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땅’에 배스킨 들였더니…보물 그 자체

KLI 리츠 운용 성과 주목
입지 활용 개발해 수익 극대화..여차하면 매각해 현금화
  • 등록 2024-05-20 오전 5:00:00

    수정 2024-05-20 오전 7:58:19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전국에서 사들인 주유소 부지를 재개발·매각한 코람코자산신탁의 리츠 운용이 성과를 내고 있다. 대체에너지 등장으로 주유소가 사양산업 취급을 받았지만, 주유소 부지 가치에 주목한 것이 주효한 결과다.

서울 동작구 흑성동 현대오일뱅크와 배스킨라빈스가 한지붕 두 가족으로 들어선 건물.(사진=배스킨라빈스)
19일 부동산 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흑석동 현대오일뱅크 주유소는 배스킨라빈스와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지내고 있다. 원래 주유소만 있던 자리였는데 2021년 배스킨라빈스 드라이브스루(DT) 지점을 추가로 들였다. 애초 주유소가 차가 드나드는 공간이어서 DT 영업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상 같은 여건에서 임차인이 하나 더 늘었으니, 임대인이 가지는 수익은 전보다 늘었다.

코람코라이프인프라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KLI)는 이런 수익구조를 계획하고 2020년 6월 해당 토지와 건물을 사들였다. 이 회사는 주주로부터 출자를 받아 사들인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다시 주주에게 배당하는 리츠(REITs)다. 2019년 설립하고 사들인 전국 주유소 187개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이듬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코람코라이프인프라가 사들인 주유소 토지와 건물을 HD현대오일뱅크가 10년 동안 빌려 쓰기로 해 안정적인 임차인도 확보했다. 이후 매각 등을 거쳐 현재 주유소 163개를 보유해 운용하고 있다. 부지 면적 합계는 28만여㎡로 축구장(7140㎡) 약 40개 넓이다.

주유소 자산이 주목받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주유소는 도로와 인접한 까닭에 복합 개발 수요가 크다. 앞서 흑석동 주유소의 배스킨라빈스 임차가 사례로 꼽힌다. 이런 식으로 주유소 유휴 부지를 고밀도 개발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현재 전체 주유소 토지에서 임대한 부지는 30%에 불과해 나머지 70%는 개발 가능성이 열려 있다. 용도를 변경해 다른 업종으로 변경하는 것도 방법이다. 경기 수원·안산, 충남 아산의 주유소는 용도를 변경해 LG·삼성 가전매장으로 탈바꿈 시켜 수익을 극대화했다.

개발이 여의찮으면 입지적 가치를 반영해 부지를 매각할 수 있다. 전체 주유소 자산 합계는 약 8400억원이지만 164개로 나뉘어 있는 것이 강점이다. 고액 자산을 한번에 매각해야 하는 부담이 덜한 것이다. 실제로 2019년 주유소 187개를 매입한 이래 현재까지 25개를 매각하기까지는, 몸이 가벼운 자산의 특징 덕이었다. 최근 6개월 동안 주유소 운용과 매각으로 발생한 영업수익은 340억원으로 추정된다. 상장 이후 연간 700억원 수준의 영업수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로써 창출한 현금을 재투자 재원으로 써서 리츠는 몸집을 불렸다. 현재 물류창고 남청라 스마트로지스틱스와 죽전 수도권 물류센터, 오피스 마제스타시티 타워1을 매입하는 데에는 주유소 운용 성과가 밑거름이 됐다.

부동산 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유소는 교통 요지라는 입지를 활용해 전보다 부가가치를 더 창출하는 방향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만하다”며 “개발이 어려우면 땅의 가치를 인정받아 매각해 현금화할 수 있어 유동화하기 쉬운 자산으로 꼽혀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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