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가 한치의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일단 일본 기업과 일본 정부에 배상을 요구한 사법부의 판결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봤다. 일단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존중해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이 책임을 지되, 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보편적 인권 문제로 강조하며 이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도덕적 우위를 점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하며 일본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일본정부는 묵묵부답이다. 같은 날 일본정부 대변인 격인 가토 가쓰노부 장관은 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한 코멘트는 삼가하겠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한국이 구체적인 대응책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며 한일관계는 본격적인 파열음을 내기 시작한다. 2019년 7월 일본이 한국에 수출하는 반도체 소재 3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이에 맞서 한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꺼내들었다. 과거사 갈등이 경제·안보적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이용수 할머니를 중심으로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로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위안부 문제를 ICJ에 제소하자고 하면 일본은 징용 문제도 같이 하자고 해 오히려 전선이 넓혀질 수 있다”며 “정치적인 용단을 내려 피해자를 설득시키고 배상문제를 먼저 풀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