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석동 "위기 장기화..완전 수습엔 오래 걸릴 것"

"2008년과는 다른 실물경제 문제..美·유럽·中·日 등 모두 어려워"
"가계부채·저축은행 부실 등 현안 산적..욕먹더라도 반드시 해결"
  • 등록 2011-08-21 오후 10:18:41

    수정 2011-08-22 오전 8:21:30

 김석동(사진)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취임 후 8개월간 숨가쁜 행보를 이어왔다. 곯을대로 곯은 저축은행 부실에 메스를 가했고 외환은행과 우리금융 매각 문제도 도마위에 올려 놓았다. 오랜 난제인 가계부채와 은행 외화 건전성 문제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해법마련에 나섰다. 대형 투자은행(IB)과 헤지펀드를 키우겠다며 자본시장법도 뜯어고쳤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저축은행 사태는 영업정지 과정에서 엇박자를 냈고, 우리금융 매각은 또 다시 물거품이 됐다. 가계부채와 외화 건전성 대책 모두 은행들의 조직적인 반발로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대형 IB와 헤지펀드의 등장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많다.   그래도 그는 “보람 있었다”고 말한다. 외부충격에 취약한 한국경제의 체질개선을 위해 모두 필요한 선제조치였다는 신념 때문이다. 우리금융 매각도 비록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제대로 된 매각방향을 잡기 위한 훌륭한 논의의 장이 됐다고 그는 믿는다.

`영원한 대책반장`의 귀환을 기다렸다는 듯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는 유럽 재정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면서 이미 또 다른 위기를 직감했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됐을 뿐이라는 거다.   김 위원장은 “97년 외환위기 당시엔 태풍이 몰아치는 벼랑 끝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며 "하지만 요즘은 태풍속에서도 제법 든든한 집안에 있는 것 같다"고 국내 경제상황을 비유했다. 그는 "최근의 경제위기에 그나마 잘 대응하고 있다"며 단호하고 확신에 찬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다음은 김석동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 2008년엔 금융버블이 붕괴되면서 짧고 굵게 충격이 오면서 상대적으로 빨리 수습됐다. 하지만 이번엔 실물경제가 문제다. 유럽과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4대 경제권이 모두 상황이 어렵다. 실물경제에서 비롯된 만큼 완전히 수습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데 ▲ 기관의 비중이 너무 낮다. 특히 연기금은 2.5%밖에 안된다. 반면 외국인 투자비중은 30%를 넘는다. 증시가 환율을 거쳐 금융시장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증시안정을 위해선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 외국인을 대체할 수 있는 투자주체로 만들어야 한다. 장기 투자상품에 대한 세제혜택 등 간접 투자상품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장기 적립식은 국민연금을 보완할 수 있는 훌륭한 금융상품이 될 수 있다.   - 은행권에 고배당 자제를 권고했는데 ▲ 올해 많이들 벌었다. 여건이 좋은 만큼 부실을 정리하고, 대손충당금도 많이 쌓아 충분히 대비하라는 의미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가 그걸 못하면 자격이 없다.(건전성이 악화하면) 은행이 망할 수도 있는데 투자자나 주가 때문에 (자본확충 등 필요한 조치를 능동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고정금리 대출 전환도 난항을 겪고 있는데 ▲ 일부 은행이 한도를 초과한 뒤 갑자기 모든 대출을 중단한 것은 문제가 있다. 대출심사를 엄격히 해서 한도를 지켜나가면 된다. 가계부채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면 중소기업으로 유동성이 흘러들어 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고정금리 전환 역시 외부충격에 대한 대응능력 제고와 가계부채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선 필수적이다. 현재 은행별 목표 비율을 제출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길 기대한다.   -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범위는 ▲ 경영진단이 진행 중인 만큼 현재 구조조정 범위를 예상하긴 어렵다. 경영진단 기간 중 자구노력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경영 정상화가 어려운 저축은행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다.    -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 최종 유죄로 결론나면 외환은행 처리 방향은 ▲ 론스타가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은행법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에 따라 관련 조치를 취할 것이다.   - 금융회사 지배구조개선법을 마련중인데 ▲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의 독립성과 감시기능 제고, 이사회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기능도 개선해야 한다. 경영 지배구조는 제도 개선만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으며, 금융회사의 인식과 관행개선 등 자체적인 노력도 중요하다.   - 종합금융투자회사와 헤지펀드 등이 제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나 ▲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자본시장과 산업이 자율의 기반 위에서 혁신적인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과정이다. 종합금융투자회사는 신생기업 발굴과 기업자금 중개 등의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고 헤지펀드 역시 다양한 투자기회 제공과 함께 신성장 분야로의 원활한 자금흐름을 유도할 수 있다.  
- 바람직한 금융감독 체계 개선방향은 ▲ 현 감독체계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만들어졌다. 이 시스템으로 2008년 금융위기를 훌륭히 극복했다. 저축은행 부실 역시 한 두해 생긴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봐야 한다. 저축은행 부실을 검사감독 문제만으로 귀결시키긴 어렵다.

- 금융권 4대 천왕이 회자되고 있는데 부담스럽지 않나 ▲ 뭐가 부담되겠나. 필마단기(匹馬單騎)로 30년간 야전생활을 했다. 두려울 게 없다.

- 취임 후 성과에 비해 과속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데 ▲ 과속이 아니라 마음이 급하다. 산적한 숙제를 외면할 수 없었다. 저축은행도, 가계부채도 그냥 놔둘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우리금융도 올해를 넘기면 팔기 어렵다고 봤다. 이번에 모든 문제들을 수면 위로 올렸다. 그냥 지나가면서 적당히 갈 수도 있다. 칭찬받을 수 있는 일이 없고, 이해 관계자들이 다 싫어하는 일만 했다. 평상시라면 인기있는 일을 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어쩔 수 없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경제·금융분야의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경제관료다. 강력한 추진력과 시원스런 일처리는 고유의 트레이드 마크다. 경제위기가 닥칠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장해 `대책반장`, `해결사` 등의 별칭을 갖고 있다. 실제로 5.8부동산 특별대책 반장(1990년)과 금융실명제 대책반장(1993), 부동산 실명단 총괄반장(1995), 금융개혁법안 대책반장(1997) 등 굵직굵직한 정책의 실무처리를 총괄했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땐 옛 재정경제원 외화자금과장으로, 2003년 카드대란 당시엔 옛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땐 옛 재정경제부 1차관으로서 위기의 현장에서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했다.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발언으로 유명한 그는 시장의 실패에 대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인터뷰 = 송길호 금융부장 정리 = 김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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