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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쉬해도…스텔스통장, 소리 소문 없이 28만개(종합)
-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결혼 2년차 회사원 김모(31)씨는 최근 ‘비밀통장’ 하나를 만들었다. 결혼하면서 경제권을 아내에게 넘긴 이후 용돈을 받아쓰는데 자신만의 ‘비상금’을 관리할 필요가 생겨서다. 하지만 공인인증서와 비밀번호까지 아내와 공유하면서 아내의 감시망을 피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회사 동료로부터 통장의 존재 자체를 숨길 수 있는 ‘스텔스 통장’을 소개 받았다. 그는 “회사 상여금 일부를 조금씩 떼어 통장에 적립하고 있다”며 “필요할때 비상금으로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우자 몰래 비상금을 관리할 수 있는 일명 ‘스텔스 통장’이 은행권에 28만개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년반 새 25% 가량 늘어난 규모다. 남성만 사용할 것 같지만 이용자 중 여성 비율도 46%로 거의 절반에 육박했다. 배우자간이라도 자신의 사생활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사회적 현상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 우리은행, 2만개 줄었어도 은행 중 가장 많아금융감독원이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전자금융거래제한 계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16개 은행(인터넷전문은행과 수신 기능이 없는 수출입은행 제외) 의 스텔스 통장은 올해 6월말 현재 28만2030개로 집계됐다. 지난 2012년말과 비교하면 4년6개월만에 대략 25%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1계좌당 100만원씩만 들어 있다고 가정해도 대략 2800억원이 넘는 돈이 비밀통장에 보관돼 있는 셈이다. 전체 은행 중 우리은행이 6만5413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민(5만2904개) △신한(5만59개) △하나(3만9354개) 순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다른 은행과 달리 유독 우리은행만이 2012년말과 비교해 스텔스통장이 21%(8만2529개→6만5413개)가 감소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의 스텔스 통장은 다른 은행과 달리 사실상 계좌를 만든 해당 은행 지점에서만 거래가 되는 등 이용에 다소 불편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계좌를 튼 계좌관리점에서만 거래를 할 수 있다”며 “다른 곳에서는 해당 영업점장의 승인을 받고 서면 통지를 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스텔스 통장은 ‘남편의 비상금 통장’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제 사용자 중 절반 가까이는 여성들로 나타났다. 전체 28만개 넘는 스텔스 통장 중 남성 계좌가 54%(15만3629개) 여성 계좌가 46%(12만8401개)였다. ◇ 펀드·신탁 계좌도 ‘스텔스 통장’ 기능스텔스 통장은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조회가 되지 않는 통장을 말한다. 별도의 금융상품을 담은 통장이 아니라 일반 계좌중 조회가 되지 않도록 기능을 첨가한 통장이다. 조회나 거래는 본인이 해당 은행의 지점을 방문해야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나만의 스위스계좌’, ‘시크릿통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당초 스텔스 통장은 2007년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등 금융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개발됐다. 하지만 비상금 관리용 통장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비자금 통장으로 용도가 변경됐다. 이 때문에 배우자의 매의 눈을 피할 수 있어 적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최첨단 전투기 스텔스라는 애칭도 붙었다. 편리한 인터넷 조회 등 스마트한 서비스가 되지 않아 ‘멍텅구리 통장’이란 별칭도 있다.스텔스 통장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은행에서 일반 계좌를 만들때 ‘인터넷으로 조회가 되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만 하면 된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전자금융거래제한계좌(국민은행), 보안계좌(신한은행), 씨크릿뱅킹(우리은행), 세이프어카운트(KEB하나은행)등으로 불리는 서비스를 적용해 달라고 하면 된다. 은행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개 요구불예금뿐만 아니라 예적금, 펀드, 신탁, 외화예금 등 거의 모든 계좌를 스텔스 통장으로 만들 수 있다. 해당 통장에는 체크 및 신용카드를 물려 쓸 수 있고 ATM 이용으로 현금 인출도 가능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안 사고를 우려하는 이용자가 느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혼술, 혼밥처럼 자기들만의 프라이버시를 영위하고 자신의 금융정보가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이들이 늘어는 것과 무관치 않은 현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적폐'라더니…민간 금융사에 낙하산 내려오나(종합)
- [이데일리 권소현 노희준 기자] 이르면 이달말 금융감독원장 인선을 시작으로 금융권 공기업과 민간 금융사들의 기관장 인사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금융권에 인사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 지분이 없는 민간 금융사들의 수장자리에까지 외부 낙하산 논란이 일면서 새 정부의 인사개입이 어느정도 선에서 이뤄질 것인지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 인사 태풍 예고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차관급인 금감원장이나 금융권 공기업 인사 검증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차관 인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이르면 8월말이나 9월초쯤 금감원장 교체를 신호탄으로 한동안 멈춰 있던 금융공기업 인사 시계가 빠르게 돌 것으로 점쳐진다. 인사폭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 인사검증 절차는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었지만, 금융권은 다른 부서의 장차관 인사 등에 우선순위가 밀려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제 검증 철차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인선과 김용범 부위원장 인선 이후 예상과 달리 나머지 금융권 인사는 멈춰서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금융권 인사 검증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인사가 임박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시작은 금감원장 인사가 될 공산이 크다. 금감원장이 정해져야 비슷한 후보군의 금융위 1급 인사와 금융공기업 후속 인사의 ‘퍼즐 맞추기’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금감원장 후보군에는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원장 등 관료 출신 외에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하나금융지주 사장 출신의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등 민간 출신이 여전히 거론되고 있다. 금감원장 인선 이후로는 금융위 1급 인사 및 금융공기업 인사가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공기업으로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자산관리공사, 신용보증기금 등이 있다. 남은 임기를 기준으로 한다면 오는 10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재천 주택금융공사 사장과 내년 5월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인사 사정권에 들어 있지만, ‘새 술은 새 부대’의 원칙에 따라 더 큰 폭의 물갈이 인사가 점쳐진다. 정부는 정권의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마인드셋’이 필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민간 금융사에 대한 하마평까지 무성하지만 임기가 만료되지 않았는데도 단순히 전 정권 인사라는 점 때문에 교체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선 논란이 상당하다. ‘친박’ 인사로 꼽히는 이동걸 산은 회장이 대표적이다. 임기 3년 중 아직 절반 가량이 남았고 대우건설, 금호타이어 매각 등 굵직한 현안이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임기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거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산업은행장들이 스스로 물러났던관행을 바꿔야 경영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 금융사에 대한 정부의 인사개입설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일단 BNK금융지주 회장 인선에서 최종 후보에 외부인사인 김지완 전 하나금융 부회장이 들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부산은행지부가 김 전 부회장에 대해 정치권과 연이 닿은 ‘낙하산’이라는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이 고 노무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이라는 점 때문에 친정부 인사로 분류됐고, 이미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여기에 수협은행장 인선은 6개월째 감감 무소식이다. 지난 2월 첫 공모를 실시한 후 내부 인사를 추천한 수협중앙회측 위원과 관료출신을 고집한 정부측 위원이 맞서면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는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도 관심이다. 윤 회장 임명 전까지만 해도 KB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청와대 낙하산 인사가 등용된 자리였던 만큼 새 정부가 다시 예전처럼 입김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민영화에 성공해 과점주주 체제로 전환한 우리은행장 인선에 대한 각종 억측도 나온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올해 1월 과점주주가 주도한 행장 인선에서 2년 임기를 받으며 연임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18.78%를 보유해 최대주주인 만큼, 정권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그러나 새 정부가 적폐청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 등을 적폐로 규정한 만큼 과도한 인사개입의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한 금융권 인사는 “임기가 아직 남은 금융사 수장 자리를 놓고도 다양한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며 “과거 정부가 당연시했던 적폐가 되풀이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