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①어윤대 "한달이 일년같아..주가 올라야 M&A 가능"

비만증 해결에 `올인`.."희망퇴직 연내 마무리"
"체질개선으로 PBR 1.3배 돼야 M&A 준비 가능"
"3분기 충당금 정상상태로 복귀 가능성 높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인터뷰
  • 등록 2010-08-23 오후 12:41:11

    수정 2010-08-23 오후 12:41:11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취임 한달을 갓 넘긴 어윤대 KB금융(105560)지주 회장.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본점 13층에 새로 마련된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취임후 지난 한달이 일년 같지만 KB가 변화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특유의 웃음을 지었다. 수년간 묵혀뒀던 수많은 과제를 속전속결식으로 과감하게 해치웠으니 그런 느낌이 드는 건 당연해 보인다. 그의 표현대로 어 회장은 `KB금융의 비만증 치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행히도 그의 추진력은 안팎에서 일단 합격점을 받고 있다.  
 

사실 KB금융지주 회장 인선을 놓고 관심이 집중됐던 이유중 하나는 한바탕 소용돌이를 예고하고 있는 은행산업 재편과 관련된 것이었다. KB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의 강력한 파트너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어 회장 역시 학자 시절 당시는 국제경쟁력을 위한 은행 대형화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어 회장은 KB금융의 `비만증`을 보고 난 뒤 인수·합병(M&A) 전략을 뒤켠으로 밀어버렸다. "조직슬림화, 인력조정 등 경영효율화를 통한 KB금융의 체질 개선만 신경쓰겠다"고 못을 박아버렸다. "키 172cm에 몸무게 85kg의 사람이 마라톤을 어떻게 하겠냐"는 게 그의 비유다.
 
그렇다면 어 회장이 KB금융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국내외 대형은행 M&A 전략을 완전히 접은 것일까. 현실적으로 보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체질 개선만 되면 뛰어들지 못할 건 없다"는 것도 어 회장의 입장이다. 그러한 여건 조성의 척도로는 M&A를 추진해도 기존의 주주가치를 훼손시키지 않는 주가 수준을 꼽았다.
 
어 회장은 "비용수익비율(CIR), 총자산이익률(ROA) 등의 지표가 국제적 수준 정도까지 개선되고, 더 쉽게 말해 주가수자산배율(PBR)이 현재의 0.95배에서 1.3배 정도로 올라가야 준비가 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어 회장은 2분기에 무려 1조5000억원을 털었던 대손충당금이 3분기부터는 정상상태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했다. 계열사중에서는 보험사와 자산운용사 강화의 뜻을 밝혔다. 또 가계부채 부실 보다는 3년 전에 급격히 늘린 기업대출 부실을 더 걱정했다. 국내외 경제여건에 대해서는 "우리는 괜찮은데 미국 경제 때문에 당분간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어윤대 회장과의 일문일답
[대담=김기성 금융부장, 정리=이준기 기자, 사진=한대욱 기자]
 
"희망퇴직 연내 마무리..CIR 선진은행 수준으로 개선할 터"

- 취임 한 달이 지났다 소감은.
▲지난 한 달이 마치 일년 같았다. 그래도 KB가 변화를 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 금융산업쪽 일을 하다 보니 과거 국가브랜드위원장이란 생소한 일보다는 편한 느낌이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의 덕망이 큰 도움이 됐다. 짧은 시간에 은행의 본부그룹과 사업부를 줄였지만 조직의 반발이 없었던 것을 보라.

- KB금융이 비만증을 앓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
▲수년 전 한 지점에서 금융사고가 터져 통제시스템의 변화를 주기 위해 개인업무분리(SOD)제도를 도입했다. 그 때 많은 인력을 계약직으로 채용했다. 그런데 갑자기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이슈로 떠오르면서 계약직 직원들을 모두 정규직 으로 전환했다. 수천명의 직원들이 한꺼번에 불어나면서 문제가 된 것이다.

- 결국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긴데
▲법적으로 또 강제적으로 직원을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명예퇴직(희망퇴직)이 이뤄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 한달 뒤 바로 시작해 연말까지 마무리하겠다. 또 후선부서에서 일이 별로 없는 인력 850명중 700명 정도를 영업 쪽에 전진 배치시켜 활용할 것이다. 이런 게 바로 강력한 구조조정과 영업중심의 경영전략을 표현하는 것 아닌가. 카드분사와 희망퇴직으로 전체 인력이 어떻게 줄지는 예측불가능하다. 희망퇴직에 얼마나 참여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 은행의 여러 지표중 유독 비용수익비율(CIR)을 여러번 강조하고 있다
▲외국 선진금융기관들이 가장 중요시 하는 지표가 순이자마진(NIM)과 CIR이다. 물론 이들 지표의 결과물로 나타나는 총자산이익률(ROA) 등도 중요하지만 수익률의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NIM과 CIR이다. NIM수치의 경우 외생변수로 인해 변화되지만 CIR수치 개선은 경영진의 몫이다. 지난 10년간 가장 발전한 세계적 은행인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이 해외 인수합병(M&A)를 해온 이유가 바로 CIR을 줄이기 위해서다. 마켓셰어(시장점유율)를 높이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은행의 경우 규모 확대가 M&A의 중요한 목적이 되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진짜 목적은 CIR을 낮추는 것이 돼야 한다.

- 그렇다면 CIR 개선과 관련한 목표치가 있을텐데
▲현재 52% 수준에서 임기가 끝나는 2013년까지 45% 수준까지 갈 수 있도록 하겠다. 국내은행들은 물론 선진 외국은행과 비교해도 가장 좋은 수준이다.
 

 
 
 
 
 
 
 
 
 
 
 
 
 
 
 
 


"3분기 충당금 정상상태로 복귀할 것"..3분기 턴어라운드 시사

- 2분기 대손충당금을 1조5000억원이나 쌓으면서 지주사 출범 이후 2년만에 첫 적자를 기록했다. `빅 배스`(big bath·전 경영진의 과오를 씻기 위해 지난 부실을 한 회계연도에 반영하는 것)였나.
▲`빅 배스`는 아니었다. 금융감독원의 건전성분류등급의 충당금 적립비율 범위내에서 가능하면 보수적으로 쌓은 결과다.

- 그렇다면 KB금융 실적은 언제 정상화될 것으로 보나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쌓았다고 클린뱅크(clean bank)가 됐다고 보지 않는다. 경제의 흐름과 주택가격의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예측이 쉽지 않다. 올 하반기 우리나라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부동산값 하락으로 인한 개인부채 문제다. 대손충당금은 3분기부터 정상상태로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지만 경제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3분기부터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는 얘긴가
▲우리의 욕심이긴 하지만 민 행장이 부임한 시점이 턴어라운드 시점으로 보고 싶다.(웃음)

- 가계부채에 대한 걱정이 큰 것 같다
▲KB금융 입장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은 기업부채다. 가계부채에서 대손이 생기면 은행을 도와줬던 사람들에게 빚을 갚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기업부채는 3년전에 사귄 사람(부실기업)에게 완전히 당한 것 아니냐. 억울한 면이 있다.

- 금융권이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민은행의 PF 대출 잔액은 총 8조원 정도로 2분기에 11% 정도의 충당금을 쌓았다. 다른 은행과 비교해 굉장히 큰 수치다. 그래도 아직 불안하다고 판단해 은행 내부 전문가와 외부 컨설팅 회사, 공인회계사, 부동산 전문가들과 함께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PF사업장들에 대한 실사에 들어갔다.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 KB카드 분사 작업은 계획대로 잘 돼가나
▲최기의 KB카드설립추진단장을 사장으로 내정했으며 모든 것이 계획대로 가고 있다. 당장 분사가 되지 않더라도 분사한 형태로 경영할 생각이다. 의사결정권을 주고 예산을 분리해 완전히 독립된 회사처럼 운용하게 할 것이다.

- 카드업계가 과열양상을 띠고 있다. 어떤 수익모델을 지향하나.
▲2003년과 2004년 카드대란 정도는 아니겠지만 카드업계는 향후 2년 내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부동산값이 떨어지고 (경기상황이 더 안좋아지면) 쉽게 빌릴 수 있는 카드론이 늘어나면서 (부실히 확대돼) 카드산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능력이 부족한 카드소지자를 매스마케팅(mass marketing)할 생각은 없다. 다만 고객의 니즈를 잘 분석해 그에 맞는 상품과 마일리지(포인트)를 줄 것이다. 우리의 이익을 줄이더라도 고객별로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KB카드를 보호하는 수세적 전략이지 공격적 전략은 아니다.

-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면서 카드자산을 담보로 제공했다. 걸림돌이 되지 않나.
▲담보의 절반 정도가 카드자산이긴 하지만 채권자와 협상을 통해 동의서를 받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법률전문가들이 그렇게 보고 있다. 비용은 조금 들어가지 않겠나.

"PBR 1.3배 정도로 개선되면 M&A 준비 가능"

- 은행권 M&A에 유보적인 입장인데
▲막상 (KB금융 회장으로) 와서 보니까 국제경쟁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상태였다. 키 172cm, 몸무게 85kg 사람이 마라톤을 어떻게 뛸 수 있겠느냐. 그래서 몸무게를 줄이자는 것이다. 적당히 줄이면 10년이 걸리고 조금 과격하게 줄이면 1년에 줄이겠다는 건데, 어쨌든 그 이후에 경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여건이 조성돼야 가능하나.
▲우선 아까 말한 CIR 또는 ROA 등의 지표가 국제적 수준 정도까지 개선돼야 한다. 또 주가순자산배율(PBR)도 현재 0.95배에서 1.3배정도로 개선돼야 준비가 됐다고 말할 수 있다. 즉 단순히 자산규모를 늘리는 게 아닌 KB의 국제경쟁력을 먼저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의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 첫 출발점이다. 주가를 올린 후 더 좋은 콤비네이션, 옵티멈이 될 수 있는 국내외 은행들을 찾겠다.

- 해외 M&A와 관련해 염두에 둔 은행이 있는 것 같은데
▲ 그런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작은 은행들은 언제든지 M&A할 수 있다. 규모가 작은 은행은 10개를 사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작은 것은 사봐야 500억원 정도밖에 안하는데 대손이 한번 생기니까 5000억원 나갔다.

- 3년 임기 안에 M&A 여건 조성이 가능하다고 보나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웃음) 내가 오르라고 해서 주가가 오르겠느냐. 외부에서 `희망이 있다`고 평가를 해줘야 한다.

- 우리나라 은행들의 수준을 평가하면
▲(선진 외국은행들과 비교해) 인력과 능력 면에서 못 따라간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다들 일류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불행스럽게도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따라잡기 위해선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앞으로 소득 3만불 시대로 가기 위해선 여러 가지 산업이 동시에 발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산업은 비교적 낙후돼있다. 이래선 3만불 시대에 갈수가 없다.

- 메가뱅크(초대형은행)에 대해 찬성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메가뱅크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다. 국제경쟁력이 있는 은행이라고 해야 한다. 국제경쟁력과 메가뱅크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작아도 국제경쟁력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론적으로 은행의 규모와 이익은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금융도 산업이고 국제경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규모도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를 고려하면 더 커져야하지 않나.
▲그것은 맞는 말이다. 미국계 은행을 제외하고 세계적인 은행이라고 불리는 스위스계 은행의 자산규모는 GDP의 300% 수준이다. 반면 국민은행은 10분의 1수준인 23-24%밖에 안된다. 개인적으로 대형은행 얘기를 해왔던 것은 현재의 주요 은행의 규모가 충분해서 대형화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반박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건 아니라는 것이다. 신한금융이 외환은행과 합쳐 경쟁력을 갖든,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이 합쳐져 국내 1위가 되든 모두 찬성이다. KB금융 회장으로서가 아닌 학자로서 본 입장이다. 국내은행들이 더 커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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