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부부 3년수입 다 합쳐도 감당 못해” 미친 전셋값

  • 등록 2010-12-26 오후 4:13:27

    수정 2010-12-26 오후 4:13:27

[경향닷컴 제공] 벤처회사에서 일하는 조모 부장(42)은 요즘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다. 3년 전 입주한 서울 강동구 고덕동 시영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재건축 조합 계획대로라면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방을 빼야 한다. 문제는 3년 사이에 전세값이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낡은 재건축 아파트라는 이유로 주변 시세보다 싼 1억1000만원에 방 2개짜리 76㎡형 아파트에 전세를 들었다. 그러나 지금 인근 아파트의 같은 평형 전세가격은 2~3년 전에 비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 이상 올랐다. 평수를 줄여 56㎡로 이사를 가더라도 1억 5000만원정도가 더 있어야 하는 것이다.

조 부장은 “3년간 우리 부부가 맞벌이로 번 소득을 고스란히 모아도 감당할 수 없는 액수”라며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갈 아들을 생각하면 이곳에 계속 살고 싶지만 보증금 인상분을 마련할 길이 없어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보증금 2500만원, 월세 25만원을 주고 성동구 마장동에 살던 김향미씨(44)는 지난 6월 월세를 5만원 올려주기로 하고 집 주인과 재계약했다. 김씨가 사는 집은 2층 건물의 반지하에 있는 23평 남짓한 크기다. 컴퓨터 관련 사업을 하는 남편과 중3, 초6 아들 둘과 함께 살고 있다.

남편 수입이 일정치 않아 공장 월세 70만원과 집 월세 30만원에 두 아들 학원비 60만원을 매달 내고 나면 네 식구 가정을 꾸려가기가 쉽지 않다. 김씨는 “1년 계약이어서 내년 6월에 또 만기가 돌아오는데 더 올려달라고 하면 정말 큰 일”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전·월세값 급등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보증금 1억 미만에 세들어 사는 서민층의 타격이 크다. 이들은 한부모 가정이거나 임시직·일용직 등을 전전하며 수입이 일정치 않은 가장들이 많다. 이들은 수천만원에 이르는 집 주인의 보증금 인상 요구를 감당하지 못해 월세로 돌리거나 지하방이나 작은 크기의 주택, 서울 외곽·수도권 등지로 밀려나기 일쑤다.

26일 서울 광진구 군자동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이 일대 빌라는 전세 물건이 나오기가 무섭게 거래되고 있다. 전세 물건은 별로 없는데 수요자는 줄을 서 있기 때문이다. 전용면적 39~49㎡ 빌라가 1억2000만~1억8000만원선이다. 2년전에 비하면 모두 1000만~2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다른 지역도 다 올랐고 중개수수료나 이사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웬만큼 올려달라는 주인 요구는 세입자들이 다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중곡동의 ㄷ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2년 전 2500만원이면 전세거주가 가능했던 방 2개짜리 다가구주택 지하방도 지금은 3500만원부터 7000만원은 줘야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노후주택과 서민층이 몰려있는 서울 서남부 지역도 상황이 심각하다. 관악구 봉천1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이철영씨는 “2년 전 2500만원하던 전세보증금이 지금은 4000만원 정도 한다”며 “경기침체로 소득수준은 그대로이거나 하락하면서 생활고가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에 따르면 원룸이나 방 한 칸짜리 주택 등은 거의 월세다. 이씨는 “강남, 목동 등 인기지역의 전세가격 폭등이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몇 천만원짜리 전세보증금까지 수천만원이 뛰어오르는 기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관악구 미성동 일대 일반주택들은 전용면적 12평의 경우 2년 전에 비해 보통 1000~2000만원 올랐다고 지역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이 지역 일반주택은 12평은 보통 전세 6000만원, 15평은 8000만~9000만원, 18평은 1억~1억2000만원선에서 거래된다.

온나라 공인중개사사무소 김성수 대표는 전세대란의 원인을 정부 정책의 실패와 부화뇌동 심리에서 찾았다. 정부가 신혼부부, 서민들을 위한 전세자금 대출 제도를 내놓으면서 전세수요가 폭발한데다 강남 등 버블세븐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이 지역 주택 소유주들이 덩달아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천구 시흥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6000만원짜리 다세대주택에 전세 살아야 할 서민들이 빚내서 1억2000만원짜리 아파트로 들어가도록 정부가 부추기고 있다”며 “말이 전세지 은행에 월세주고 사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30년 이상된 다가구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금천구 독산3동 은하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옆집에서 전세보증금 몇 백만원 올려받았다는 얘기가 들리면 ‘나도 올려받고 보자’는 분위기”라며 “감당할 수 없는 세입자들은 냄새나고 습기찬 지하단칸방으로 내려가거나 시흥이나 안산 등지로 밀려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저소득층·서민들이 밀집해있는 재개발지역 인근 지역은 전세도 문제지만 월세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집 주인의 전세가격 인상 요구를 감당할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한 마음에 월세 전환에 동의했지만 매달 꼬박꼬박 월세를 내지 못해 의무계약 기간(2년)을 못 채우고 도중에 이사를 가는 가구도 많다. 이조차 감당할 수 없는 세입자들은 더 작은 평수로 옮겨가거나 정든 주거지를 떠나 서울 외곽으로, 경기도로 점차 밀려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노동당 민생희망본부 이은정 부장은 “단독·다가구주택 소유자들이 은행이자보다 이득인 월세를 선호하고 세입자들도 이사비용이 부담스러워 계약연장에 나서면서 전세물건은 더 귀해져 가격이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웬만한 재개발 인근 지역에서는 이제 전세보증금 1억 미만 집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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