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의 씨네룩]'모가디슈' 팬데믹에 개봉하는 자신감의 근거는?

씨네LOOK…'모가디슈'
'액션 거장' 류승완 신작
모가디슈 내전 실화…이념 초월한 생존
고퀄리티 비주얼·사운드…카체이싱 백미
  • 등록 2021-07-27 오후 2:44:46

    수정 2021-07-27 오후 2:44:46

‘모가디슈’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한 지 어느 덧 1년 반, 그 사이 우리의 일상은 확연히 바뀌었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이동의 자유가 제한됐다. 영화를 보는 것도 쉽지 않다. 극장이 기피 시설이 되면서 관객이 사라지고 영화가 사라졌다. 일부 영화는 생존을 위해서 극장이 아닌 OTT를 택했다.

그래서 영화를 극장이 아닌 OTT로 보게 됐다. 웬만큼 몰입감 좋은 영화가 아니면 2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집중해서 보기가 쉽지는 않더라. 모바일에 익숙한 이들에게 OTT는 효율적인 플랫폼일 수 있겠지만, OTT가 극장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리라는 게 개인적 견해다.

극장과 OTT가 공존하게 될 시대에 영화는 어떻게 변해갈까. 극장 영화, 비(非)극장 영화로 플랫폼에 따라 영화가 구별될 것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중론인데 그렇게 된다면 ‘모가디슈’는 명백히 전자다.

‘모가디슈’는 ‘부당거래’ ‘베를린’ ‘베테랑’ 등을 통해 ‘액션 거장’으로 입지를 굳힌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이 벌어져 주재 대사관들이 습격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남북 대사관 직원들이 생사를 건 탈출을 했는데 영화는 이를 그린다.

총 제작비 200억원대. 영화는 시작부터 한눈에 담기 힘든 대규모의 비주얼과 역동적인 사운드로 위용을 과시한다. 광활한 하늘 아래 탁 트인 모가디슈 해안 전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작열하는 태양이 낮과 밤 하늘에 수놓는 황홀한 채광에, 두둥 심장을 두드리는 북소리가 이국의 흥취를 돋운다.(참고로 영화는 여행 금지 지역인 모가디슈를 대신해 모로코에서 100% 촬영했다)

흥을 돋우던 이국의 정취는 내전의 서막이 오르며 순식간에 분위기를 뒤바꾼다. 바레 정권의 독재에 반발해 시위가 일어나고,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이 본격화하며 탈출극이 숨가쁘게 펼쳐진다. 총격전이 난무하는 약탈과 학살의 현장. 그것을 가까이 포착한 화면은 내전의 한복판으로 몰아붙인다. 후반부 카체이싱 장면은, 장르 영화의 대가인 류승완 감독의 장기가 빛을 발한다. 리얼리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최대치의 긴장감과 박진감을 뽑아낸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미덕은 사건을 대하는 감독의 객관적 태도다. 영화는 바레 정권과 그 대척점에 있는 반군은 물론 그로 인해 고통받는 민간인조차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화면에 담는다. 특히 자신의 키만 한 총을 들고 발포해대며 깔깔거리는 소년병에 대한 담담한 묘사는 생지옥과 다름없는 내전에 대한 감독의 냉철한 시선이 담겼다.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담백하다. 탈출을 위한 남북의 공조는 한민족, 한동포를 앞세워 남북관계를 설정해온 수많은 영화들과 조금 결을 달리한다. 이념과 체제가 다른 남과 북이 손을 맞잡는데, 이는 생존을 위해서다. 그 끝에 맞게 되는 결말은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진한 잔상을 남긴다.

생존 앞에 이념은 무력한 법이다. 영화 속에 그려진 남북관계가 현실과 상이한 측면이 있지만, 이 지점에서 국가적 재난 시국에도 이념대립으로 분열과 반목이 심화하는 오늘날의 한국사회와 겹쳐 보인다면 지나칠까.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는 것은 팬데믹 영향이 컸지만 볼만한 영화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볼만한 영화에 대한 기준은 제각각이지만 그간 오락성과 완성도를 갖춘 작품들이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모가디슈’는 그런 영화다. 개인적으로는 캐릭터 활용에 대한 소소한 아쉬움도 있지만, 빼어난 만듦새와 풍부한 재미, 거기다가 그 재미를 휘발시키지 않는 의미까지 놓치지 않은 단언컨대 ‘올해의 영화’다.

별점 ★★★★(★ 5개 만점, ☆ 1개 반점). 감독 류승완. 러닝타임 121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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