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조정협의 요청 48.8% 무시…실제 반영 58%
15일 공정위가 발표한 ‘원자재 가격급등에 따른 원·수급사업자 납품단가 조정실태’에 따르면 수급사업자의 납품단가 조정요청에 원사업자의 48.8%는 협의를 개시하지 않거나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도급법에는 수급사업자가 원자재 급등 등 정당한 사유로 단가조정을 요청할 경우 원사업자는 이에 응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
실제 조정협의를 실시해도 상승분이 일부라도 반영된 경우는 57.6%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42.2%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세부적으로 전부 반영된 비율은 6.2%에 불과했으며 10% 미만이 24.7%로 대부분이었다. 특히 건설업종의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이 51.2%로 절반이 넘었다.
조사대상 수급사업자들의 절반 이상(54.6%)은 조정협의제도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답했다. 또 사업자가 조합 등을 통해 대행협상을 할 수 있는 사실을 모른다는 응답은 76.6%에 달했다. 단가조정 협의제도가 무려 14년 전인 2008년, 조합을 통한 대행협상 제도가 2018년 도입된 점을 돌아보면 정책 홍보가 미흡한 셈이다.
공정위, 반대했던 ‘강제연동제’ 검토…조정 유도 실패시 도입할 듯
‘납품단가 제도 개선을 통한 제값받는 여건조성’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공약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시 110대 국정과제를 확정·발표하면서 납품단가 제값받기를 공정위 주요 과제목표 중 하나로 잡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세부계획을 담았다.
먼저 공정위는 이번 조사를 결과를 토대로 이행 방안을 높이기 위해 전담대응팀을 신설·가동하는 한편 조정협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가이드북을 배포할 예정이다. 또 납품단가 연동 내용을 담은 모범 계약서를 오는 8월에 제정·배포하고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에 단가 조정실적을 반영, 자발적인 납품단가 조정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납품단가 조정 신고센터 제보 등을 토대로 수시로 점검하고, 7월 하도급거래 서면 실태조사 결과 위법이 있는 업체는 직권조사도 실시한다.
|
공정위는 반대해왔던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도 처음 언급했다. 납품단가 연동제란 원자재 등 가격이 급등할 경우 가격 상승분을 자동으로 납품대금에 반영하는 제도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부터 언급됐으나 정부 내에서도 법제화하면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당시 연동제의 대안으로 도입된 것이 조정협의 제도다. 재계에서도 대부분 원사업자인 대기업은 반대, 수급사업자가 대다수인 중소기업은 찬성하는 등 입장차가 크다.
연동제가 시장경제체제의 핵심인 경쟁을 해칠 수 있고 나아가 최종 가격으로 바로 반영돼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던 공정위가 도입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앞서 대안으로 도입한 조정협의제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조정 유도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할 사용할 최후의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상황이라 연동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세부적인 검토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