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1년…'햄릿형 리더십'에 무너진 法

김명수 대법원장 25일 취임 1주년 맞아
"검찰수사 협조" 재판거래 의혹수사 절충안 모두 불만
대법관 다양화 등 개혁 성과, 사법농단 의혹에 묻혀
  • 등록 2018-09-25 오전 8:30:00

    수정 2018-09-25 오후 5:42:57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25일 사법부 신뢰 추락이라는 위기 속에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지난 1년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그의 ‘햄릿형 리더십’이 사법 개혁을 기대했던 이들과 법원의 안정을 바라는 양쪽으로부터 모두 불만을 사고 있다.

김 대원장은 취임 첫 일성으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추가조사하겠다는 밝혔다. 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블랙리스트는 없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의지였다. 블랙리스트를 타깃으로 한 조사는 재판거래로 확산했다. 지난해 11월 초 실시한 추가조사를 통해 공개된 법원행정처 컴퓨터 파일들을 통해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진상조사위가 비밀번호가 걸려있는 문건을 조사하지 못하자 김 대법원장은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3차 조사에 나서 재판거래 정황이 담긴 문건을 대량으로 확보했다. 묻힐 뻔 했던 사법농단 의혹이 대외적으로 드러난 것은 김 전 대법원장 결단 덕분이다.

누구도 만족 못한 재판거래 의혹 수사 절충안

하지만 특별조사단이 3차 조사결과 ‘형사조치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김 대법원장을 향한 비판이 고개를 들었다. 강도 높은 검찰 수사를 바랐던 이들은 ‘면죄부 부여’라고 비난했고 김 대법원장은 이에 “형사고발까지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법원 안정을 바랐던 이들은 김 대법원장이 자체 조사 결과를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이 임명한 사람(안철상 대법관)을 단장으로 특별조사위를 구성하고 거기서 형사조치를 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말을 바꿨다”며 “자기 모순”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의혹을 둘러싼 법원 안팎의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동안 여론은 더 악화했다. 장고에 들어갔던 김 대법원장은 6월초 “형사조치는 하지 않는 대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나름의 절충안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이 절충안은 양 진영 모두의 불만을 샀다. 특히 법원행정처가 자료 제출을 두고 검찰과 줄다리를 하면서 ‘적극 협조’ 약속이 말뿐인 구두선 (口頭禪)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법원 협조를 포기한 검찰이 요청한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이 90%에 달하자 법원이 검찰수사를 방해한다는 비난까지 쏟아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영장 기각을 이유로 대법원장을 비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대법원장이 판사들의 판단에 영향력을 행사하길 바라는 것인 만큼 재판거래과 차이가 없는 요구”라고 말했다. 다만 대법원장 직속 행정조직인 법원행정처가 자료 임의제출에 소극적이었던 것에 대해서는 김 대법원장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사법농단 의혹에 묻힌 사법개혁 성과

양승태 사법부가 남기고 떠난 사법농단 의혹 탓에 김 대법원장의 성과가 묻힌 측면도 있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 인선과 관련 대법원장의 심사 대상자 제시 권한을 폐지하고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했다. 김선수 대법관 같은 재야 법조계 인사가 대법관으로 수혈됐고 여성 대법관도 4명으로 늘었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 줄세우기 병폐를 낳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도 약속했다.

취임 1년간 사법농단 수렁속에서 헤매던 김 대법원이 던진 승부수는 제도개혁이다. 그는 지난 20일 행정권 남용의 근원지인 법원행정처 폐지와 행정처 탈판사화, 지속적인 사법 개혁 추진을 위한 외부 인사 참여 기구 구성 등의 방안을 내걸었다.

하지만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다. 민변 소속 한 변호사는 “사법부 개혁 방향에 대해 좀 더 분명한 내용을 일찍 제시했어야 했다”며 “재판거래 의혹으로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졌는데 절박함이 부족하지는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법부 내외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적이고 상향식의 사법개혁만이 진정한 사법개혁이라는 게 김 대법원장의 소신”이라며 “민주적 개혁을 추진하고 개혁과제에 법률개정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1년 개혁의 가시적 성과가 부족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 박결, 손 무슨 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