 관심이 특검으로 향하면서 단순한 추측 이상의 많은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2020년 재선을 공식화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가도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생존한 양당의 대선주자들의 입김이 더욱 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안팎에서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세는 커질 수 있다. 실제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히는 공화당 소속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민주당 소속의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과 무소속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 등이 모두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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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도 어느 정도 용인하고, 의회의 간섭을 크게 받지 않은 대중(對中) 무역공세와 대북(對北) 문제 등 대외정책에 집중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할 공산도 있다. 오는 11일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한 프랑스 방문을 시작으로 이달 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이 회의 계기에 열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양자 정상회담, 내년 초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등 외교 일정을 빡빡하게 잡아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전면적인 개각 등 쇄신을 통해 위기를 모면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는 중간선거 이후 대개 변화해 왔고 우리도 그 범주에 속할 것”이라며 “그것(행정부 교체)은 매우 관습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개각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뉴욕의 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상 민주당과의 협치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여러 방면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