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시장 '눈물의 손절'…어쩌다 밑지는 장사 나섰을까

[위클리M&A]
M&A 시장 '눈물의 손절' 속속 등장
인수금융 상환 임박…'이성적 판단'
버틸수록 손해다 판단에 매각 속도
밑지는 M&A 추가로 이어질지 관심
  • 등록 2022-09-17 오전 11:00:00

    수정 2022-09-17 오후 11:38:30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 중 하나가 ‘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잘 파는 것’이라는 말이다.

막상 적고 보니 너무 당연한 얘기처럼 읽힌다. 누군가는 ‘그걸 몰라서 그러느냐’며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고학력에 내로라하는 경력을 쌓은 M&A 시장 참여자들이 이 한 문장 성공 수행을 위해 야근과 스트레스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최근 M&A 시장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매각을 서두르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여의도 금융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대박 나면 수십 배 이득을 내지만, 반대로 투자 실패에 당장 직장이 없어질지 모르는 게 자본시장이다. 이 바닥에 있는 이들 모두가 그걸 알고 있고, 앞서 말한 그 대박을 그리며 리스크(위험)를 기꺼이 감수한다.

밤낮 가리지 않은 조사와 통찰력 때문일까.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최근 수년간 크게 잃지 않고 나름 알찬 결실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대형 운용사들이 몸집을 더 키우는가 하면 중견 운용사들도 속속 조 단위 펀드 조성 계획을 세우면서 대형 운용사로 도약하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시장 안팎에 이전에 보지 못했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끝이 안 보이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국면에 금리·달러의 인상 국면이 모두가 공통 원인으로 꼽는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M&A 시장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매각을 서두르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모건스탠리PE가 2011년 1114억원에 인수한 식음료(F&B) 업체 놀부는 지난달 투자목적특수회사 NB홀딩스 컨소시엄에 보유 중인 100% 지분 중 57%를 약 200억원에 매각했다. 산술적인 전체 기업가치는 약 400억원 안팎이다. 2011년 인수가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놀부는 인수 당시만 해도 700개 가까운 매장을 자랑하는 프랜차이즈였다. 그러나 외식 프랜차이즈 간 경쟁 심화가 지속되면서 재무 상태 악화가 이어졌다. 2016년 1200억원을 웃돌았던 매출은 2020년 절반 이하인 530억원 수준까지 추락했다.

당기순이익도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불거진 매각설까지 부인하며 매각 타이밍을 가늠했지만, 상황이 더 나빠지자 사실상 손절 매각을 단행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화장품 브랜드 ‘미샤’로 유명한 에이블씨엔씨 매각 절차에 나섰다. 매각 대상은 IMM PE가 보유한 에이블씨엔씨 지분 59.2%로, 업계에서 점치는 예상 매각가는 약 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총 4000억원을 투입해 현재 지분율을 확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절반 수준에 매각에 나선 셈이다. IMM PE는 1400억원 규모 인수금융 만기가 도래하자 투자자들과의 논의 끝에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세간에 알려진 ‘눈물의 손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간을 두고 후한 값을 인정해줄 원매자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M&A 시장에서 ‘밑지는 장사’가 나타난 것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M&A라는 비즈니스 활동이 빌린 돈으로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PEF 운용사들은 자체 자금으로 M&A를 진행하지 않는다. ‘쩐주’격인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투자를 집행하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얻는다.

빌린 돈으로 투자한다는 점은 갚아야 하는 기한이 정해져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통상적으로 PEF 운용사는 펀드 하나가 조성되면 5~10년 수준의 기간을 설정해놓고 운용을 진행한다. 정해진 기한 내 빌린 자금의 상환 시기를 맞추기 위해 매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좀 더 기다리면 기업가치가 뛸 텐데’ 하는 마음에 상환 시기를 유예하거나 다른 자금을 빌려 돌려막는 시나리오도 그려볼 수 있다. 그러나 돈을 빌려 앞서 빌린 돈을 갚은 구조가 건강하지 않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다른 투자 건에 피해를 전가하지 않는 전략이 더 이성적이다. 다른 투자 건으로 수익을 내서 손실을 메우면 된다는 전제도 깔렸다.

두 번째는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최근 분위기다. 자본시장 참여자 모두가 수긍하는 부분이 ‘현재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널 뛰는 금리와 달러가 언제쯤 안정세에 접어들 수 있을지 감이 안 온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희망 회로보다 의심이 익숙한 M&A 시장 특성을 감안할 때 최근 분위기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더 버텨봤자 반등할 여지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하루라도 빨리 매각에 나서는 게 현명할 수 있다.

위에 언급한 것 말고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심플하게 말해 투자에 실패한 것이다. 거액을 굴리는 PEF 운용사들도 속 사정을 보면 저마다 ‘아픈 손가락(투자처)’ 하나씩 있는 걸 보면 모든 M&A가 성공할 수는 없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문제는 앞으로다. ‘눈물의 손절’ 전조 증상을 보이는 M&A 시장에 밑지는 매각이 이어질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앞서 언급한 ‘아픈 손가락’들도 결국 남의 돈으로 투자한 매물이라는 점이다. 빌린 돈을 상환해야 할 시기가 그리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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