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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신흥강자]②左CMO, 右시밀러로 신약 넘본다
- 셀트리온 인천 송도 2공장 (사진=셀트리온)[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셀트리온(068270)이 123년 국내 제약업의 지각변동을 이뤄낸 원동력은 ‘바이오시밀러’다. 바이오시밀러는 허가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이다. 하지만 화학합성 의약품 복제약인 제네릭과는 천양지차다. 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동물세포와 단백질을 이용한다. 따라서 분자구조가 단순한 화학합성 의약품과 달리 만들기가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제네릭이 ‘자전거 복제’라면 바이오시밀러는 ‘제트기 복제’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보호가 안 돼 가격경쟁이 필수적이라 이를 감당할 대규모 생산설비가 필수적이다.◇ 항체 바이오시밀러 시대 연 선도자 셀트리온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이런 특성으로 선도자 이점이 큰 데다 생산의 경제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셀트리온은 어떤 글로벌 제약사보다 먼저 바이오시밀러 개막을 예견하고 준비해왔다. 위탁생산(CMO)으로 시작해 항체 바이오의약품 생산기반과 운용기술을 쌓았다. 이후 2010년대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 특허가 풀리는 흐름을 읽고 2009년 본격적으로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들었다. 2013년에는 유럽에 램시마를 출시해 전세계 항체 바이오시밀러 시장 개막을 알렸다.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사진=셀트리온)셀트리온은 이어 항암제로 유럽 공략에 나섰다. 2017년과 2018년 각각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와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를 유럽에 선보였다. 올해 2분기 기준 유럽 시장에서 램시마 55%, 트룩시마 37%, 허쥬마 16%로 유럽을 석권하고 있다. 램시마와 트룩시마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허쥬마는 바이오시밀러 중 1위다. 여기에 고가 항암제 트룩시마를 필두로 미국시장에서의 매출 증가가 ‘제2의 성장엔진’으로 작용하고 있다. 셀트리온 제품을 해외에 파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전체 매출에서 북미매출은 지난 1분기부터 48%로 처음으로 유럽(45%)을 추월했다. 미국의 트룩시마 점유율은 3분기 20.4%까지 증가했다.김태억 리드컴파스 인베스트먼트(VC) 대표는 “바이오시밀러가 국내 제약회사를 한번도 가보지 못한 매출 2조원으로 키워냈다”며 “유럽과 미국 등 선진 시장 진출이라는 경험을 선사한 사실상의 국내 유일한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국산 신약 30개가 쏟아졌지만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만큼 미국, 유럽에서 의미있는 실적을 낸 제품은 없다.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글로벌 시장 점유율 (자료=셀트리온 IR자료)◇ 자금력 앞세운 삼성...바이오시밀러 개발 속도전반도체 신화를 일군 삼성은 바이오산업에 진출할 때 셀트리온과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반도체 생산으로 쌓인 최첨단 생산공정 노하우가 있었던 데다 리스크가 너무 큰 신약개발에 비해 바이오시밀러는 상대적으로 변수가 적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셀트리온보다 후발주자였지만 대기업 특유의 거대 자본을 앞세워 빠르게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진입했다. 2011년 CMO사업을 시작했고, 이듬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해 바이오시밀러 개발도 나섰다.특히 바이오시밀러 개발 속도에서는 셀트리온을 앞서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6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베네팔리를 유럽에서 내놓는 것을 시작으로 총 5종의 바이오시밀러를 선보였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3종인 ‘베네팔리’, ‘플릭사비’, ‘임랄디’와 항암제 2종류 ‘온트루잔트(유방암)’, ‘에이빈시오(대장암)’등이 그 주인공이다. 베네팔리는 지난 7월 기준 유럽 전체 시장에서 44%의 점유율로 오리지널 의약품을 제치고 1위를 달성했다. 임랄디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바이오시밀러는 당분간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반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16년 42억 달러(5조원)에서 2026년 800억 달러(90조원)로 연평균성장률(CAGR)이 3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기준으로 안과질한 치료제 루센티스·아일리아(2020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2023년), 면역항암제 옵디보(2026년)·키트루다(2036년)등 주된 바이오의약품의 특허만료가 차례로 도래한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개발 현황 (자료=셀트리온 및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제품군 다양화 및 신약 개발 진화바이오시밀러 시장에는 위기요인도 있다. 국내와 달리 해외로 시선을 돌리면 경쟁 압력이 거세다. 지난 9월 기준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는 모두 6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는 5개에 달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국내로 보면 진입장벽이 높지만 글로벌로 보면 빅파마는 물론 중국, 동남에서도 CMO기회를 엿보고 있다”며 “경제성(가격 경쟁력)으로 접근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아 신약이나 편의성을 개선한 제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의 보관성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임랄디는 제품의 상온 보관 기간을 휴미라 2배인 28일로 늘렸다. 이 덕에 휴미라 처방 환자도 장기 여행이 가능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추가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개발 중이다. 우선 루센티스의 유럽 허가 심사가 진행중이다. 아일리아와 혈액질환 치료제 솔리리스의 바이오시밀러는 모두 글로벌 3상에 있다. 최근에는 골격계 질환 치료제 프롤리아의 임상 1상도 시작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허가를 받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미국에서 2023년 6월에 출시하는 게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휴미라는 의약품 매출 1위 제품(연 22조)이다.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 임랄디, 플릭사비셀트리온도 혈관에 맞아야 하는 정맥주사형 램시마를 알약으로 바꾸는 개발에 나섰다. 한차례 램시마를 복부나 허벅지에 간편하게 맞을 수 있게 피하주사형으로 개선한 것을 한번 더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동시에 기존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을 확대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최근 만성 두드러기 치료제 졸레어의 바이오시밀러 글로벌 임상 3상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임상 1상에 착수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지난 3월 유럽 식약처에 허가를 신청해 내년초 승인이 예상된다”며 “미국은 허가 신청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두 회사는 신약 개발에도 이미 도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일본 다케다 제약과 함께 췌장염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2상 착수를 준비중이다. 셀트리온도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글로벌 임상 2,3상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시밀러의 양대 산맥이 국내외 바이오벤처나 제약회사와의 인수합병을 통한다면 단기간에 신약 개발에서도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며 “굵직한 M&A를 단행한 셀트리온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행보가 더 주목된다”고 말했다.삼성바이오에피스 사옥 전경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 의약품 잇단 치료목적사용 승인..."무상이나 시장 선점 노려볼만"
-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이데일리 노희준 왕해나 기자] 최근 개발 중인 의약품이 잇따라 허가를 받기 이전에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 긴급사용승인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목된다. 환자는 새로운 치료 약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데다 제약회사 입장에선 무료 제공임에도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 ‘임시 처방’에 머무는 한계가 존재한다. 9일 제약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326030)은 지난달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2인 이상의 부분 발작 환자를 대상으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치료목적사용승인을 받았다. 치료목적사용승인이란 다른 치료 수단이 없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환자 등의 치료를 위해 허가되지 않은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의료기관과 제약회사 모두 식약처에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진단시약 등 의료기기에서 허가가 나오기 전의 제품에 대해 긴급한 사용 허가를 내주는 긴급사용승인과 의미는 유사하나 분야마다 사용용어가 다르다.◇SK바이오팜·GC녹십자·HLB 승인 대표적세노바에이트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에서 뇌전증 신약으로 허가를 받은 제품이다. 지난 5월부터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아직 국내 허가 절차를 밟지 않은 상태다. 국내의 경우 임상 3상 시험계획이 지난 9월 승인됐다. 따라서 아직 국내에서는 품목허가를 받은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정식 처방을 할 수 없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세노바메이트의 글로벌 임상 3상에 참여했던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목적사용승인을 받았다”며 “임상에 참여했던 환자들에게 약물을 지속적으로 처방하기 위한 차원으로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말했다.GC녹십자(006280)의 코로나19 혈장 치료제 역시 최근 3곳에서 치료목적사용승인을 받았다. 지난 10월 19일 칠곡경북대병원을 시작으로 같은 달 28일 순천향대부속부천병원, 같은 달 30일 아주대병원에서 치료목적사용승인을 받았다. 전세계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혈장치료제가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코로나19 환자가 아닌 개별 환자에 사용되는 건 지난달 칠곡경북대병원 사용 사례가 처음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3곳 이외에도 추가로 치료목적사용승인을 요청해오는 곳이 더 있다”고 말했다.바이오벤처 에이치엘비(028300)가 개발 중인 항암제 리보세라닙도 최근 치료목적사용승인을 받았다. 리보세라닙의 국내 권리를 보유한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지난달 21일 식약처에서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리보세라닙의 치료목적사용승인을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위암 환자들은 아직 신약 허가를 받지 않은 리보세라닙을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됐다”며 “위암 말기 환자들에 대한 리보세라닙의 효과를 재입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에이치엘비는 작년 6월 12개국에서 위암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 3상을 마치고 현재 품목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올해 코로나19 치료목적사용 승인 다수올해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코로나19 치료제의 치료목적사용승인을 받은 제품이 많다. 실제 식약처에 따르면 올해 21건이 코로나19 치료제 관련해 치료목적사용승인을 받았다. 강스템바이오텍(217730), 안트로젠(065660), 이뮨메드, 파미셀(005690) 등은 직접 치료목적사용승인을 신청해 허가를 받았다.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임상 2.3상을 진행중인 셀트리온(068270)도 임상 2상 결과가 좋을 경우 정식 허가 이전에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셀트리온 관계자는 “정식허가 이전의 사용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해당 의약품이 치료목적사용승인을 받더라도 당장 개발 회사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대부분 치료목적사용승인 의약품은 무상으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치료목적사용승인은 원칙적으로 무상제공”이라며 “비용청구도 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식약처에서 타당성을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 GC녹십자, 에이치엘비 모두 무상으로 해당약물을 제공한다고 밝혔다.하지만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치료목적사용승인으로 해당 의약품이 처방 과정에서 뚜렷한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된다면 시장 신점 기회를 노려볼 수 있다. 제약회사 한 관계자는 “의료진에서 먼저 치료목적사용승인을 신청한 경우 해당 의약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의료진이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효과가 뒷받침된다면 지속적인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치료목적사용승인은 어디까지 제한적 사용이기 때문에 처방 확대를 위해서는 정식 허가가 뒤따라야 한다.
- "코젠바이오텍, 코로나19·독감 동시진단 시약 허가"
-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를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키트 제품이 처음으로 허가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일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동시 진단 시약 코젠바이오텍의 1개 제품을 정식 허가했다고 밝혔다.해당 제품은 유전자 검사 방식으로 기침, 인후통 및 발열 등 증상이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은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를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제품이다. 식약처는 “이 제품으로 의심 환자의 검체를 검사하는 경우 한 번의 검사로 3~6시간 이내에 진단 결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며 “검사시간을 단축하고 빠른 시간 내에 적절하게 처치할 수 있게 되는 등 환자의 편의성을 제고하고 의료인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코젠바이오텍 제품까지 식약처는 코로나 19 유전자 진단시약 5개(5개 업체)를 허가했다. 3일 기준 정식허가를 신청한 진단시약은 유전자 진단시약 14개, 항원 진단시약 5개, 항체 진단시약 11개로 총 30개 제품이 심사 중에 있다. 한편, 코로나19 진단시약은 3일 기준 197개 제품(유전자 100, 항원 27, 항체 70)이 수출용 제품으로 허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인도, 미국, 브라질,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등 전 세계 160여개 국가에 총 3억 4723만명분을 수출했다. 수출금액은 9월까지 약 1조 3956억원(12억200만불)에 달한다. 지난해 체외진단시약 전체 수출액(4855억원)에 견줘 187% 증가한 규모다.
- [미래기술25]②‘머리로 먹는 약’ 디지털 치료제...약(藥)의 패러다임 바꾼다
-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우리는 치료 효과가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게 아닙니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치료제가 게임 형식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세계 최초 게임용 디지털 치료제를 만든 아킬리 인터렉티브의 최고경영자(CEO)에디 말투치(Eddie Martucci)가 한 디지털 치료제 관련 컨퍼런스에서 한 말입니다.(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인용)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게임을 디지털 치료제의 하나로 인정해 질병을 고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또 하나의 신약’으로 불리는 디지털 치료제가 약의 개념을 뿌리채 흔들고 있습니다. 약을 먹거나 바르거나 주사하지 않고도 게임, 앱(응용프로그램), 가상현실(VR) 등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의약품과 의료기기를 규제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디지털 치료제를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당국에서 규정한 정식 명칭은 ‘디지털 치료기기’입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디지털 치료제(학문적 용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쓰고 있습니다. 디지털 치료기기를 만드는 웰트의 강성지 대표는 디지털 치료제를 ‘머리로 먹는 약’으로 소개합니다. 주로 디지털 치료제가 정신질환 치료 방법의 하나인 반복 훈련과 코칭·상담을 통해 환자 행동과 인지를 바꿔 병을 치료하기 때문입니다.디지털 치료제는 기존 다이어트나 혈당 관리 앱 등 ‘건강관리 프로그램’(웰니스)과 비슷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치료제는 임상 시험을 거쳐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입증과 허가당국의 승인을 받은 제품입니다. 반면 치료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웰니스 제품은 식약처 허가를 거치지 않는 공산품입니다.세계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는 3년 전에 나왔습니다. 미국의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에서 개발한 중독 치료용 앱 ‘리셋’(reSET)이 2017년 9월 FDA에서 허가를 받은 것이 디지털 치료제 시작입니다.이 치료제는 알코올, 코카인, 대마 등에 대한 중독과 의존성을 치료하기 위한 스마트폰 형식의 앱입니다. 중독 환자는 의사가 처방해준 접근 암호(엑세스 코드)로 리셋(앱)을 실행한 뒤 앱 지시에 따르면 자연스레 충동에 대한 훈련을 받게 됩니다. 관련 중독 환자가 기존 치료 프로그램에 더해 12주 동안 리렛을 사용하면 물질 중독을 완화한다는 효과가 입증됐습니다. 총 399명 환자에 대해 기존 치료만 받는 환자군과 기존 치료 횟수를 줄이고 리셋을 함께 사용한 환자군 치료 성과를 비교한 결과에서 리셋을 함께 사용한 환자군의 금욕 유지 비율이 40.3%로 대조군의 17.6%에 견줘 두배 이상 높았습니다. 디지털 치료제가 개발되면 환자는 독성과 중독 등의 부작용이 적은 새로운 치료를 손쉽게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치료제는 행동교정이 큰 효과를 발휘하는 우울증, 알코올중독, 치매, 불면증 등 정신질환은 물론 생활습관이 중요한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서도 큰 치료 성과가 기대됩니다.디지털 치료제를 만드는 ‘하이’의 김진우 대표는 “디지털 치료기기는 실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건강관리, 질병진단, 치료 등을 제공해 기존 약물대비 여러 장점이 있다”며 “특히 정신건강치료를 위한 행동유형형에 특화돼 있다”고 말했습니다.주의력결핍및과잉행동장애(ADHD), 자폐증, 우울증 등 정신질환은 대부분 약물치료와 행동교정(인지행동치료, CBT Congitive Behavioral Therapy)을 표준치료법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병원은 대부분 수가 탓에 약물 처방에만 머무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내는 진료행위를 기준으로 수가를 결정하는 행위수가 시스템입니다. 따라서 많은 환자를 진료할수록 돈을 버는 병원 입장에서는 1명의 환자를 오래 봐야 하는 행동교정 치료를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 실제 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디지털 치료제를 활용하면 의사의 행동교정 치료를 디지털 치료제 앱을 통해 편리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가의사의 직접적인 행동교정 치료를 대신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것입니다. 실제 테어 테라퓨틱스의 리셋오(reSET-O)는 마약성 진통제 중독 치료제이며 팔라 알토 헬스 사이언스(Palo Alto Health Sciences)의 프리스피라(Freespira)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및 공황장애 치료제입니다.디지털 치료제는 또 환자 상태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환자의 증상 관리를 도와줍니다. 프랑스 ‘발런티스(Voluntis)’의 ‘테라시움 온콜로지’(Theraxium Oncology)는 항암치료를 받는 암 환자의 증상관리를 지원합니다.디지털 치료제는 산업적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많다고 평가됩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치료제 시장은 2018년 21.2억 달러(2조6000억원)에서 2026년 96.4억 달러(11조6000억원)로 연평균 19.9% 성장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일반적인 기존 신약 개발보다 개발 비용과 기간, 리스크 측면에서 유리하기도 합니다. 편웅범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의료산업기술사업단 교수에 따르면, 기존 의약품은 평균 3조원의 돈을 15년간 투여하는 데 비해 디지털 치료제는 200억원 안팎의 돈을 3.5~5년간 투입합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의료기기로 분류돼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전임상 단계가 없습니다. 사람 대상 임상 역시 임상 1상과 2상에 해당하는 ‘탐색 임상’과 임상 3상에 해당하는 ‘확증 임상’ 두 단계만 거치면 됩니다.거대 다국적 제약사들은 디지털 치료제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제약사 암젠과 머크는 세계 최초 게임용 디지털 치료제를 만든 ‘아킬리 인터렉티브’에 투자했습니다.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의 자회사 산도즈는 ‘페어 테라퓨틱스’의 중독 치료제 리셋과 ‘리셋-O’의 시장 출시에 협력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미래의 약으로 기대되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 안착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습니다. 지원준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최근 식약처 주최 디지털 치료제 관련 토론회에서 “디지털 치료기기 주 사용 질환군 및 연령 특성에 따른 한계가 있다”며 “약물과 달리 디지털치료기기의 순응도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령 디지털 이해도가 높고 젊은층이 디지털 치료제에 좀더 거부감이 적고 적응도도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같은 정신질환이라도 우울보다는 불안 환자가 디지털 치료제 수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울환자는 무기력증을 통상적으로 동반하게 돼 의지가 낮은 반면 불안 환자는 의사들이 처방한 것을 준수하려는 강박이 크다고 합니다.지 교수는 또 “디지털 치료기기를 통해 생성되는 개인별 건강 데이터의 소유권과 관련한 윤리적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개인정보보 보호를 위한 강력한 보안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FDA는 디지털 치료기기가 속해 있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기업을 심사할 때 환자 안전성, 상품 질, 의료적 책임성, 사이버 보안, 허가후 관리 대응 등을 5가지 주요 원칙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디지털 치료제에 대해서 보험 수가가 어떻게 적용될지도 핵심 과제입니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에 따라 약값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국내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서 앞선 3개 기업을 불러 비공식적으로 개발 진행 상황 등을 점검했다”고 말했습니다. 심평원은 의약품의 건강보험 적용 여부 등을 결정하는 기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