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하게 잘 풀리는 돈봉투 수사[검찰 왜그래]

이정근, 검찰 수사에 사실상 전폭협조 모드
검찰의 관대한 구형…'은밀한 협상' 있었나
당직자 줄소환 예정…죄수의딜레마 시작되나
  • 등록 2023-04-22 오전 10:10:10

    수정 2023-04-23 오후 7:54:58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야당 현역 의원 비리 수사는 난이도가 높은데다 자칫하면 ‘정치 탄압’이라는 역풍에 부닥칠 위험이 크지만, 이번 수사는 순풍을 타는 분위기입니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은 사업가 박 모 씨에게 불법 정치자금과 알선 대가로 약 10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은 이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했습니다.

검찰, 녹음파일 3만개 살피는데…이정근은 ‘뒷짐’모드?

이 씨는 통화 자동녹음 기능을 사용한 탓에 휴대전화엔 7년간의 통화녹음파일 3만개가 있었습니다. 검찰은 이들 녹음파일을 분석한 결과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6000만원 뇌물수수 의혹,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학영 의원의 취업청탁 의혹을 들춰냅니다.

검찰은 문제의 녹음파일을 계속 살펴보던 중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후보 캠프가 현역 의원들에게 9400만원을 뿌린 정황을 포착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습니다.

이들 과정을 놓고 야권 일각에서는 검찰이 ‘별건수사’를 했다고 지적합니다. 별건수사란 피의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정황을 이용해 다른 사건을 수사하는 행위로, 이는 위법한 증거수집 행위로 보기 때문에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녹음파일의 주인인 이 씨는 방어권 행사 차원에서 검찰이 모든 파일을 살피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이 경우 검찰은 확보한 증거들에 대해 일일이 사후영장을 받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합니다.

하지만 별건수사 지적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증거를 확보했다”며 증거능력을 자신했습니다. 검찰이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밟았는진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 씨가 검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방식으로 녹음파일 제공에 사실상 협조하면 문제가 없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입니다.

왠지 이정근에 관대한 검찰…수상한 거래 오갔나

이 때문에 각계는 검찰과 이 씨 간에 ‘유죄협상(플리바게닝)’이 이뤄진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유죄협상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내부 범죄를 증언하면 그 대가로 검찰이 형을 낮춰주기로 거래하는 것을 뜻합니다.

유죄협상은 미국·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이에 법원은 유죄협상을 통해 얻어낸 증거·진술의 효력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씨의 ‘10억원 불법수수’ 재판에서 검찰과 이 씨가 수상쩍은 관계를 맺은 듯한 정황이 드러납니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이 사건 결심 공판에서 이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뇌물의 액수가 상당한 점을 고려하면 알선수재 혐의 최대형량인 징역 5년을 구형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3년은 다소 적어보였습니다.

법원도 검찰의 구형이 석연치 않았는지 구형량보다도 높은 4년 6개월형을 선고하는 보기 드문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적정 기준에 맞춰 형량을 구형했는데 법원이 사안을 중대하게 본 것 같다”며 유죄협상 의혹에 선을 그었지만, 의심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습니다.

공교롭게도 대검찰청은 최근 유죄협상 도입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고, 참석자들은 부패범죄 수사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유죄협상이 도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각계의 비판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유죄협상 공론화·정당화에 나선 것인지, 이 씨 수사와 우연히 시기가 맞아떨어졌을 뿐인지, 진실은 검찰만 압니다.

민주당 관계자 줄소환 예정…죄수의딜레마 시작되나

어쨌든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다수의 의원과 당직자들은 조만간 줄줄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을 전망입니다. 당시 사정을 훤히 아는 또다른 인물이 검찰과 ‘협상’하고 수사에 협조할 가능성이 열려있는 셈입니다.

이는 공범의 죄까지 대신 폭로해서 자신은 비교적 가벼운 형을 받고, 공범만 큰 형벌을 받도록 한다는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와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한편 돈봉투 의혹의 ‘최윗선’으로 지목되는 송영길 전 대표는 이날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힐 예정입니다. 이정근 씨 녹음파일에서 드러난 송 전 대표의 개입정황은 비교적 뚜렷합니다. 검찰은 송 전 대표를 불러 무게감 있는 진술을 얻어야 수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근 발언을 인용한 뒤 “저희도 수사에 적극적인 협조가 있기를 바란다”며 송 전 대표에게 조속한 귀국을 촉구했습니다. ‘대장동 의혹’ 등을 놓고 사사건건 극한 대립을 빚어온 검찰과 이재명 대표가 한 목소리를 낸 아이러니한 광경입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