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약속’ 연인 191회 찔러 살해한 20대, 2심서 징역 23년

범행 6분 만에 경찰에 전화해 신고…자해
1심 재판서 “격분해 범행했다” 말 바꾸기도
法 “어려운 상황 과도하게 신경 쓰는 특징”
“극단적 생각 후 범행했다고 볼 여지 있어”
  • 등록 2024-04-17 오후 4:12:09

    수정 2024-04-17 오후 4:12:09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결혼을 약속한 연인을 흉기로 200여회 찔러 살해한 20대가 2심에서 가형됐다.

(사진=이데일리DB)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민지현)는 17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류모(28)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잘 표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 대해 과도하게 신경 쓰고 불안해하는 성격적인 특징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범행 직전 무렵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곤경에 처했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결국 이 사건 범행까지 저지르게 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행이 매우 끔찍하고 잔인하며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상황과 동기를 모두 고려하더라도 결혼을 약속한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한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피고인 역시 자신의 행위와 그 결과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피해자 유족의 아픔에 비할 바 아니며 유족에게 진지하게 사과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중증 장애가 있는 부모와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고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성실하게 각자의 삶을 꾸려오던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었다”며 “애통한 마음으로 고심을 거듭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원심과 같이 기각했다.

류씨는 지난해 7월 24일 오후 12시 47분께 영월군 영월읍 덕포리의 한 아파트에서 정모(사망 당시 24세)씨를 흉기로 191회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범행 6분 만에 “제가 여자친구를 죽였다”, “여자친구를 난도질했거든요”라며 112에 직접 신고했다. 이후 류씨는 자해를 시도했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은 뒤 구속됐다.

류씨는 수사기관에서 옆집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어 범행했다거나 결혼을 앞두고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황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이던 중 문득 ‘여자친구를 살해하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실행에 옮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에서는 “피해자로부터 ‘정신지체냐’라는 말을 듣고 격분해 범행했다”고 말을 바꿨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범행 방법이 매우 잔혹하고 류씨가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달라”며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 당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류씨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검찰이 유족에게 지급한 유족구조금을 류씨 측이 구상금으로 검찰에 지급한 사정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봤다.

정씨의 유족 측은 2심 재판이 종료된 이후 “1심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됐지만 이 형량도 가볍다고 생각한다”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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