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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작가’로 불리는 중학교 중퇴의 주물공장 노동자 출신 김동식(36) 작가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이렇게 밝혔다. 김 작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단편 소설을 쓰다 지난 2017년 우연한 기회로 소설집 ‘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등을 출간하게 됐다. 놀랍게도 책은 출간 후 단기간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인기에 힘입어 작가는 올해까지 총 10권의 ‘김동식 소설집’을 펴냈다. ‘김동식 소설집’은 현재까지 전체 20만권 이상 판매됐다.1쇄 판매도 어려운 시대에 어마어마한 인기다. 심지어 시리즈 중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는 지난 9월 러시아에서 출간됐으며, 다음달에는 일본에서도 독자들과 만난다. 출판은 각국에서 최대 규모 출판사로 꼽히는 아에스테(AST)와 소학관(쇼가쿠칸)이 각각 맡았다.
김 작가는 오는 29일 작법서 ‘초단편 소설 쓰기’ 출간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책 출간을 앞두고 최근 서울 중구 통일로 이데일리에서 김 작가를 만났다. 매일같이 있는 강연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한 김 작가는 편안한 복장으로 나타났다.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친근한 미소를 가진 김 작가는 “누군가의 시간을 때워주고 즐거움을 주는 재밌는 글을 쓰는 작가이고 싶다”며 담담히 작가로서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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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는 자신의 유년 시절을 두고 “꿈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라난 그의 집안 환경은 좋지 않았다.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누나 셋이서 산동네 쪽방에 살았지만, 그마저도 돈이 없어서 쫓겨나기도 했다. 김 작가는 “지독한 가난에 학교에 가면 혼나기만 하는 아이였다”며 “학교에 나가도 미래가 보이지 않아 일찍 중학교를 중퇴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김 작가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김 작가의 유일한 즐거움은 일하는 동안 재밌는 상상을 하고, 퇴근 후에는 TV를 보거나 만화책을 읽는 등 콘텐츠를 보는 것이었다.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한 것은 물론 해외 유명 시트콤 시리즈를 몇번씩 돌려보기도 했다. 이같은 것은 모두 작가의 글쓰기에 영감이 됐다. 스마트폰을 갖게 된 후부터는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수년동안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던 작가는 2016년 즈음 문득 커뮤니티의 ‘무서운 이야기’ 게시판에 직접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작가는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제목의 첫 글을 올렸다. 김 작가는 “그렇게까지 재밌지도 않고 맞춤법, 개연성도 엉망진창인 글이었다. 지금은 하드디스크 깊숙한 곳에 숨겨둔 작품”이라고 당시를 떠올리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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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의 책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팬층을 두텁게 형성했기에 국내에서 출간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해외에서 번역 출간 문의도 받았다. 최근 러시아에 책을 출간하게 된 것도 AST 측에서 먼저 연락을 했다.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한국어학과에서 김 작가의 책을 교재로 썼는데, 이를 눈여겨 본 출판사에서 출간 제의를 한 것이다. 해당 출판사에서는 2017년부터 자회사를 통해 정유정, 한강, 손원평 등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책 출간과 관련해 최근 모스크바까지 다녀온 김 작가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며 “내가 쓴 글이 세계로 나간다니 뿌듯하고 기분도 좋다”고 말했다.
김 작가의 짧고 재미있는 글은 책에 대한 접근성은 물론 ‘작가’라는 일에 대한 진입장벽도 낮춰주고 있다. 특히 김 작가는 자신의 글이 책을 멀리하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마중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한번은 한 중학교 선생님이 김 작가에게 연락을 해 “수업시간에 매일 잠만 자는 한 학생에게 수업을 듣지 않을 거면 책이라도 읽으라며 작가님의 책을 건넸다. 그날 오후 그 학생이 쭈뼛대며 교무실에 찾아와 작가님 다른 책도 있느냐고 물으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 작가는 일화를 말하며 “너무 감동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작가는 학교에서 오는 강연 요청이라면 무조건 간다고 한다. 1년에 김 작가가 전국에서 진행하는 강연 횟수만 200여회에 달한다.
작법서를 쓰게 된 것은 자신이 그동안 글을 쓰며 생긴 노하우를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다. 그는 “글을 쓰는 법을 따로 배운 적도 없지만 저만의 방식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사실 초단편 글쓰기가 생각보다 쉬운데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쓰는 방법이 없었다”고 책을 쓰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며 “책이나 글쓰기가 어렵다는 편견이 조금이라도 깨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