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부동산공화국]②건설사..중소업체 뿌리째 뽑히다

`지으면 팔린다` 관성에 젖어 위기 자초
상시적인 시장 구조조정 예상
  • 등록 2010-08-03 오전 11:23:05

    수정 2010-08-03 오전 11:23:05

[이데일리 박철응 기자]굴렁쇠는 멈추면 쓰러진다. 멈추지 않을 것 같던 부동산 불패 신화가 `일단 멈춤`하면서 한국 사회도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거래가 중단되면서 부동산시장은 공황 상태다. 빚을 내 `막차`를 탄 가계는 불어나는 손실에 휘청거리고, 건설업체들은 쌓여가는 미분양과 입주 거부에 몸살을 앓는다. 매머드급 도시계획들은 좌초 위기를 맞았고 정부는 대책 마련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흔들리는 부동산공화국의 실태를 각 부문별로 진단해 본다. [편집자]
 
"건설업계에서는 이미 3~4년 전에 위기의 전조를 느꼈지만 멈출 수가 없었죠. 그동안 어찌됐든 짓기만 하면 팔리고 돈을 벌 수 있었으니까요. 불패의 관성에 젖어있었던 겁니다" 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의 얘기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는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감옥에서 탈출했지만 너무 높이 날지 말라는 아버지의 경고를 잊은 채 높이 날다 햇볕에 녹아 바다에 떨어지고 말았다.

건설업체들은 부동산 열풍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했고, 그러다보니 수요 조사 없이 대규모로 사업을 벌여왔다. 너무 높이 난 것이다.

◇ 입주 거부 몸살..분양 연기 속출

실제로 건설업계는 2007년 말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대거 밀어내기 분양에 나섰는데, 올 들어 입주가 시작되면서 곳곳에서 진통을 빚고 있다.

고분양가 논란을 빚은 단지를 중심으로 입주 예정자들이 분양가 인하, 잔금 유예 등을 요구하며 입주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입주 대란`이란 말이 무색치 않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뭐든 사업을 벌여야 회사가 돌아가는데, 섣불리 나서기엔 리스크가 너무 큰 상황이다.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에서 분양 공급된 새 아파트는 9만8000여가구로, 당초 건설업계가 계획했던 물량의 62%에 불과하다. 미분양 공포로 인한 분양 연기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내려앉으면서 건설업계는 앞이 안보이는 `시계 제로`의 상황이다. 미분양과 미입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이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라는 칼날이 되서 목을 겨눈다.
◇ `악성` 미분양 증가..PF 부실 칼날

전국적으로 미분양 주택은 2005년 말 5만7200가구에서 2008년 말 16만5600가구 규모로 3배 가량 폭증했다.

이후 감소세를 보여 지난 6월 말 현재 11만가구 규모로 줄었지만, 문제는 준공이 끝난 이후에도 분양이 되지 않는 `악성` 미분양이 2008년 12월 4만6400가구에서 지난 6월 말 5만1200가구로 오히려 늘었다는 것이다. 또 수도권 미분양 역시 같은 기간 2만6900가구에서 2만8200가구 규모로 늘었다.

건설업계에서는 시행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사업비를 조달하고 시공사가 지급보증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렇듯 미분양이 쌓이자 PF 부실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 (출처=금융감독원)

 2008년 6월 78조9089억원 규모이던 금융권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82조4356억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연체율은 3.58%에서 6.37%로 껑충 뛰었다. 실제로 부실화된 건설업체들은 주택 위주의 사업을 해오다 밀려오는 PF 대출 원리금 부담을 견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되자 금융당국은 건설업 PF 부실이 금융권으로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 MB정부 3차례 구조조정..52개 건설사 `철퇴`

최근에는 미분양 뿐 아니라 미입주가 건설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06~2007년 부동산 경기가 활황일 때 대거 아파트를 계약한 입주 예정자들이 막상 입주할 시점이 되자 가격 하락과 거래 부진으로 입주를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이다.

입주와 함께 잔금이 들어와야 PF를 청산한다는 점에서, 미입주는 건설사들에게 보다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 위기 탈출을 위해 건설 투자를 늘리는 한편, 구조조정도 피할 수 없었다. 3차례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모두 52개 건설사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퇴출의 운명을 맞았다.

대상 기업은 대부분 `주택 전문`이라는 꼬리표를 단 업체들이며 지난 6월 3차 구조조정에서는 14개 시공사 외에도 17개의 부동산 시행사가 포함되기도 했다. 17개 중 14개가 퇴출 등급을 받았다.

김포 신곡지구 개발을 진행한 새날의 경우 지난 4월 대출 이자를 내지 못하는 등 자금난을 겪은 끝에 연대보증을 섰던 신동아건설, 남광토건과 함께 동반 워크아웃에 돌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조조정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유상호 LIG증권 연구원은 지난 6월 3차 구조조정 직후 보고서에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이미 부도처리됐거나 워크아웃이 시작된 기업, 시공능력 150위권 이하의 기업"이라며 "건설업 업황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낮은 수준에 그쳤다"고 평가한 바 있다.

◇ 건설업 비중 OECD 최고..상시 구조조정

우리나라의 건설업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은 계속돼 왔다. 경제개혁연대가 2008년 10월 조사한 OECD 회원국들의 GDP 대비 건설업 부가가치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는 1995~2006년 평균 8.80%로 1위를 차지했다. OECD 30개 회원국 평균 5.48%의 1.6배 수준에 이른다.

2001~2006년을 놓고 보더라도 8.03%로 스페인(9.40%)에 이은 2위이며 전체 평균 5.53%보다 월등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출처=삼성경제연구소)
이는 정부가 경제위기 때마다 건설업을 경기 부양 용도로 활용했다는 점이 일정부분 작용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체 건설투자에서 정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7년 22.3%에서 2000년 30.8%로 정점을 이뤘다. 2000년 이후에는 하락세를 보였으나 금융위기를 계기로 다시 급상승해 지난해 28.4%까지 올랐다.

이제 건설업계의 절실한 당면과제는 주택 부문을 줄이고 플랜트와 해외 사업 강화 등 다각화다. 매출에서 주택 사업 비중이 60%에 달하는 대표적인 주택업체 현대산업개발이 최근 플랜트와 해외 사업팀을 강화하는 것이 상징적인 사례다.
 
이런 점에서 보면 향후 건설업계는 전체적인 파이는 줄어들면서 비교적 사업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인 대형 업체들의 비중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찬형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선진국 사례를 보더라도 경제가 발전하면서 건설업 비중은 작아지기 마련"이라며 "일률적인 아파트 위주 사업에서 벗어나 고령화와 1~2인 가구 증가에 맞춘 다양한 상품 개발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수요 예측 없이 아파트에 올인한 건설업체와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이 맞물려 건설업의 위기를 낳았다"면서 "구조조정은 이제 시장에서 상시적으로 이뤄질 것이며 플랜트나 해외 건설 사업이 선택 아닌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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