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노동개혁, 노노 관계에 달렸다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 등록 2023-01-27 오전 6:15:00

    수정 2023-01-27 오전 9:49:38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고용노동부가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 형식으로 노동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았다. 내용을 평가하자면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기대할 만한 것은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근로시간 유연화 문제에 대해 상세한 답안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여러 부작용에 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경직적으로 운영되던 주52시간 근무제에 유연성을 확보해 주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려스러운 것은 역설적으로 노동시장 개혁의 초점이 근로시간 문제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근로시간 유연화가 새 정부의 공약이었던데다 당장의 개선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시간 문제에 초점이 쏠린 나머지 정작 가장 중요한 이슈에 대한 관심이 희석됐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가진 가장 큰 문제는 양극화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삼분할돼 있다. 한쪽에는 정년보장과 연공형 호봉제라는 보호막 안에 있는 정규직이 자리 잡고 있고, 그 대척점에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기형적으로 수가 많아 과잉경쟁에 시달리는 자영업자군이 존재한다. 숫자로 보면 정규직이 절반이고 비정규직과 자영업자가 나머지 절반을 양분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노동시장 구조가 가진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소득 양극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는 임금 격차가 크다. 같은 일을 해도 받는 임금의 차이가 크게 난다. 더욱이 임금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진다. 정규직은 연차에 따라 임금이 계속 올라가는 반면 비정규직은 정규직 장벽이 높아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한다. 높은 정규직 담장과 잠재적 자영업자로서 비정규직의 존재는 자영업 시장 과잉과 자영업자 저소득의 근원이다.

통계청이 작년 10월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 근로 형태별 부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6~8월 월평균 정규직 근로자 임금은 348만원인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 임금은 188만1000원이었다. 양측 임금 격차가 160만원에 육박했다. (자료=통계청)


둘째, 근로시간이 길다.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길다. 왜 그럴까? 답은 노동시장 구조에 있다. 우선 정규직은 진입 장벽도 높지만 퇴거 장벽도 높다. 한번 정규직은 정년까지 정규직이다. 그래서 기업은 부담스러운 정규직을 적게 뽑는다. 정규직 수가 적으니 이를 보충하기 위해 정규직 근로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정규직 과소고용과 과잉노동이 자리 잡게 된 이유다.

비정규직은 해당 직장에서의 근로시간은 짧지만 하나의 일자리만으로는 소득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소위 ‘투잡’을 뛰지 않으면 생계가 위협받는다. 그래서 실제 근로시간은 길다. 과잉 경쟁으로 밤낮이 없는 자영업자군의 근로시간은 가장 길다. 결국 모든 일자리의 근로시간이 길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런 노동시장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근로시간 단축은 한계가 있다.

셋째, 괜찮은 일자리가 크게 부족하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종사자 수가 250인 이상 되는 대형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 비중이 OECD 국가 중 거의 최하위 수준이다. 규모가 큰 기업의 괜찮은 일자리가 그만큼 적고 대부분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에 일자리가 몰려 있는 것이다. 중견기업 이상의 괜찮은 일자리가 적은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언급한 정규직 과소고용에 있다. 대기업일수록 이런 과소고용 현상은 더욱 심하다.

위의 세 가지 문제점의 원인은 뿌리가 같다. 합리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처져 있는 높은 장벽이 그것이다. 그래서 노동개혁의 초점은 이 장벽을 합리성 있게 낮추는 데 맞춰져야 한다. 노동개혁의 진짜 핵심이 노사(勞-社) 관계보다는 노노(勞-勞) 관계의 개혁에 있는 것이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에 근로자 간 임금격차 해소 등의 과제들이 여기저기 제시돼 있기는 하지만, 근로시간 이슈에 가려 두루뭉술하게 들러리가 돼 있는 모양새다.

근로시간 유연화는 노동시장 개혁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자칫 근로시간 유연화에 가려 진짜 노동시장 핵심 개혁 과제가 뒤로 밀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경중과 선후를 따져 노동개혁의 틀이 만들어지고 실행에 옮겨져야 노동시장 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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