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낙농가·우유가공업체, 조연-정부 등이 혼연 일체가 된 `원유(原乳)가 협상 짜고치는 고스톱`이다. 아마 국내 영화 개봉 사상 최고의 흥행몰이가 이 영화가 아닌가 싶다.
`해운대`,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왕의남자`가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면 이 영화는 이들의 기록을 50여일만(협상기간)에 5000만명(전국민)을 돌파했다. 개봉 초 흥행이 안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 영화가 조연들의 빛나는 연기에 힘입어 놀라운 힘을 보여줬다.
주연들의 액션과 극적인 반전 등에 힘입어 전국민을 전율케 했다. 이 영화의 최고의 클라이막스는 원유 공급을 중단하면서 펼쳐진 낙농가와 우유가공업체들의 대치 장면이었다. 그리고 앤딩에선 극적인 타결과 함께 후속작이 나올 것이라는 여운까지 남기기도 했다.
정말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주연과 조연들의 합작품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모두다 만족했다.
더욱이 낙농가는 이번 협상을 진행하면서 원유 공급을 중단하면 어떠한 사태가 올 것이라는 것도 확실히 보여줬다. 따라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원유값을 올릴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또 다른 주연인 유업계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유업체들이 주장해 온 인상폭보다는 높았지만 나름 실속을 찾았다. 유업계는 내심 이번 기회를 이용해 그동안 반영하지 못한 인상 요인을 가격에 반영하겠다는 복선까지 깔아 두었다.
그런데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 `인질`로 잡혀있던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빠진 것이다. 소비자들을 철저히 배제한 채 협상은 끝나고 말았다. `원유대란`의 비용은 소비자의 몫으로 고스란히 넘어간 것이다.
소비자들은 하소연 한다. "그동안 원유가격을 동결했을 때에도 우유완제품 가격은 계속 올랐는데 그렇게 올려서 이익보고 담함해서 이익본 건 쥐뿔만큼도 얘기안하냐고?"
올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개월 연속 4%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서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