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47. 기관들과 협업하라

  • 등록 2018-09-06 오전 6:00:00

    수정 2018-09-06 오전 6:00:00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대형 기업 위기가 발생하면 항상 정부기관과 규제기관이 개입하게 된다. 그들이 스스로 개입하고 싶어 개입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형 위기를 둘러싸고 끓어 오르는 여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개입하게 되는 경우들이 사실 더 많다 볼 수 있다.

정부규제기관은 법에 정해진 대로 그 기관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주체들이다. 그들의 개입에 대해 왜 개입하는가? 이 정도가 개입할 일인가? 아닌가? 등의 하소연은 기업 측에서 위기 시 아무 필요 없는 논의 주제다. 그런 당위성을 이야기할 시간에 미리 개입 가능성이 있는 정부규제기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 더 낫다.

최근 들어서는 그런 정부규제기관의 이슈 및 여론 민감성이 극대화 돼가고 있다. 여러 사례에서 보듯 정부규제기관은 특정 위기 발생 시 여론을 열심히 읽는다. 그리고는 때가 되면 여론에 부응하려 애쓴다. 일반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조치들을 반복 실행하며 자신만의 위기 개입을 가시화시킨다. 이에 능하다.

일단 그들은 영리하고 경험이 많다. 기업은 몇 년에 한 번 겪는 위기라 해도, 그들에게는 일 년에도 여러 번 다뤄본 위기다. 당연히 해당 위기와 관련한 기업의 움직임이나 대응방식을 손금 보듯 알고 있다. 가뜩이나 유사 위기 사례에 대해 벤치마킹도 하지 않는 아마추어(?) 기업들은 실제 비슷한 위기가 터지면, 경험 많은 프로 정부 규제기관에 그대로 속 모습을 드러내 버리고 만다. 그럴 수밖에 없다. 게임이 되지 않는 것이다.

기업 차원에서는 위기 시 나름 최선 다해 정부규제기관 대응에 만전을 기했다 생각한다. 로펌이나 전직 정부관계자들을 주변에 배치해 그들의 개입이나 조사를 방어하려 애쓴다. 그러나 쓰나미처럼 폭증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들어오는 정부규제기관을 막아낼 수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일부에서는 정부규제기관이 위기 시 기업에 보이는 과도한 행위를 비판하기도 한다. 반복적으로 퍼포먼스처럼 펼쳐지는 압수수색이라던가, 무리하게 기업 VIP나 관련자들을 연이어 소환한다거나, 불만 직원이나 위기와 관련된 특정 이해관계자들의 편을 들어 자신의 포지션을 강조하는 그런 행위들을 비판한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위기를 맞은 기업이 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기업에서는 당연히 위기가 발생하면 여론이 좋지 않게 된다는 것을 알 것이다. 여론이 좋지 않게 되면 정부규제기관이 개입할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도 이해한다. 이 밖에도 수많은 이해관계자 그룹들이 개입을 서로 다툰다는 것도 미리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일단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사전적 대비와 대응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 성패에 좀 더 나은 영향을 준다.

위기를 맞은 기업은 언론을 끌어안고, 언론의 지원을 받으려 노력해 보라 했다. 정부규제기관도 마찬가지다. 그들과 시종을 아우르는 관계와 커뮤니케이션은 위기관리 실행에 있어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그들에게 위법이나 탈법적 행위를 시도하라는 것이 아니다. 먼저 그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들의 니즈를 분석해서, 그들의 위기관리 방향성에 자사의 방향을 맞추는 노력을 기하라는 의미다.

그들이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들과 지속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어보자. 그들에게 ‘어떻게 하면 현 상황을 좀 더 낫게 관리할 수 있겠습니까?’ ‘언제 그런 조치들을 저희가 취하면 되겠습니까?’ ‘어느 수준에서 저희가 대응하면 가장 이상적일까요?’와 같은 질문을 해 조언을 얻어내려 애써보자.

이를 통해 정부와 기업은 최종에는 결국 윈윈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중간에서 잘 전달 공유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평시의 준비가 되겠다. 전체적으로 여론의 풍향 속에서, 언론의 지원을 받으면서, 정부규제기관과 협업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런 선진 기능과 경험을 보유하지 못한 기업에서는 위기 시 정부규제기관을 겉모습 그대로 대적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한다. “어떻게 막아내지?” “정부 개입을 법적으로 제동 걸 수는 없을까?” “법적으로 그럴 의무는 없으니, 정부요청에도 할 수 있는 데까지 버텨보지…” “그 기관장을 만나 볼까? 더 위 선에다가 줄을 대 볼 수 있는 커넥션은?” 그래서 그들은 이런 논의를 주로 한다.

더 나은 대응을 하는 기업들은 정부 규제기관에게 명분과 성과를 만들어 준다. 그에 따라 적절한 기업 대응으로 화답한다. 진작 가장 중요한 핵심은 커버하되 가시적 협업의 성과는 극대화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전략적으로 하이프로파일 시기와 로우프로파일 시기를 안다. 옛말에 이대도강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하여 넘어지다’라는 뜻이다. 가시적으로는 작은 손해를 보는 대신 실질적인 큰 승리를 거두는 전략이다. 위기 시 정부규제기관과의 협업은 상호 간 그러한 ‘이대도강’의 전략이 기반이 된다.

필자 정용민은 누구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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