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치가 시행되면 대출 상환 부담이 확대된다. 만일 1억원을 연 3%의 수준의 신용대출로 5년간 빌리면 지금까지 매월 25만원(연 300만원)의 이자를 내다가 5년 후 1억원을 갚으면 됐지만, 원금까지 분할상환하면 매달 180만원 가량을 내야 한다. 능력을 뛰어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나 ‘빚투(빚내서 투자)’를 막아 자산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당국은 여러 예외조항을 만들 전망이다. 이미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소급적용되지 않고, 직장인들이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마이너스통장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시행시기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기존 신용대출에 적용 안돼..마통도 예외
20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포함한 대출은 은행과 개인의 사적 계약이다. 소급적용은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고액 신용대출에 원금분할상환이 의무적으로 도입되더라도 기존의 신용대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신규 신용대출만 적용한다는 것이다. 만일 신용대출 원금분할상환이 도입되기 전 1억원을 만기 일시상환 방식으로 신용대출로 받았다면, 기존 계약은 변경이 없다는 뜻이다. 신용대출의 기간이 1년 미만이지만, 최장 5년까지 연장(롤오버)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었다면, 5년까지 일시상환이란 방식이 유지된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직장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마이너스통장도 원금분할상환 의무에서 제외된다. 한도를 설정해놓았을 뿐 그 한도만큼 실제로 돈을 빌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원금분할상환을 의무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4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전체 신용대출 규모는 135조5286억원인데, 이중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48조1912억원으로 약 35%의 비중을 차지한다.
원금분할상환 의무를 부여하는 ‘고액’신용대출의 기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또 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통상적인 수준에서의 고액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1억원의 신용대출에 대해 원금분할상환 의무를 부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도 연 소득 8000만원(소득 상위 10%)이 넘는 사람이 1억원 이상의 신용대출을 받을 경우 DSR 40%의 규정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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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괄적으로 의무적인 분할상환을 도입하는 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병원비나 개인사업자의 사업자금 등 신용대출에 대한 다양한 수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규제가 시작되기 전 일단 신용대출을 받아두려는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고액 신용대출에 대해 원금분할상환을 의무화하는 조치가 바로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상황 등 전반적인 경제 여건을 지켜보며 시행할 것”이라며 “매우 높은 금액을 기준으로 시작했다가 점차 내리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시행 시기를 더 늦추는 방법 등 다양한 옵션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구체적인 금액과 시행시기, 단계별 도입 등의 여부를 3월 말 발표하는 ‘가계부채 선진화 방안’에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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