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 文에 꽂히다…출판계 영향 받나

책 읽는 대통령서 동네 책방지기로
문재인 책방 소식에 출판계 기대감
픽 하면 ‘문프셀러’ 서점가 역주행
지형 좌우 '부익부 빈익빈' 우려도
  • 등록 2023-01-25 오전 6:40:00

    수정 2023-01-25 오전 6:40:00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문프셀러’(문재인 프레지던트+베스트셀러).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하는 책이 곧잘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붙은 말이다. 소문난 애서가(愛書家)이자, 권독가(勸讀家)로 알려진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이 머무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책방을 연다. 책을 매개로 시민들과 교류하며 소통의 공간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은 물론 퇴임 후에도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활발히 책 추천을 해왔다. 지난해 5월 퇴임 후 추천한 책만 10여권이 넘는다. 여권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현실 정치에 관여하겠다는 정치적 의도로 읽는 반면, 출판계에서는 시장 확대 측면에서 일단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
문재인 전 대통령(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대통령의 서재…국정 철학 바로미터

대통령의 책은 먹힌다. 대통령의 독서 리스트는 국정 운영 철학이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다. 때문에 대통령의 독서는 곧잘 고도의 정치 행위로 해석되기도 한다. 문 전 대통령이 2월~3월께 책방을 연다는 소식을 내놓자, 여권에선 곧장 견제구를 날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잊히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며 “사실상 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의도다. 친문진영의 정치적 공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독서 목록을 처음 공개한 건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다. ‘지식자본주의혁명’ ‘우리 역사를 움직인 33가지 철학’ ‘맹자’ ‘미래와의 대화’ ‘비전 2010 한국경제’ 같은 책 목록을 공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독서광이었다면, 독서정치 원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에게 책은 국정철학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었다. 재임 중 공식석상에서 50여권의 책을 추천했다. 그중 몇몇 저자는 청와대 요직에 중용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답게 실용서를 즐겨 읽은 것으로 알려진다. 추천서로 꼽았던 책은 ‘쉽게 읽는 백범일지’ ‘로마인 이야기’ ‘선물’ ‘넛지’ 등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독서보다 TV시청을 즐긴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제4차 산업혁명’ 등이 청와대가 발표했던 추천 도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독서 리스트를 공개하지 않는다. 인위적 쇼처럼 비칠 수 있다는 주위의 만류 때문이다. 대선 후보 시절 추천한 책 3권이 전부다. 대선 기간 대한출판문화협회가 각 후보에게 추천 책을 묻자, 당시 후보였던 윤 대통령은 밀턴 프리드먼이 쓴 ‘선택할 자유’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꼽았다. 반면, 문 전 대통령은 ‘다독가’로 알려져 있다. 취임 100일 당시에 국민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추천받아 580권으로 대통령의 서재를 꾸민 일화는 유명하다.

다독가·애서가의 ‘픽’…서점가 덕 볼까

지난 한 해 문 전 대통령의 추천 도서는 서점가에서 역주행하며 인기를 끌었다. 출간한 지 1년이 넘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지정학의 힘’ 등은 문 전 대통령의 추천 후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천현우의 ‘쇳밥일지’는 무명작가의 에세이임에도 출간 3주만에 3쇄를 찍고 1만부 이상 팔렸다. 이밖에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 김훈의 ‘하얼빈’ 등은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새해를 맞아 지난 3일과 17일 각각 추천한 ‘나무수업’과 ‘차이에 관한 생각’은 교보문고 등 각종 서점에서 역주행 중이다.

출판계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오바마 전 대통령도 매년 꾸준히 책 추천을 하며 출판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며 “서점을 통해 소통하겠다는 문 전 대통령의 출판계 애정이 엿보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동네서점 측도 “문 전 대통령의 추천 책은 단숨에 관심을 받는다. 출판사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추천을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출판계도 발 빠르게 대응한다. 문 전 대통령의 선택을 받으면 ‘추천 책’ 띠지를 입혀 다시 내놓는가 하면, 서점가에선 ‘문재인대통령이 읽은 책’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역대 추천책까지 묶어 홍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력 정치인의 책 선정은 정치적 맥락 개입의 여지가 있을 수 있고, 인적·물적 네트워크가 탄탄한 대형 출판사 콘텐츠에 추천이 쏠리면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질 것이란 반론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출판계에 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부 유명 인사가 베스트셀러 지형을 좌우하는 상황이 출판계 종사자들의 사기 저하는 물론 책의 양극화는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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