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연준이 단기채를 팔아 그 자금으로 장기채를 매입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를 도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그에 앞서 작년 4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하에서 은행들의 대출과 국채 매입을 늘리기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보완적 레버리지비율(SLR) 규제 완화를 연장할 것인 지에도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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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코로나19가 미국 경제를 강타하자 연준은 국채시장에서 은행들이 더 많은 국채를 매입하는 한편 연준의 자산 매입으로 늘어난 지급준비금을 풀어 은행들이 기업과 가계에 더 많은 대출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SLR 규제를 1년 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 조치는 1년 째가 되는 이달 21일 만료되는 터라 이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연준이 이달 FOMC 회의에서 의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연준은 규제 완화를 통해 분모가 되는 총 익스포저에서 국채와 연준 지급준비금을 차감해줬다. 이 같은 조치로 미국 대형 은행들은 연준에 적립된 미 국채와 현금을 총 익스포저에서 일시적으로 제외할 수 있었고, 그 만큼 자본금을 늘릴 필요 없이 미 국채를 더 보유하고 시중에 더 많은 대출을 할 수 있었다. 따라서 21일까지 SLR 면제 조치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형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던 미 국채를 대규모로 청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이를 팔지 않으려면 자본금을 추가로 확충하거나 예금을 받지 않아야 하는데, 이는 은행 주가나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미국 대형 은행들은 미 국채시장에서 가장 많은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 보유규모만 2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SLR 면제 조치가 연장되지 않으면 3500억~500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내다 팔아야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 국채 금리 상승의 배후에 적자국채 발행 확대나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뿐 아니라 SLR 면제 조치 종료 가능성도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연준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SLR 면제 조치 연장여부에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랜들 퀄스 연준 은행감독담당 부의장은 최근 “SLR 면제 조치를 연장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연준 내부적으로)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같은 조치는 한시적인 것이었다”고 말해 종료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현재 미국 대형 은행들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강하지 않은 만큼 SLR 면제 조치를 1년 더 연장해 달라고 연준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도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셰러드 브라운 상원 금융위원장 등 `월가 매파(강경파)` 의원들은 SLR 면제 조치 연장을 받아줘선 안된다고 연준에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SLR 면제 조치가 연장되지 않고 그대로 종료될 경우 연준이 시장 안정을 위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나 채권수익률곡선관리(YCC) 조치를 더 서둘러 내놓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