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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영화를 극장이 아닌 OTT로 보게 됐다. 웬만큼 몰입감 좋은 영화가 아니면 2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집중해서 보기가 쉽지는 않더라. 모바일에 익숙한 이들에게 OTT는 효율적인 플랫폼일 수 있겠지만, OTT가 극장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리라는 게 개인적 견해다.
극장과 OTT가 공존하게 될 시대에 영화는 어떻게 변해갈까. 극장 영화, 비(非)극장 영화로 플랫폼에 따라 영화가 구별될 것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중론인데 그렇게 된다면 ‘모가디슈’는 명백히 전자다.
‘모가디슈’는 ‘부당거래’ ‘베를린’ ‘베테랑’ 등을 통해 ‘액션 거장’으로 입지를 굳힌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이 벌어져 주재 대사관들이 습격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남북 대사관 직원들이 생사를 건 탈출을 했는데 영화는 이를 그린다.
총 제작비 200억원대. 영화는 시작부터 한눈에 담기 힘든 대규모의 비주얼과 역동적인 사운드로 위용을 과시한다. 광활한 하늘 아래 탁 트인 모가디슈 해안 전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작열하는 태양이 낮과 밤 하늘에 수놓는 황홀한 채광에, 두둥 심장을 두드리는 북소리가 이국의 흥취를 돋운다.(참고로 영화는 여행 금지 지역인 모가디슈를 대신해 모로코에서 100% 촬영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미덕은 사건을 대하는 감독의 객관적 태도다. 영화는 바레 정권과 그 대척점에 있는 반군은 물론 그로 인해 고통받는 민간인조차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화면에 담는다. 특히 자신의 키만 한 총을 들고 발포해대며 깔깔거리는 소년병에 대한 담담한 묘사는 생지옥과 다름없는 내전에 대한 감독의 냉철한 시선이 담겼다.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담백하다. 탈출을 위한 남북의 공조는 한민족, 한동포를 앞세워 남북관계를 설정해온 수많은 영화들과 조금 결을 달리한다. 이념과 체제가 다른 남과 북이 손을 맞잡는데, 이는 생존을 위해서다. 그 끝에 맞게 되는 결말은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진한 잔상을 남긴다.
생존 앞에 이념은 무력한 법이다. 영화 속에 그려진 남북관계가 현실과 상이한 측면이 있지만, 이 지점에서 국가적 재난 시국에도 이념대립으로 분열과 반목이 심화하는 오늘날의 한국사회와 겹쳐 보인다면 지나칠까.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는 것은 팬데믹 영향이 컸지만 볼만한 영화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볼만한 영화에 대한 기준은 제각각이지만 그간 오락성과 완성도를 갖춘 작품들이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별점 ★★★★(★ 5개 만점, ☆ 1개 반점). 감독 류승완. 러닝타임 121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7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