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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스피싱 대포통장 개설 문턱 높였지만…대포폰은 규제 사각지대
-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대포통장과 대포폰, 두 숙주를 제거해야 합니다.”(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보이스피싱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보이스피싱을 가능하게 하는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먼저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대포폰은 피해자를 속이기 위한 통화 용도로, 대포통장은 피해자가 속아 입금한 돈을 빼내기 위해 필요하다.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없애면 보이스피싱 또한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 대포통장 주는데, 대포폰·번호변작은 여전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건수는 2015년 5만7695건에서 2016년 4만5921건으로 감소했다.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에 힘입은 결과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다시 4만9948건으로 늘어나는 등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피해액 또한 2015년 2444억원에서 2016년 1924억원으로 줄었다가지난해 다시 2423억원으로 늘었다. 대포통장은 2015년 5만7299건에서 작년 4만5422건으로 3년새 1만1877건(21%)이 감소했다.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대포통장 차단에 나선 덕분이다. 은행들은 통장 개설시 본인확인은 물론 금융거래목적 확인서를 받는 등 통장 발급 요건을 강화했다. 또한 1년 이상의 장기 미사용계좌의 거래를 정지시키는 등 대포통장의 씨를 말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문제는 대포폰과 발신번호변작이다. 해외에서 070 등 인터넷전화로 전화를 걸면서 국내 전화인 것처럼 발신번호를 02 등으로 변경하는 게 번호변착이다. 단속을 피해 해외에 기반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은 번호변작으로 국내 전화로 위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폰 규제는 통장발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허술하다. 국내에서 보이스피싱을 할 때는 주로 미리 요금을 낸 선불폰으로, 해외에선 번호를 변작한 경우가 많아 추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대포폰 관련 범죄는 증가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325건이던 대포폰 관련 범죄 검거건수는 2016년 838건, 지난해 7월 현재 719건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접수된 발신번호변작 의심신고도 2015년 3482건에서 지난해 8월 5034건으로 늘었다. 이 중 실제 변작으로 확인된 건수도 194건에서 845건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별정통신사에 대한 상대적으로 느슨한 관리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별정통신사는 SKT, KT, LGT 등 기간통신사업자의 회선을 빌려 통신업을 하는 사업자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기간통신사업자와 달리 일정 요건만 갖춰 등록만 하면 돼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 ◇ 572개 별정통신사 규제 놓고 부처간 엇박자과거에는 노숙자, 대학생을 직접 통신사 대리점에 데려가 휴대폰을 개설하게 한 뒤 돈을 두고 대포폰을 확보하는 형태가 많았다. 그러나 대포폰 단속을 강화되자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신원확인 절차가 허술하고 온라인으로도 개통이 가능한 별정통신사의 선불휴대폰이 대포폰으로 많이 사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통신사 위탁을 받아 판매하는 휴대폰 대리점이나 판매점은 신분확인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일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별정통신사는 지난해 7월 현재 572개가 등록해 운영 중이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75개사가 불법 번호변작서비스를 제공할 위험군으로 파악하고 있다. 별정통신사 관리는 부처간에 책임을 떠미는 분위기다. 과학정통부 관계자는 “법 시행과 단속 이후 대놓고 불법 번호변작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사라졌다”며 “숨어서 몰래 불법 번호변작을 하고 있는 곳은 수사당국이 단속해 적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은 단속을 통해 불법변호변작을 차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과학정통부가 휴대폰 개설 요건을 강화하거나 기술적으로 번호변작이 불가능하게 차단하는 등 해법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성훈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보이스피싱은 경찰청, 금감원, 정보통신부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지난해 초 국무조정실 제안으로 대책을 논의하다 부처간 이견으로 대안이 없다고 결론이 난 바 있다”며 “번호변작 등에 대한 회선 대여 등을 엄하게 규제하는 데 정보통신부가 반대하면서 논란이 많았다”고 말했다.
- 99주년 3.1절 전국서 다채로운 행사 열려
- 미스바대각성기도성회와 애국문화협회가 1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범국민대회를 열고 있다.[사진·글=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제99주년 3.1절인 1일을 맞아 전국적으로 만세운동재현 등 관련 행사들이 대거 열렸다. 서울에서는 친박·개신교 보수단체의 ‘태극집회’와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 집회가 동시에 열려 광화문 광장이 두동강 난 것처럼 양분되는 모습을 보였다.1일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제99주년 3.1절 기념행사가 열린 가운데 안희정(오른쪽에서 첫번째)충남지사, 윤석우(오른쪽에서 두번째) 충남도의회 의장,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을 비롯한 참석지들이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보신각 타종 및 만세운동재현 행사이날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 앞 광화문 북쪽 광장에서는 광복 70여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봉환 국민추모제’가 열렸다. 3.1절 민족공동행사준비위원회와 일제 강제징용희생자 유해봉환위원회 등이 주최한 이 행사에는 7대 종교 관계자와 생존 독립지사, 독립유공자 후손 등이 참석했다. 이어 오후 12시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는 독립운동가의 희생을 기리는 ‘제99주년 3.1절 기념 타종행사’가 진행됐다. 독립유공자 후손과 박원순 서울시장,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 등 12명이 타종자로 나섰다.1일 오전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 광장에서 국학원, 전북국학원 주최로 열린 ‘99주년 3.1절 기념행사’에서 행사 관계자가 김구 선생의 복장을 입고 어록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충남 천안을 비롯한 전국 200여곳에서도 17만 7000명이 참여한 자체 기념행사가 열렸다. 전북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는 3.1절 99주년 기념 ‘1919! 그날의 함성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만세’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독립선언문 낭독 및 헌화·분향과 함께 만세 행진이 펼쳐졌다.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도 어린이들을 위한 독립군 체험, 태극기 우산 만들기와 바람개비 만들기 등 3·1절을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열렸다. 제주에서는 제주 3.1운동의 효시인 ‘조천만세운동’을 제주시 조천만세동산 주변에서 재현됐다. 이 운동은 제주시 조천 출신인 김장환이 1919년 서울에서 시작된 독립운동 소식을 제주에 알리면서 시작된 제주의 대표적인 독립운동이다. 이날 행사에는 지역주민과 학생 등 도민 1500여 명이 참가했다. ◇ 태극기는 공통...한반도기와 성조기로 구분서울 도심에서는 진보 및 보수 단체의 집회들이 곳곳에서 열렸다.특히 광화문 광장을 인근에서는 오후 2시께부터 진보와 보수성향의 집회가 열리면서 광화문 광장 인근의 KT건물을 기준으로 두동강이 났다. 광화문 교보빌딩 앞 광화문 남쪽 광장에는 개신교와 보수단체 중심의 태극기 집회가, 광화문 북쪽 광장에는 진보성향 단체의 집회가 열다. 경찰은 양쪽의 충돌을 막기 위해 통행을 제한하기도 했다. 오전 11시께부터 지하철 5호선 3번 출구쪽의 광화문 남쪽 광장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이날 오후 1시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앞에서 구국기도회와 ‘3.1절 국가회복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앞서 미스바대각성기도성회와 애국문화협회는 오전 11시부터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금식기도회와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보수단체 집회에는 ‘전작권 환수 반대, 탈원전 반대’ 등의 피켓이 보였다. ‘청와대 주사파를 몰아내자’, ‘나는 공산주의자가 싫어요’ 등의 피켓도 눈에 띄었다. 서울 목동에 사는 이모(65)씨는 “집회나 시위에는 생전 처음으로 나왔다”며 “나라가 어수선해서 어떤 시국인가 해서 보러 왔다. 자유대한민국에 대한 위험성도 있는 거 같다”고 참석 배경을 설명했다. 3·1민회 조직위원회가 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3·1혁명 100년 대회’를 열고 있다.진보 성향의 ‘3·1민회 조직위원회’도 이날 오후 2시부터 ‘3.1혁명 100년 대회’를 광화문 광장에서 열었다. 집회에서는 개신교 집회와 달리 ‘전쟁반대 사드 철거’, ‘국가보안법 철폐’ 등의 깃발이 나부꼈다.진보성향의 집회에는 태극기와 함께 한반도기를 들고 나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든 보수단체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경기 하남시에 온 좌모(34·여)씨는 “(3.1절이라) 당연히 나왔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한마음으로 함께 한다는 게 3.1 운동하는 것처럼 감격스럽다”며 “다만 태극기 집회와 너무 대립이 되는 것 같다.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한 마음이 될 수 있게 통합되는 모습으로 같이 노력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1혁명 100년 대회에 한 노인이 태극기와 한반도기를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