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주요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을 멈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면서 신흥 주식, 채권시장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 음력설을 맞아 베이징 시민들이 거리를 나서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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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금융협회(IIF) 자료를 인용해 신흥국 주식 및 채권시장에 이번주 매일 11억달러(약 1조3500억원)가 순유입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 봉쇄 해제가 있었던 2020년 말~2021년 초를 제외하고 지난 20년 만에 최고 규모다.
실제 MSCI신흥시장지수는 지난해 10월 저점 대비 25% 오르며 강세장에 진입했다. 저점 대비 20% 이상 오려면 강세장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지난해의 경우 고 인플레이션에 미국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강달러 현상이 지속하자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이 빠르게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찍었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곧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신흥국 시장을 짓눌렀던 불확실성이 걷히고 있다.
자한기르 아지스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신흥시장을 짓누르던 경제 불확실성이 걷히고 있어 앞으로 자금 유입이 더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급격한 경기 침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낮아진 점도 한몫을 했다.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연율 2.9%를 기록, 시장 전망치인 2.8%를 소폭 웃돌았다.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경기침체보다는 경기둔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버리고 리오프닝에 나서면서 투자심리를 끌어 올렸다. 매일 유입되는 11억달러 중 8억달러는 중국시장으로 향했고, 주변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최근과 같은 기록적인 자금 유입이 지속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흥시장의 부채 수준이 높은 만큼 예상만큼 성장이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폴 그리어 신흥시장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부채 비율 확대, 재정부담 증가, 인구 감소 등이 리스크 요인”이라면서 “코로나19 이전만큼 신흥국 시장을 낙관하긴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