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블록버스터 `원유(原乳)대란`

`원유가 협상 짜고치는 고스톱` 50여일만 5천만 돌파
  • 등록 2011-08-23 오전 8:16:48

    수정 2011-08-23 오전 8:16:48

[이데일리 이성재 기자] 최근 개봉해 전국민들에게 화제가 된 영화가 있다.

주연-낙농가·우유가공업체, 조연-정부 등이 혼연 일체가 된 `원유(原乳)가 협상 짜고치는 고스톱`이다. 아마 국내 영화 개봉 사상 최고의 흥행몰이가 이 영화가 아닌가 싶다.

`해운대`,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왕의남자`가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면 이 영화는 이들의 기록을 50여일만(협상기간)에 5000만명(전국민)을 돌파했다. 개봉 초 흥행이 안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 영화가 조연들의 빛나는 연기에 힘입어 놀라운 힘을 보여줬다.

주연들의 액션과 극적인 반전 등에 힘입어 전국민을 전율케 했다. 이 영화의 최고의 클라이막스는 원유 공급을 중단하면서 펼쳐진 낙농가와 우유가공업체들의 대치 장면이었다. 그리고 앤딩에선 극적인 타결과 함께 후속작이 나올 것이라는 여운까지 남기기도 했다.

정말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주연과 조연들의 합작품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모두다 만족했다.

주연을 맡은 낙농가는 이번 영화를 통해 취할 이득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 이들이 주장한 리터당 160원 인상안이 최대 138원으로 타결되면서 양측은 우유 대란을 막자는 의지까지 보여주면서 영화의 흥미를 더욱 높였다.

더욱이 낙농가는 이번 협상을 진행하면서 원유 공급을 중단하면 어떠한 사태가 올 것이라는 것도 확실히 보여줬다. 따라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원유값을 올릴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또 다른 주연인 유업계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유업체들이 주장해 온 인상폭보다는 높았지만 나름 실속을 찾았다. 유업계는 내심 이번 기회를 이용해 그동안 반영하지 못한 인상 요인을 가격에 반영하겠다는 복선까지 깔아 두었다.

조연급인 정부는 이를 지켜보면서 방관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결국 영화는 극적인 타협안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런데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 `인질`로 잡혀있던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빠진 것이다. 소비자들을 철저히 배제한 채 협상은 끝나고 말았다. `원유대란`의 비용은 소비자의 몫으로 고스란히 넘어간 것이다.

소비자들은 하소연 한다. "그동안 원유가격을 동결했을 때에도 우유완제품 가격은 계속 올랐는데 그렇게 올려서 이익보고 담함해서 이익본 건 쥐뿔만큼도 얘기안하냐고?"

올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개월 연속 4%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서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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