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무원의 자살, 공무상 재해(순직)로 인정될 수 있는 경우

  • 등록 2021-10-28 오후 6:33:32

    수정 2021-10-28 오후 6:33:32

법무법인 에이앤랩 신상민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앤랩 신상민 변호사] 최근 대법원은 화재 진압 업무를 수행하다가 입은 부상의 치료 과정에서 동료로부터 수혈을 받았다가 간암 진단을 받고 퇴직 후 23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공무원에 대해 ‘위험직무 순직공무원’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위험직무순직공무원이란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재해(災害)를 입고 그 재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한 공무원을 말한다(공무원 재해보상법 제3조 제4호). 일반업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한 순직공무원(동법 제3조 제3호)보다 높은 예우를 받는다.

문제는 해당 소방공무원이 자살을 한 것이다. 화재진압 업무 수행 중 사망했다면 당연히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겠으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기 때문에 달리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 재해보상법 제4조 제2항은 “공무원의 자해행위가 원인이 되어 부상ㆍ질병ㆍ장해를 입거나 사망한 경우 공무상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의 자해행위에는 자살이 포함된다.

하지만 자살이라고 하여 무조건 순직 요건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며, 예외적으로 인정이 가능할 수 있다. 동항 단서에서도 “다만, 그 자해행위가 공무와 관련한 사유로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공무상 재해로 본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른 공무원 재해보상법 시행령 제5조 제1항은 “공무수행 또는 공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요양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공무원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공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요양 중인 공무원이 그 공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그 밖에 공무수행 또는 공무와 관련한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로 세분화하여 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공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1두32898 판결 등).”고 판시하여, 일정한 기준을 충족한다면 자살 공무원도 공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위와 같은 공무원 재해보상법상 규정과 판례의 법리는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다소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개별 사례에서 공무수행과 사망(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면밀한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

순직 심사 절차를 개관해 보면, 사망 공무원의 유족이 원 소속기간에 순직신청서를 제출하면 인사혁신처 산하의 재해보상심의회에서 순직(공무상 재해) 인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순직 불승인 결정이 있을 경우 90일 이내에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에 심사청구를 하거나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다툴 수 있다.

해당 공무원의 생전 업무내역, 사망에 가까운 시점의 업무량, 주변에 스트레스를 토로했는지 등에 관한 자료를 바탕으로, 법적 요건에 맞춰 신청서 및 관련 서류를 작성,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송까지 가지 않고 인사혁신처의 결정 단계에서 순직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신청서 작성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무원 순직 및 보훈 관련 업무를 수행할 때 제일 조심스러운 점은 의뢰인이 고인의 유족들이라는 것이다. 가족을 떠나보낸 슬픔에 더 하여 국가로부터 정당한 예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응대하다 보면 필자 역시도 감정적으로 힘들 때도 많다.

공무원의 공무로 인한 부상, 사망 등에 대해 적합한 보상을 하고, 공무원과 그 유족의 복지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공무원 재해보상법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보다 세세하고 정치한 행정운영이 요청된다.

*법무법인 에이앤랩은 행정소송을 전담하는 ‘행정법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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