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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대부업체, 은행돈 고작 5% 빌렸다…서민 돈줄 마르는데
-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마지막 제도권 금융인 대부업권이 지난해 은행에서 조달한 자금 규모가 총 차입금의 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최고금리 인하와 시장 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이 높아진 대부업권의 서민 대출 유지를 위해 저리 조달 창구인 은행 차입을 허용했지만,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단위=억원(좌), %(우)26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서민 금융 우수 대부업자’ 13곳이 은행에서 1839억원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우수 대부업자가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등을 통해 조달한 총 차입금 4조원 가운데 4.6%에 불과하다.‘우수 대부업자’는 저신용자 신용대출 실적이 70% 이상인 경우 등 일정 요건을 만족하는 금융위원회 등록 대부업체로 일반 대부업체가 할 수 없는 은행 차입이 가능하다. 아프로파이낸셜대부와 리드코프, 태강대부, 에이원대부캐피탈, 바로크레디트대부 등 대형 대부업체가 대부분이다.금융당국은 2021년 9월부터 최고금리 인하(연 24%→20%)에 따른 저신용자 대출 취급 위축 현상을 보완하기 위해 우수 대부업자를 선정해 은행 조달 허용이라는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대부업자는 수신 기능이 없어 대부분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에서 돈을 빌려 이를 재원으로 대출을 해준다.지난해 한 해를 봐도 우수 대부업자의 은행 차입금 증가는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1월말 우수 대부업자 11곳이 1819억을 빌렸는데, 은행 차입이 허용된 곳은 2곳, 은행 차입금은 잔액 기준으로 20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대부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에 은행에서 자금을 조금 빌려오다가 하반기에는 거의 못 빌려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우수 대부업자가 은행에서 빌린 자금의 평균 금리는 지난해 말 연 6.02%로 같은 해 1월 연 3.94%에 비해 2.08%포인트(p) 상승했다.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우수 대부업자가 은행에 내는 6.02% 금리는 일반적으로 대부업자가 가장 많이 돈을 조달해오는 저축은행과 캐피탈에 지불하는 금리 9% 중반대에 견주면 3%포인트 정도 낮다. 대부업자가 은행 차입 확대를 요구하는 이유다.대부업자 기대와 달리 은행권의 대부업 대출 문턱이 여전히 높은 것은 은행이 대부업의 자금줄 역할을 한다는 ‘평판 리스크’ 때문 등으로 풀이된다. 앞서 하나은행이 2021년 후반기에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아프로파이낸셜대부에 500억원을 대출해주고 이 사실이 알려지자(이데일리 2021년 10월8일 ‘하나은행, 러시앤캐시에 첫 대출’) 당시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 따른 ‘은행 대출 절벽’과 맞물려 은행이 가계대출을 끊고 대부업자에 대출을 해주냐는 비난이 제기됐다. 하지만 대부업자에 대한 대출은 기업대출로, 가계대출과는 관련이 없다.문제는 대부업 은행 차입 현황이 미비할수록 최고금리 인하와 금리 인상기에 대부업자의 마진 압박이 완화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여파로 지난해 말 개인대출 잔액 상위 10개 대부업권의 전월 대비 대출액은 10월 240억원, 11월 630억원, 12월 421억원이 각각 줄었다. 대부업권 관계자는 “은행에서 빌린 차입금이 전체 조달의 50% 정도는 돼야 자금조달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고 말했다.금융당국 관계자는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자의 취지를 고려할 때 제도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고민 중”이라며 “최근 우수 대부업자의 은행권 차입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은행권의 협조도 요청했다”고 말했다.
- 이미 20% 급등한 은행株, 지금이라도 살까
-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주요 은행주가 지난해 말 대비 20%가까이 상승하면서 은행주에 대한 투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배당 확대와 이익 안정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기대만큼 배당이 늘어나기에는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4대금융지주 연말대비 올해 수익률, (자료=한국거래소) 단위=원,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지주(105560)는 지난해 말(4만8500원) 대비 지난 20일 5만7000원으로 장을 마쳐 18% 상승했다. 신한지주(055550)는 같은기간 3만5200원에서 4만3300만원으로 23% 급등했다. 하나금융지주(086790)와 우리금융도 각각 22%(5만1500원→4만2050원), 10%(1만1550원→1만2700원) 올랐다. 이에 따라 4대 금융지주 평균 상승률은 18%로 같은기간 코스피 상승률 7%보다 2.6배 더 높았다. 이런 주요 금융지주가 포함된 KRX은행 지수도 같은기간 16% 상승해 전체 지수에도 가장 상승률이 컸다.외국인이 은행주를 대거 매입했다. 올해에만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를 각각 1982억원치, 1875억원치 사들였다. 이에 따라 두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은 외국인 순매수 상위 3~4위에 올랐다. 외국인은 KB금융도 1248억원치를 매입했다. 반면 개인은 신한지주(-2412억원), 하나금융지주(-2208억원), KB금융(-2087억원)을 대거 팔아치웠다.강승건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은행주 강세 배경에 대해 “금융지주의 주주환원율 제고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한지주는 지난 2일 경영포럼을 진행하고 자본비율 12% 초과분에 해당하는 자본 여력을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고 표명했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은 9일 공개 기자간담회를 통해 7개 금융지주에 배당률 50% 이상을 요구하기도 했다.은행 실적이 나쁘지 않다는 기대감도 원인으로 꼽힌다. 김지영 교보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의 순이자마진(P)과 대출(Q)에서 긍정적 시그널이 유지되고 있어 이자수익에서 이익 하방 안정성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원화대출금(가계대출+기업대출) 성장은 2023년까지 연평균 4~5%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드라이브를 강하게 거는 것도 가계대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다.여기에 은행 건전성 악화로 인한 비용(C) 증가 우려는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선제적으로 쌓은 대손충당금으로 인해 대손충당금적립비율(부실채권 대비 충당금잔액 비율, 지난해 9월 은행권 230.7%)이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데다 은행 대출 구성상 과거대비 담보나 보증 비율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2021년말 시중은행 신용대출 비율은 26.8%수준으로 2001년 38.5%대비 11.7%p 줄었다. 다만, 얼라인 측의 주장은 은행이나 금융당국이 전면적으로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얼라인 측은 위험가중자산(RWA, 대출 등 자산 유형별 회수 위험 수준을 고려한 자산) 성장률을 현재 10%에 가까운 수준에서 2~5%로 낮춰 주주환원을 높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 건전성 규제(BIS자기자본)비율는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눠 구한다. 따라서 RWA이 줄면 건전성 규제 맞추기가 수월해지고 배당할 여력은 늘어난다.김재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RWA 성장률 제한은 은행이 RWA 성장률 관리를 위해 상대적으로 위험가중치가 낮은 담보, 보증 위주의 대출을 취급해야 할 유인이 높아질 수 있다”며 “반대로 담보나 보증이 부재하거나 부족한 차주는 대출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취약 차주의 금융접근성이 약해져 은행의 공적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중기 대출이나 중금리 대출을 신경 쓰는 금융당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경직된 RWA 설정이 금융회사 성장 잠재력 측면에서도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승건 애널리스트는 “금융지주의 RWA는 대출뿐만 아니라 비은행 자회사의 위험가중자산 증가, 해외 금융회사 인수를 통한 위험가중자산 증가 등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RWA 경직된 목표 설정은 중기적 관점의 금융회사 가치 창츨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 스스로 얼라인 주장을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