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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공소장]<下> "양승태, 손배판결에 귀띔도 없었다...김앤장엔 `잘 되겠지요`"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대기장소인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2012년 대법원판결 선고 전 김능환 대법관이 귀띔도 안 해주고 선고해 전원합의체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한일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데 결론이 적정한지도 모르겠다”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과 관련해 ‘재판거래’를 시도한 의혹을 사는 양 전 대법원장은 외교부 등의 ‘재판 지연’ 요청이 오기 6개월 전부터 일본 전범기법측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부소 측 변호사를 직접 만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일리가 확보한 양승태 전 대법관에 대한 검찰 공소장을 보면 그는 2013년 3월께 김앤장 송무팀 책임자 한모 변호사를 만나 이런 태도를 드러낸 것으로 조사됐다. 눈에 띄는 건 당시가 박근혜 정부와 외교부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의 연기를 요청하기도 전이라는 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와대와 외교부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지연과 전원합의체 회부를 통해 보다 신중히 판단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사항을 대법원에 수차례 전달한 시기는 2013년 9월에서 10월경이다. 한 변호사는 이를 통해 2012년 대법원 판결에 대한 양 전 대법원장의 부정적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검찰은 봤다. 이후 김앤장은 청와대, 외교부, 대법원을 상대로 법률 외적 대응활동을 할 별도의 팀이 필요하다고 판단, 2014년 11월께 일본 전범기업들 승인을 거쳐 징용사건 대응팀을 꾸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응팀에는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현홍주 전 주미대사 등 전직 외교부 고위공무원과 법관이 참여했다. 이들은 당시 외교부 및 청와대 관계자와 양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비공식적으로 수시 접촉했다.결국 2012년 강제징용 손해해상 대법원 판결을 뒤집기 위한 김앤장, 대법원, 청와대, 외교부의 긴밀한 공조관계가 추진됐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당시 양승태 사법부와 박근혜 정부는 외교부가 강제징용 소송에 대한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하면 대법원은 이를 받아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다는 계획이었다.‘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1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특히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를 통해 청구기각 판결을 내줄 것이라는 입장을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다시 확인해줬다”고 봤다. 그 근거로 양 전 대법원장이 김앤장이 대법원에 외교부 의견 표명 촉구서를 제출한 후인 2016년 10월께 대법원장 집무실 등에서 김앤장 한 변호사를 만나 “외교부가 이번에는 잘 하겠지요”라고 묻자 “잘 되겠지요”라고 말한 것 등을 들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적어도 4회에 걸쳐 대법원장 집무실 등에서 김앤장 한 변호사를 직접 만나 전범기업에 유리한 외교부 의견서 제출을 계기로 전원합의체 회부 등 전범기업이 원하는 대로 절차를 진행해 줄 것이라고 분명하게 전달했다고 봤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미쓰비시 중공업과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2000년과 2005년 각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1·2심에서 패소했다. 이후 대법원이 2012년 5월 일본기업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 사건을 서울·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서울고등법원은 대법원 취지대로 지난 2013년 7월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신일철주금은 재상고에 나섰고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갔지만 이후 5년간 대법원은 선고를 내리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3년 2월 출범했는데 한일관계 등을 고려, 소송결과를 뒤집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상고법원 도입 및 법관의 해외 파견 등 청와대, 외교부 등의 도움이 필요했던 양승태 사법부가 재판을 거래수단으로 삼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 대법 "통상임금 신의칙, 잣대 엄격해야"…불확실한 기준, 갈등 불씨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법조-대법원[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통상임금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信義則) 적용시 경영상 어려움은 엄격한 잣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신의칙이란 한 공동체에 속한 사람 사이의 권리 행사는 신뢰에 따라야 한다는 추상적인 민법상 원칙이다. `정기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더라도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면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를 뒷받침하면서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의 불씨를 제공했다. ◇통상임금 신의칙은 예외 규정…‘전가의 보도’ 아냐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4일 인천 시영운수 소속 버스기사 박모씨 등 22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씨 등은 2013년 3월 정기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면서 연장근로수당을 다시 계산해 차액을 더 지급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정기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법정수당을 다시 산정함에 따라 임금을 추가로 요구하는 것이 기업 경영이나 존립에 어려움을 초래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기업의 경영상황은 여러 경제·사회적 사정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는 것”이라며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법정수당 추가 청구를 못하게 한다면 이는 경영상 위험을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상임금 신의칙은 예외를 규정한 사항이라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워 추가 임금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는 취지라는 분석이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박씨 등이 청구한 법정수당은 4억원 가량으로, 이는 시영운수 연간 매출액의 2~4%이고 지난 2013년도 총 인건비의 5~10% 정도에 불과하다고 봤다. 또 2013년 기준 이익잉여금만 3억원이 넘기 때문에 추가 법정수당을 상당 부분 부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1·2심은 회사가 추가로 부담하게 될 법정수당을 약 7억8000만원으로 추산해 “예측하지 못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게 돼 신의칙에 반한다”며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박씨 측 상고로 대법원은 지난 2015년 10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3년4개월 심리 끝에 사건을 다시 돌려보냈다.◇ 매출액·이익잉여금 등 적용 기준 제시…구체적 판단 미흡, 갈등 불씨 여전 연간 매출액과 총 인건비, 이익잉여금 등 적용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판단에도 불구하고 엇갈린 판단을 내려왔던 하급심의 불확실성은 그대로 남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세종 김동욱 변호사는 “신의칙은 예외적인 것이라 함부로 적용하지는 말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대법원 관계자는 “신의칙과 관련해 새로운 세부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은 아니”라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이에 따라 신의칙 적용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을 잠재우기엔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노동사건 전문인 한 변호사는 “신의칙 관련 새로운 기준을 정립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난 2013년 기존 대법 법리를 변경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통상임금 관련)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개별 재판부 입장에선 사안별로 추가 법정수당과 매출액, 인건비, 이익잉여금 등을 비교해 판단해야 하는 과제가 고스란히 남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영 상태와 관계 없이 신의칙을 이유로 무작정 소급 청구를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의 경우도 1심과 2심에서 신의칙 판단이 엇갈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