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포기"..할머니가 엄마 된 사연

자식 양육 포기한 부부에 친엄마 되기로 결심
대법원 "입양은 양육하고 보호하기 위함..손녀 입양 허용"
법률구조공단 "아동 복리를 우선한 결정"
  • 등록 2023-01-30 오후 7:06:26

    수정 2023-01-30 오후 7:10:56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앞으로 친부모가 키울 수 없는 자녀를 조부모가 입양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30일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수석부장 최호식)는 중국 국적 초등학생 A양 할머니의 입양 허가 신청을 인용했다. 202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처음으로 조부모의 손자녀 입양이 가능하다고 판시하면서 잇따라 허용 판결이 내려지고 있다.

A양은 다섯 살이던 2014년 할머니를 따라 중국에서 한국으로 왔다. 중국 국적인 A양의 친아빠는 몇 년째 행방불명에 사업상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A양은 재외동포인 친엄마의 방문동거자격으로 한국에 머물렀다. 다만 친엄마가 양육을 포기하면서 A양은 9년 내내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그러다 2020년 A양의 엄마가 재혼해 중국으로 떠나게 되면서 A양은 한국 체류 자격을 잃게 됐다. 강제 출국 위기에 처하자 할머니는 A양을 친딸로 입양하기로 하고 법원에 입양허가를 신청했다.

대법원 “다양한 가족 형태 포용 필요성 높아져”

지난 2021년 7월 1심 재판부는 “입양을 허가하면 할머니가 어머니가 되는 등 가족 내부 질서와 친족 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 분명하다”며 할머니의 신청을 기각했다.

이후 몇 달 뒤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고등학생 때 아이를 낳고 양육을 포기한 엄마 대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아이를 키워온 사건을 심리하며 이 원칙을 뒤집었다.

전원합의체는 “친부모가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경우 자녀에게 안정된 양육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아동 복리에 부합한다”며 “친부모가 언젠가 자녀를 키우려 할 수 있다는 막연한 가능성만으로 입양을 불허하는 것은 자녀 복리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조선 시대에도 혈족을 입양하거나 외손자를 입양하는 예가 있어 우리 전통이나 관습에 배치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합의체는 “입양의 주된 목적이 부모로서 자녀를 안정적·영속적으로 양육하고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친생부모의 재혼이나 국적 취득 등 그 밖의 다른 혜택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다.

법률구조공단 “입양 아동의 복리를 우선”

A양 사건 항소심 재판부도 전원합의체가 판시하며 밝힌 법리를 인용해 입양을 허가했다.

2심 재판부는 “친부는 9년간 행방불명이고 친모는 양육을 포기해 입양되지 않으면 돌봐줄 사람이 없는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할머니가 부모 역할을 하며 손녀를 안정적으로 양육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양이 할머니의 자녀가 되고 싶다고 밝히고 있으며 입양되더라도 가족 내부질서가 혼란해지거나 A양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다”며 “오히려 양친자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A양 할머니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류은주 변호사는 “입양 아동의 복리를 우선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며 “A양이 건강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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