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의 씨네룩]'승리호', 韓감성 두른 우주 블록버스터

  • 등록 2021-02-05 오후 5:08:27

    수정 2021-02-05 오후 5:08:27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코로나19 시대 속 우주 콘텐츠들의 진격은 과연 우연일까. 장기적 불황에 바이러스 감염 위험까지 닥치며 일상까지 멈춰버린 지금, K-콘텐츠들이 답답한 현실을 피해 우주로 향한다. ‘승리호’ ‘고요의 바다’ ‘더 문’이 우주를 담는다. 그 첫 주자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 2억명의 시청자들에게 공개되는 ‘승리호’다.

‘승리호’는 2092년의 근미래를 배경으로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뒤 위험한 거래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화려한 캐스팅으로 일찌감치 관심을 모았다.

무엇보다 ‘승리호’는 한국영화에서 첫 시도하는 우주 블록버스터로 관심도가 남다르다. ‘승리호’의 성패가 동일한 부류의 후속 작품들에 영향을 미치는 데다가 ‘승리호’의 성공으로 한국영화의 새로운 활력과 도약도 기대돼서다.

우주 블록버스터는 미지의 공간을 펼치는 시각적 효과가 중요하다.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기술력과 그에 따른 막대한 자본을 필요로 한다. 지금까지 우주 블록버스터가 할리우드의 전유물처럼 여겨진 이유며, ‘승리호’의 순 제작비가 200억원에 이르게 된 이유다.

‘승리호’의 우주 비주얼은 할리우드와 비교해도 손색 없는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광활한 우주에서 우주쓰레기를 차지하기 위한 청소선들의 레이스나 후반부 대규모 전투 장면은 속도감과 함께 스릴이 충만하다. 새로운 문명과 생명, 기회의 땅으로 묘사된 우주와 빈곤과 기아, 우주쓰레기의 충돌 위협으로 죽음의 땅으로 그려진 미래 지구의 대비도 볼거리다. 사후 세계를 보여준 ‘신과 함께’에 이어 또 한 번 진일보한 한국 VFX 기술력의 놀라운 성취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승리호’에는 한국적이라고 할 만한 익숙한 정서가 배어있다. 영화 중반 이후 주인공의 숨은 사연이 공개되며 차가운 질감의 우주 블록버스터에 온기를 더한다. 지금까지 봐온 많은 할리우드 우주 블록버스터들과 차별화된 지점이다. 할리우드 우주 블록버스터가 지구 평화와 인류애라는 대의를 위해서 기꺼이 희생하는 개인의 영웅적 면모를 부각시켰다면 ‘승리호’는 가족애와 정(情)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동기로 인물들을 움직이게 한다. 등장 인물들도 인생의 밑바닥에 내쳐진 실패자들로 우주쓰레기를 청소하며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삶을 산다. 빚만 잔뜩 지고 산 우주선에서 먹고 자는 그들의 삶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집은 얻은 현대인의 삶과 교차하며 이입하게 한다. 그런 루저들이 힘을 합해 가족을 지키고 결과적으로 지구까지 지켜내는데 그 과정이 예측 가능하고 어쩔 수 없이 코끝을 시큰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승리호’는 한국적 감성을 두른 우주 블록버스터다. 감정의 과잉을 불편하게 여기는 분위기 속에서 ‘승리호’는 한국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또 전 세계의 시청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별점 ★★★(★ 5개 만점, ☆ 1개 반점). 감독 조성희. 러닝타임 136분. 등급 12세 관람가. 넷플릭스 공개 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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