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빅3, 1분기 R&D·설비 투자 2.3兆 규모
20일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3개사는 지난 1분기 R&D와 시설·설비에 총 2조2989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9743억원) 대비 16% 늘어난 수치다. 미래차 등을 위한 R&D 부문과 신차 대비 공장 신증설 등을 위한 시설·설비 부문 모두 투자를 늘렸다. R&D에는 총 1조2172억원, 시설·설비에는 총 1조817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 21% 증가했다.
업체별로 보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R&D 투자를 확대했다. 현대차는 601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 증가했으며, 기아차는 38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늘었다. 현대모비스는 23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현대모비스 2.78%, 기아차가 2.6%, 현대차가 2.4% 순이었다.
시설설비 부문에는 현대차가 60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늘었고, 현대모비스는 16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9% 확대했다. 기아차는 30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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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코로나19 충격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선제적인 방역과 공급망 관리 덕분에 공장 셧다운(생산 중단)을 최소화한 점을 꼽을 수 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글로벌 공장가동률은 현대차는 89%, 기아차는 75%이었다. 작년 연간 공장가동률이 현대차 99%, 기아차 89% 가량인 것에 비해 낮지만, 제너럴모터스(GM), 르노, 포드, BMW 등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이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위기에도 위축되지 않고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는 것은 과거의 경험에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차량 품질을 3년 안에 세계 3위권으로, 브랜드 인지 품질은 5년 내에 세계 5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품질경영’으로 현대·기아차를 세계 5대 차 메이커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바통을 이어받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미래차 시대 준비를 위해 작년 자율주행 합작법인인 앱티브에 2조4000억원을 투자키로 했으며, 최근 관련 협상을 마무리 짓고 R&D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해도 현대차그룹은 R&D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미래 기술 트렌드에 대응하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전동화 등 미래차 분야 기술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올해 R&D 신규거점 마련에 나선다. 경기 의왕연구소를 전동화 부품과 모듈 경쟁력 등 미래차에 특화된 핵심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앞으로 3년간 3000억원을 투자해 전동화 시스템 단위 기술과 핵심부품 개발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유동성 관리의 일환으로 전사 컨틴전시 플랜을 통한 비용 절감 노력을 지속하면서 권역별로 시장 상황을 반영한 수익성 만회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중장기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과 투자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