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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이팔성 "지금은 배당보다는 내부유보..리스크 관리"
-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오랜만에 말문을 열었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금융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2월 우리금융 회장으로 연임된 이후 공식적인 첫 인터뷰였다. 그는 올해 유난히 언론접촉을 피하며 말조심을 해왔다. 연초엔 연임문제로, 연임 이후엔 우리금융 민영화라는 초대형 이슈로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날 인터뷰 시작 전 그의 얼굴엔 약간의 긴장감이 엿보였다. ▲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그러나 막상 대화가 시작되자 그는 거침이 없었다.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던 우리금융의 기본적인 성장전략, 현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 우리금융의 민영화 등 굵직한 현안들에 대한 그의 구상이 막힘 없이 흘러나왔다. 40년을 금융인으로 살아온 노련한 뱅커의 관록이 묻어 있었다. 이 회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성장, 민영화, 해외진출” 등 3가지 화두로 집약될 수 있었다. 그는 “하루 빨리 해외로 나가야한다. 지금이야말로 기회”라며 “2015년까지 해외자산비율을 1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의 민영화에 대해선 “세계 100대 금융그룹의 공통적인 주주구성을 보라”며 재치있게 예봉을 피해갔다. 글로벌 경기에 대해선 “심각한 위기국면으로 치닫진 않을 것”이라며 낙관적인 그림을 그렸다. 그는 “3년전 각국 정상들이 금융위기의 해법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하겠다고 나설 때부터 미국과 유럽, 일본의 신용등급 하락은 예상된 일이었다”며 “예고된 위기는 더 이상 위기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다음은 이팔성 회장과의 일문일답. - 최근 관심을 두는 사안은 뭔가. ▲ 금융부문의 성장과 우리금융 민영화, 해외 네트워크 구축이다. 미국은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있지 않은가.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어떻게 이룰지 생각해야한다. 세계경제대국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글로벌 경제상황이 녹록지않다. 지금 진출한다는 건 모험일수도 있는데. ▲ 지금이 찬스다.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올지 모른다. 삼성·현대·LG 등 대기업들은 자기신용으로 해외에서 언제든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국내 금융회사들에게 돈을 빌릴 이유가 없다. 그러다보니 은행들은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에게 몰린다. 당연히 쏠림현상이 나타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부실도 그래서 발생한 것 아닌가. 저성장-저수익 시대에 접어든 상황에서 해외진출은 반드시 추진해야할 사안이다. - 진출하려는 나라는 어디인가. ▲ 인도네시아 태국 중국 등 아시아쪽을 생각하고 있다. 유럽이나 그외 나라들은 신디케이트 방식으로 공동으로 지분을 인수해 경영을 맡기는 방식이 될수도 있다. 해외에 진출할 땐 가급적 현지법인 형태로 갈 예정이다. 단순히 지점을 세워 한국계 기업이나 교민만 상대로 하는 영업은 한계가 있다. 그 나라 국민을 직접 상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위기 때도 그 나라 정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 신년사에서 올해를 ‘글로벌 50위, 아시아 10위’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는데. ▲ 임기내 해외자산 비중을 15%까지 늘리는 것을 1차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시아 중소형 은행의 인수합병(M&A)을 검토 중이다. 성장잠재력은 있으나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금융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 지금이 기회다. - 글로벌 경기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 아닌가. ▲ 현재 미국,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졌고 유로지역은 말할 것도 없다. 소버린 리스크(sovereign risk·국가부도위험) 문제인데 이미 예상한 일이다. 3년전 G20 수뇌들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보호무역 금지, 재정지출 확대 등 각종 대안을 내놓았다.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듯 유동성을 풀었고…. 그에 따라 생겨난 문제다. 하지만 예고된 위기라 충분히 대응할 여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 - 국내 외화수급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 외화조달과 운용의 불일치가 크지는 않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만기연장이 안됐고, 연장하더라도 대출규모나 기간이 확 줄었으나 지금은 그런 현상이 없다. 시뮬레이션 결과 외화 차환율이 67.5%다. 다시말해 외화예수금의 35% 정도가 빠져나가도 20억~30억달러만 조달하면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과가 나온다. 수출입 기업들이 일시적인 대금결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심각한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다. -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금융당국은 자본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고배당을 자제해달라는 입장인데. ▲ 결국 배당이냐 리스크 관리냐의 문제다. 성장을 강조하면 리스크 관리가 취약해질 수 있고, 리스크 관리만 앞세우면 은행 발전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 두바퀴로 굴러가야는데 어느 한쪽만 치우쳐선 안된다. 다만 예금보험공사(우리금융의 최대주주)가 양해해주면 우리는 배당보다 내부유보를 하고 싶다. 금융위기 때 다른 지주사들은 유상증자를 했는데 우리만 못했다. 앞으로 도입될 바젤III를 대비해서라도 내부유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 우리금융 민영화가 또 무산됐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나. ▲3년을 매달리다보니 진이 다 빠졌다(웃음). 국민주라 (머리를 갸웃하며) 어떤게 국민주 방식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민영화는 우리가 원하는 거다. 당위성도 잘 알고 있지 않나. 남은 건 지분을 가진 주주(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해야한다는 거다. 공적자금을 받았기에 우리금융 직원 2만6000명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우리금융을 정상화시켰다. 이제는 우리금융을 더욱 성장,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주주를 찾아야 한다. - 좋은 주주라면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 세계 100대 금융그룹의 주주구성을 보면 (좋은 주주의) 공통분모가 나올 수 있을 거다. 그런 형태로 가면 문제될 게 없다. - 그룹의 성장전략은. ▲ 카드나 증권, 보험 등 비은행부문을 강화할 예정이다. 카드는 은행과는 달리 카드에 적합한 마케팅을 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의 카드사업부를 떼어내 독립 법인화할 계획이다. 그룹의 캐시카우(cash cow)로 키우겠다. 우리투자증권도 정부의 투자은행(IB) 활성화 방침에 따라 증자를 할 생각이다. - 4대 천왕 중 한명으로 회자된다. 그런 얘기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 ▲ 그 단어를 누가 만든 건지 몰라도 나는 내 할 일을 할뿐이다. 우리금융을 맡은 이상 어느 금융그룹보다 나은, 이전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금융그룹을 만드는게 내 책무이자 소임이다. 이팔성 회장은 정통 뱅커다. 1967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에 입행해 40여년을 금융권에 몸담았다. 지점장 시절 남대문 지점을 수신고 전국 1위로 끌어올렸고 1997년 53세의 나이에 최연소 상무에 올랐다. 1999년 한빛증권 사장, 2002년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에 올랐으며 우리투자 증권시절엔 5년 연속 흑자로 업계 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2005년 서울시향 대표를 맡아 잠시 금융권을 떠났지만 2008년 우리금융 회장으로 금의환향했고 지난 2월 연임에 성공했다. 2009년 그룹 차원의 경영혁신 프로그램인 ‘원두(OneDo)’를 도입, 4800억원의 재무적 성과를 거두는 등 금융권 혁신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인터뷰 = 송길호 금융부장 정리 = 이학선, 이준기 기자 사진 = 권욱 기자
- [인터뷰] 김석동 "위기 장기화..완전 수습엔 오래 걸릴 것"
- 김석동(사진)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취임 후 8개월간 숨가쁜 행보를 이어왔다. 곯을대로 곯은 저축은행 부실에 메스를 가했고 외환은행과 우리금융 매각 문제도 도마위에 올려 놓았다. 오랜 난제인 가계부채와 은행 외화 건전성 문제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해법마련에 나섰다. 대형 투자은행(IB)과 헤지펀드를 키우겠다며 자본시장법도 뜯어고쳤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저축은행 사태는 영업정지 과정에서 엇박자를 냈고, 우리금융 매각은 또 다시 물거품이 됐다. 가계부채와 외화 건전성 대책 모두 은행들의 조직적인 반발로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대형 IB와 헤지펀드의 등장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많다. 그래도 그는 “보람 있었다”고 말한다. 외부충격에 취약한 한국경제의 체질개선을 위해 모두 필요한 선제조치였다는 신념 때문이다. 우리금융 매각도 비록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제대로 된 매각방향을 잡기 위한 훌륭한 논의의 장이 됐다고 그는 믿는다. `영원한 대책반장`의 귀환을 기다렸다는 듯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는 유럽 재정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면서 이미 또 다른 위기를 직감했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됐을 뿐이라는 거다. 김 위원장은 “97년 외환위기 당시엔 태풍이 몰아치는 벼랑 끝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며 "하지만 요즘은 태풍속에서도 제법 든든한 집안에 있는 것 같다"고 국내 경제상황을 비유했다. 그는 "최근의 경제위기에 그나마 잘 대응하고 있다"며 단호하고 확신에 찬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다음은 김석동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 2008년엔 금융버블이 붕괴되면서 짧고 굵게 충격이 오면서 상대적으로 빨리 수습됐다. 하지만 이번엔 실물경제가 문제다. 유럽과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4대 경제권이 모두 상황이 어렵다. 실물경제에서 비롯된 만큼 완전히 수습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데 ▲ 기관의 비중이 너무 낮다. 특히 연기금은 2.5%밖에 안된다. 반면 외국인 투자비중은 30%를 넘는다. 증시가 환율을 거쳐 금융시장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증시안정을 위해선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 외국인을 대체할 수 있는 투자주체로 만들어야 한다. 장기 투자상품에 대한 세제혜택 등 간접 투자상품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장기 적립식은 국민연금을 보완할 수 있는 훌륭한 금융상품이 될 수 있다. - 은행권에 고배당 자제를 권고했는데 ▲ 올해 많이들 벌었다. 여건이 좋은 만큼 부실을 정리하고, 대손충당금도 많이 쌓아 충분히 대비하라는 의미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가 그걸 못하면 자격이 없다.(건전성이 악화하면) 은행이 망할 수도 있는데 투자자나 주가 때문에 (자본확충 등 필요한 조치를 능동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고정금리 대출 전환도 난항을 겪고 있는데 ▲ 일부 은행이 한도를 초과한 뒤 갑자기 모든 대출을 중단한 것은 문제가 있다. 대출심사를 엄격히 해서 한도를 지켜나가면 된다. 가계부채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면 중소기업으로 유동성이 흘러들어 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고정금리 전환 역시 외부충격에 대한 대응능력 제고와 가계부채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선 필수적이다. 현재 은행별 목표 비율을 제출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길 기대한다. -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범위는 ▲ 경영진단이 진행 중인 만큼 현재 구조조정 범위를 예상하긴 어렵다. 경영진단 기간 중 자구노력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경영 정상화가 어려운 저축은행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다. -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 최종 유죄로 결론나면 외환은행 처리 방향은 ▲ 론스타가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은행법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에 따라 관련 조치를 취할 것이다. - 금융회사 지배구조개선법을 마련중인데 ▲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의 독립성과 감시기능 제고, 이사회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기능도 개선해야 한다. 경영 지배구조는 제도 개선만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으며, 금융회사의 인식과 관행개선 등 자체적인 노력도 중요하다. - 종합금융투자회사와 헤지펀드 등이 제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나 ▲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자본시장과 산업이 자율의 기반 위에서 혁신적인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과정이다. 종합금융투자회사는 신생기업 발굴과 기업자금 중개 등의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고 헤지펀드 역시 다양한 투자기회 제공과 함께 신성장 분야로의 원활한 자금흐름을 유도할 수 있다. - 바람직한 금융감독 체계 개선방향은 ▲ 현 감독체계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만들어졌다. 이 시스템으로 2008년 금융위기를 훌륭히 극복했다. 저축은행 부실 역시 한 두해 생긴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봐야 한다. 저축은행 부실을 검사감독 문제만으로 귀결시키긴 어렵다. - 금융권 4대 천왕이 회자되고 있는데 부담스럽지 않나 ▲ 뭐가 부담되겠나. 필마단기(匹馬單騎)로 30년간 야전생활을 했다. 두려울 게 없다. - 취임 후 성과에 비해 과속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데 ▲ 과속이 아니라 마음이 급하다. 산적한 숙제를 외면할 수 없었다. 저축은행도, 가계부채도 그냥 놔둘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우리금융도 올해를 넘기면 팔기 어렵다고 봤다. 이번에 모든 문제들을 수면 위로 올렸다. 그냥 지나가면서 적당히 갈 수도 있다. 칭찬받을 수 있는 일이 없고, 이해 관계자들이 다 싫어하는 일만 했다. 평상시라면 인기있는 일을 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어쩔 수 없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경제·금융분야의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경제관료다. 강력한 추진력과 시원스런 일처리는 고유의 트레이드 마크다. 경제위기가 닥칠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장해 `대책반장`, `해결사` 등의 별칭을 갖고 있다. 실제로 5.8부동산 특별대책 반장(1990년)과 금융실명제 대책반장(1993), 부동산 실명단 총괄반장(1995), 금융개혁법안 대책반장(1997) 등 굵직굵직한 정책의 실무처리를 총괄했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땐 옛 재정경제원 외화자금과장으로, 2003년 카드대란 당시엔 옛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땐 옛 재정경제부 1차관으로서 위기의 현장에서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했다.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발언으로 유명한 그는 시장의 실패에 대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인터뷰 = 송길호 금융부장 정리 = 김춘동 기자
- [WSF 2011]루빈 "모든 의사결정은 확률에 근거한다"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그 어떤 것도 확실한 건 없다. 모든 의사결정은 확률에 근거한다.(Nothing in life is certain and that, all decisions are about probabilities)" 로버트 루빈(Robert Rubin·사진)전 미국 재무장관이 기업과 정부를 넘나들며 지침으로 삼았던 기본 원칙은 "확실한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골드만삭스에서 재정거래인으로 투자에 나설때, 정부에서 멕시코 금융위기에 직면해 구제금융을 지원해야 할때 그 어느 때나 확신에 찬 의사결정은 없었다고 2003년 자전적 회고록 ''글로벌 경제의 위기와 미국(원제:In an uncertain world)''에서 밝혔다. 그는 대신 "모든 다양한 결과를 산정하고 각각의 경우에 따른 이해득실을 판단한 후 모든 이용 가능한 정보를 통해 결정을 했다"며 자신의 의사결정 기준을 명확히 제시했다. 월스트리트에서나 백악관과 재무부에서나 불확실한 상황에서 선택의 기로에 섰을때 그의 판단기준은 바로 이 같은 확률론적 의사결정이었다. 이는 하버드 경제학과 시절 존경했던 철학과 드모스(Demos) 교수의 가르침에 따른 지혜였다. 드모스 교수는 "의견과 해석은 늘 고쳐지고 발전하게 마련이다. 사상체계는 가정 가설 또는 신념에 기초를 두고 있다"며 결정론적인 세계관, 절대진리에 대한 아집을 경계했다. 루빈은 드모스 교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현상에 대한 접근방법을 "증명할 수 있는 절대적인 것은 없다"(There are no provable absolute)는 말로 요약한다. 그 어떤 것도 절대적인 의미에서 증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내면속에 깊이 간직하면 진리에 이르는 유일한 길은 결국 좀 더 많은 지식과 이해력에 토대를 둔 확률이나 선택에 따른 결정일 수 밖에 없다는 게 루빈의 결론이었다. 루빈의 이 같은 신념체계는 실용주의적인 경제관으로 이어졌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가진 케인즈적인 사고방식이나 고전학파적 사고방식 그 어느 한편에 서지 않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목표에 따라 두 가지 신념체계를 적절히 활용했다. 그는 "시장경제 체제하에선 시장의 특성을 채울 수 없는 많은 필요 사항들이 있다. 그런 필요의 한 부문을 국가가 담당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성장은 시장 자체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는 시장의 열매를 널리 나누어주는 정책을 펴야 하고 시장만으로는 적절히 다룰 수 없는 중요한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며 "정부의 그런 조치들이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끌어올려 경제성장을 가속화한다"고 정리했다. 성장을 위한 근본적인 정책은 결국 시장경제와 시장경제가 채워줄 수 없는 부문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정부의 정책세트가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정책현실에 대한 그의 기본 관점이었다. 재무장관 시절, 그의 이같은 실용주의적 경제관은 대내적으로는 재정건전화를 통한 균형재정, 대외적으로는 무역자유화로 표출됐다. 그는 특히 레이건과 부시 집권 12년간 누적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출감소와 세금인상을 통한 재정건전화에 전력을 기울였다. 전통적인 케인즈적 사고방식은 정부지출을 줄이면 경제가 위축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는 재정이 건전하면 장기금리를 떨어뜨려 경기위축을 상쇄하고도 남을 경기 확장효과가 이어진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루비노믹스''(루빈이 실행한 일련의 경제정책)로 집약되는 그의 경제철학의 핵심은 바로 ''재정상황이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바로 이 같은 재정과 금리의 상관관계에 있다. 재정과 금리와의 관계에 대한 그의 설명은 명쾌하다. ''정부가 차입에 나설 경우 한 나라의 저축총량에서 민간부문이 쓸 수 있는 자금의 한도는 줄어들고 이는 그만큼 금리로 표시되는 자본의 가격을 끌어올린다. 반면 정부가 차입 대신 부채를 상환하면 저축총량에서 민간부문이 사용 가능한 금액이 늘어 금리로 표시되는 자본의 가격을 떨어뜨린다.'' 이에 따라 그는 "재정패턴이 건전해지면 미국은 물론 유럽 일본 중동 등지의 투자자들이 달러화표시 채권수요를 늘리고 이는 금리를 끌어내려 소비지출과 기업투자를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재정건전성의 회복이 경제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금리하락을 유도하면 소비지출과 기업투자를 끌어올리고 이는 다시 고용창출, 실업률하락, 생산성 향상 등의 선순환 효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반면 방만한 재정운용이 지속되면 시장은 언젠가 총저축에서 연방정부가 차입해야 할 미래의 자금수요 뿐 아니라 그보다 훨씬 큰 재정 혼란(장기적인 재정악화를 엄격한 재정정책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해결할 가능성)의 위험에 이를 수 있다. 이는 이미 올라간 금리에 재정위험을 반영한 ''재정적자 프리미엄''까지 붙어 추가적인 금리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소비지출과 기업투자를 제약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클린턴 집권기간 내내 ''재정건전성''을 국내외 경제정책의 화두로 제시한 건 이 같은 그의 경제철학과 연관이 있다. 자유무역에 대한 그의 신념도 분명하다. 그는 산업을 보호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는 매력적일지 모르지만 자유무역의 혜택은 그보다 훨씬 크고 광범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에 근거해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이나 무역과 개방으로 덕을 본다"며 "각 나라들은 경제적으로는 경쟁자지만 무역은 한 나라의 성공이 다른 나라의 비용으로 전가되는 게 아니라 각 나라의 생활수준을 모두 끌어올리는 상호호혜적"이라고 정리했다. 1980년대 무역규제적인 태도를 보인 유럽과 일본이 자국 산업에 보호막을 친 결과 오히려 생산성과 성장이 더디게 나타났지만 미국은 무역자유화를 통해 경쟁력을 회복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재무장관시절 레이거노믹스(탈규제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레이건 행정부 이후 공화당이 주도한 경제정책)를 뛰어 넘는 이 같은 루비노믹스를 통해 미국 경제를 초유의 성장과 안정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이건과 부시로 이어지며 누적된 재정적자를 흑자기조로 돌렸고 정보기술과 벤처붐을 유도, 90년대 미국의 골디락스(goldilocks·높은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를 이끌었다는 찬사도 받고 있다. 루빈의 경제관은 현 오바마 행정부 경제정책의 근간이 되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국가경제위원회(NEC)위원장,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등이 모두 클린턴 행정부시절 루빈과 함께 일했던 이른바 ''루빈사단''이다. 루빈은 그러나 과도한 규제철폐로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재무장관 퇴임후인 1999년 12월 ''루빈사단''의 대표격인 래리 서머스 재무장관이 은행의 상업부문과 투자부문의 분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인 글래스-스티걸법(Glass-Steagall Act)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월가의 과도한 금융규제 완화 요구, 씨티그룹의 강력한 로비 등으로 글래스-스티걸법이 폐지되면서 상업은행의 증권업 겸업이 다시 허용된 결과 금융위기의 직접 원인이었던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의 근거가 약화됐다는 게 루빈책임론을 제기하는 비판론자들의 논리다. 장기간의 저금리기조를 통해 부동산 버블을 방치했다는 지적을 받은 앨런 그린스펀 전FRB의장이 퇴임 후 도마위에 오른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 불확실성의 시대를 관통하는 필승해법, `세계전략포럼(www.wsf.or.kr)`에서 찾으세요. 6월14~15일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리는 이번 세계전략포럼에는 미국 재무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을 비롯해 세계 3대 미래전략가인 리차드 왓슨, 경영의 현자로 불리는 램 차란 등 각 분야의 최고 전략가들이 참석해 독창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할 예정입니다.<!--기사 미리보기 끝-->
- [WSF 2011]'월가의 신화' 로버트 루빈 前 美 재무장관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알렉산더 해밀턴 이후 가장 위대한 재무장관"(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 "정치에 앞서 정책을 우선순위에 올려놓은 이상적인 공직자"(척 헤겔 전 미국 상원의원) "우리시대의 가장 똑똑하고 존경할 만한 현인중 한명"(월터 아이잭슨 전 타임 편집장이자 전기작가) ''월가의 신화''로 불리우는 로버트 루빈(Robert Rubin·사진) 전 재무장관. 그는 시장(월스트리트)과 정부라는 서로 다른 두 세계를 넘나들며 학문적 역량과 실무지식, 시장의 흐름과 정책판단 능력을 모두 겸비한 최고의 경제전문가라는 찬사를 받는다. 그는 골드만삭스에서 26년, 클린턴 행정부에서 6년반, 씨티그룹에서 4년동안 근무하며 투자자로서, 정책조정자와 입안자로서 민·관에 걸친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실무경제를 주도한 현대경제사의 살아 있는 역사로 남아 있다. 그는 1938년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나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60년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수마 쿰 라우데.summa cum laude)한 그는 1년간의 런던 경제대학 연수를 거쳐 예일대 로스쿨을 마친후 뉴욕의 법률사무소(클리어리 고트립 스탠 앤 해밀턴)에서 2년간 변호사로 활동했다. 법률업무에 특별한 흥미를 느끼지 못한 그는 금전적인 보상이 약속된 월가로 진출, 잠시 하이든스톤사라는 투자회사를 거쳐 1966년 골드만삭스로 자리를 옮긴다. 골드만삭스는 그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리스크 재정거래부서를 거쳐 5년만에 파트너가 됐고 투자부문 10년 연속 최고 수익률을 달성하는 등 눈부신 실적을 바탕으로 1987년 부회장 및 공동 최고운영책임자(COO), 1990년엔 공동회장에 올라 2년간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기업을 이끌게 된다. 입사 당시 전체직원 650명의 평범한 미국 투자회사였던 골드만삭스는 26년후 루빈이 퇴사할땐 10배이상으로 규모가 확대된 글로벌 투자기업으로 성장한다. 골드만삭스 재직때부터 그는 일찍이 현실정치에 눈을 떴다. 1988년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마이클 듀카키스 주지사의 선거캠프에 들어가 경선과정에서 모금을 하고 경제자문을 맡기도 했다. 3년뒤인 1991년 한 저녁모임에서 클린턴과의 만남은 인생의 결정적인 분수령이었다. 이날 만남에서 클린턴과 경제현안들에 대해 3시간에 걸쳐 토론을 벌인 그는 이같은 인연을 바탕으로 1992년 5월 로버트 라이히(클린턴 행정부시절 노동부장관) 등 ''클린턴의 친구들''과 함께 경제자문역으로 선거운동에 뛰어들게 된다. 클린턴 행정부가 출범한 1993년 1월 루빈은 드디어 자신의 오랜 꿈이던 공직에 입문한다. 대통령 보좌관격인 국가경제위원회(NEC·National Economic Council)의 위원장으로서 백악관에 들어가게 됐다. 루빈은 골드만삭스의 고위임원이던 자신을 클린턴이 경제정책분야의 핵심 요직인 NEC의장으로 전격 발탁한 배경은 대선 기간중 실비아 매튜(루빈 재무장관 시절 그의 비서실장)와 같은 젊은 친구들과 편안히 일하는 능력을 클린턴이 높이 평가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2003년 자전적 회고록 ''글로벌 경제의 위기와 미국(원제:In an uncertain world)''에서 밝혔다. NEC는 클린턴이 경제정책분야에서 국가안보회의와 같은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창설한 기구다. 예산과 세제에서 국제무역과 빈곤감소에 이르기까지 각 부서와 위원회의 경제정책들을 상세히 조율하고 의사결정의 실행과정을 점검하는 조정기관이었다. 루빈은 "정책결정과정의 중립적 관리자로서 또 실질적인 참가자로서 두개의 모자를 쓰고 있었다."며 "특정 시점에선 내가 어떤 모자를 쓰고 있는지 명확히 해야만 했다"고 NEC위원장 시절을 회고한다. 로버트 스트라우스 전 소련주재 미국 대사는 "NEC는 루빈 덕에 성공했다"며 "다른 사람이 그 일을 맡았다면 그 위원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파괴적인 힘으로만 작용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NEC에서의 성공으로 루빈은 탄탄대로를 걷게 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체결된 바로 다음해인 1995년 1월 미국의 제70대 재무장관이 된 그는 당시 금융위기를 겪고 있던 멕시코를 지원하기 위해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과 함께 200억달러 규모의 지급보증을 결정, 멕시코사태를 무난히 해결한다. 멕시코 문제 해결을 위해 구제금융을 지원하게 된 그의 판단 기준은 명확했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때의 위험이 조치를 취할때의 위험보다 훨씬 크다. 멕시코 지원프로그램은 (최선이 아닌) 가장 덜 최악의 선택이었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1997년과 1998년 아시아, 러시아, 라틴 아메리카에서 차례로 발생한 금융위기도 국제통화기금(IMF)등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효과적으로 대처, 사태를 무난히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세계 금융위기가 한풀 꺾인 1999년 2월15일 타임지는 루빈을 포함, 래리 서머스 재무부 부장관,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 등 핵심 정책결정자 3명을 "세계를 구한 위원회(The Committee to save the World)"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재무장관시절 그는 균형재정을 위한 과감한 재정적자 축소와 무역 자유화 등을 통해 미국 경제 활황의 터전을 닦으며 ''루비노믹스''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또 빈곤문제에도 관심을 쏟아 근로소득보전세제(EITC) 등 저소득층을 위한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퇴임후 지역사회 개발지원단체인 지역정책지원공사(LISC)의 이사회 의장직을 맡은 것도 빈곤문제에 대한 그의 관심이 배경이 됐다. 그는 골드만삭스의 고위 임원시절에도 낙후된 도시와 농촌지역의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투자를 이끌어내는 등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1999년 1월 래리 서머스에게 재무장관직을 물려준 그는 다시 월가로 돌아가 세계 최대의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에 들어갔다. 6000여명의 직원에 불과했던 골드만삭스와는 달리 18만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1년에 몇차례씩 기업인수를 실행하는 씨티그룹은 그에겐 또 다른 도전이었다. 그러나 공직을 떠나자마자 높은 보수를 받고 상업은행으로 이직한데 따른 비판도 따라 붙었다. 그는 이에 대해 "풍부한 공직경험이 글로벌 금융문제와 금융시장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며 "공공정책과 사회문제 해결에도 계속 관여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2007년 씨티그룹 회장에 올라 2009년까지 2년간 세계 최대의 금융그룹을 이끌게 된다. 루빈은 2001년 구설수에 올라 곤욕을 톡톡히 치뤘다. 재무부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엔론(씨티은행의 채무회사)의 회사채 등급을 내리지 않는 게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엔론 파산 후 공개됐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재무부 당국자는 루빈의 자문을 따르지 않았고 의회 조사과정에서도 특별한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는 거센 비판에 직면해야만 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가 됐던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규제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입장을 보여 빈축을 샀다. 클린턴은 2010년 4월 ABC의 ''This Week''라는 프로그램에서 "파생상품 규제에 반대한 루빈의 자문은 결과적으로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화려한 이력을 지닌 그였지만 그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자리가 주는 만족감은 공허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골드만삭스, 백악관, 재무부, 씨티그룹 등 어느 곳에서나 만족을 위해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들을 보아왔다"며 "(그러나) 인간이 충족감을 느끼는 유일한 곳은 자신 내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루빈은 오는 6월14∼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이데일리 주최 세계전략포럼(WSF)에서 기조연사로 참석, 한국의 청중들과 만난다. 14일 개막식에서 그는 ''루빈이 그리는 글로벌 경제지도: 美,EU,亞의 현재와 미래'', 15일 메인행사에선 ''불확실성의 시대:세계경제의 도전과 과제''라는 주제로 각각 강연할 예정이다. ☞ 불확실성의 시대를 관통하는 필승해법, `세계전략포럼(www.wsf.or.kr)`에서 찾으세요. 6월14~15일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리는 이번 세계전략포럼에는 미국 재무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을 비롯해 세계 3대 미래전략가인 리차드 왓슨, 경영의 현자로 불리는 램 차란 등 각 분야의 최고 전략가들이 참석해 독창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할 예정입니다.<!--기사 미리보기 끝-->
- 3분기 성장률 전기比 0.7%↑..'內需' 성장견인(종합)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올 3분기(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성장률(속보치)이 전년 동기 대비 4.5%, 전기대비로는 0.7%로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신장세가 둔화됐지만 민간소비와 고정투자가 동반 성장하는 등 내수가 성장을 견인하며 성장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10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이 기간 실질 GDP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4.5%, 전분기 기준으로는 0.7%로 7분기 연속 성장세(전기대비 기준)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성장률 수준은 한은이 지난 7월초 제시한 수정 전망치와 일치하는 것으로 전반적으로 견고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실질 GDP성장률(전분기 기준)은 2008년 3분기와 4분기 각각 -0.1%, -4.5%로 뒷걸음질쳤으나 2009년 1분기(0.2%)를 고비로 성장세로 돌아서는 등 견고한 상승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활동별로 보면 제조업이 일반기계, 운송장비 등을 중심으로 전기대비 2.0%증가, 전분기(5.2%)에 비해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은 건물건설이 부진했으나 토목건설이 늘어나면서 전기대비 0.4%증가, 직전분기 마이너스성장(-0.9%)에서 플러스성장으로 돌아섰다. 서비스업은 운수 및 보관업, 부동산 및 임대업은 부진했으나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금융보험업의 호조로 전기대비 0.3%증가, 직전분기(0.1%)에 비해 성장세가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실질 GDP성장률 및 민간소비 증가율(분기, 전기비 %) <자료:한국은행> 지출별로는 민간소비가 식료품, 오락 및 문화서비스 등에 대한 지출은 둔화됐으나 휴대폰,승용차 등 내구재 지출이 늘어나면서 전기대비 1.3% 증가, 직전분기(0.8%)에 비해 성장폭을 크게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소비의 이같은 증가폭은 2009년 3분기(1.7%) 이후 1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 지출규모가 둔화되면서 전기대비 0.6%감소, 3분기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떨어졌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정밀기기 등 기계류 투자가 늘어나면서 전기대비 6.3%증가했고 건설투자는 토목건설 투자의 증가에 힘입어 전기대비 1.5%성장했다. 상품수출은 석유화학제품, 자동차, 반도체 등이 호조를 보이면서 전기대비 1.9%늘어났으나 직전분기(7.0%)에 비해 신장세는 급격히 둔화됐다. 수입도 원유 및 천연가스, 일반기계 등을 중심으로 2.5%증가했으나 직전분기(9.5%)와 비교하면 성장세는 크게 약화됐다. 이와 함께 교역조건의 변화를 반영한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기대비 0.2%, 전년동기대비로는 4.5%성장, 전분기(전기대비 0.5%)에 비해 증가폭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명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1,2분기 빠른 성장에 의한 기저효과로 3분기 성장률이 수치상으로는 나빠졌지만 내수 증가세에 힘입어 견고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지금 추세라면 올해 6%내외의 성장은 무난하다"고 말했다.
- 3분기 성장률 전기比 0.7%↑..'내수' 성장견인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올 3분기(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성장률(속보치)이 전년 동기 대비 4.5%, 전기대비로는 0.7%로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신장세가 둔화됐지만 민간소비와 고정투자가 동반 성장하는 등 내수가 성장을 견인하며 성장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10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이 기간 실질 GDP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4.5%, 전분기 기준으로는 0.7%로 7분기 연속 성장세(전기대비 기준)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성장률 수준은 한은이 지난 7월초 제시한 수정 전망치와 일치하는 것으로 전반적으로 견고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실질 GDP성장률(전분기 기준)은 2008년 3분기와 4분기 각각 -0.1%, -4.5%로 뒷걸음질쳤으나 2009년 1분기(0.2%)를 고비로 성장세로 돌아서는 등 견고한 상승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활동별로 보면 제조업이 일반기계, 운송장비 등을 중심으로 전기대비 2.0%증가, 전분기(5.2%)에 비해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은 건물건설이 부진했으나 토목건설이 늘어나면서 전기대비 0.4%증가, 직전분기 마이너스성장(-0.9%)에서 플러스성장으로 돌아섰다. 서비스업은 운수 및 보관업, 부동산 및 임대업은 부진했으나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금융보험업의 호조로 전기대비 0.3%증가, 직전분기(0.1%)에 비해 성장세가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출별로는 민간소비가 식료품, 오락 및 문화서비스 등에 대한 지출은 둔화됐으나 휴대폰,승용차 등 내구재 지출이 늘어나면서 전기대비 1.3% 증가, 직전분기(0.8%)에 비해 성장폭을 크게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소비의 이같은 증가폭은 2009년 3분기(1.7%) 이후 1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 지출규모가 둔화되면서 전기대비 0.6%감소, 3분기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떨어졌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정밀기기 등 기계류 투자가 늘어나면서 전기대비 6.3%증가했고 건설투자는 토목건설 투자의 증가에 힘입어 전기대비 1.5%성장했다. 상품수출은 석유화학제품, 자동차, 반도체 등이 호조를 보이면서 전기대비 1.9%늘어났으나 직전분기(7.0%)에 비해 신장세는 급격히 둔화됐다. 수입도 원유 및 천연가스, 일반기계 등을 중심으로 2.5%증가했으나 직전분기(9.5%)와 비교하면 성장세는 크게 약화됐다. 이와 함께 교역조건의 변화를 반영한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기대비 0.2%, 전년동기대비로는 4.5%성장, 전분기(전기대비 0.5%)에 비해 증가폭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 [송길호의 Intuition] '케첩'에 빠진 국가채무
- [이데일리 경제부 팀장]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의 유진 파마(Eugene Fama)교수는 지난 2007년 한 계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주택시장의 버블가능성을 가볍게 일축한다. 사람들은 주택을 매입할때 일반적인 주택시세에 근거해 잠재가격을 결정하는 만큼 시장에서 나타나는 주택가격은 모두 합리적이라는 거다. 주택시장 자체의 펀더멘틀(기초체력)이 튼튼한지 그래서 전반적인 가격은 제대로 형성됐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는 도외시한 채 주택간 상대가격을 통해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이 같은 논리를 로버트 쉴러(Robert J. Shiller)는 그의 베스트셀러 ''비이성적 거품(Irrational Exuberance)''에서 ‘케첩 경제학(Ketchup economics)’이라고 비꼰다. 케첩 경제학이란 용어는 미국 재무장관과 하버드대 교수를 지낸 로렌스 서머스(Lawrence H. Summers) 백악관 경제위원회(NEC)위원장이 지난 1985년 한 유명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유래한다. 그는 이 논문에서 "케첩시장을 분석할 때 일반 경제학자들은 케첩가격을 결정하는 토마토, 대체재, 노동비용, 소비자의 소득 등 수요와 공급 요인에 대해 입체적으로 접근하는 반면 케첩 경제학자들은 ‘2쿼트병의 케첩 가격이 1쿼트병 케첩가격의 두배일 경우 케첩시장은 효율적’이라는 식으로 기계적으로 논리를 전개한다”며 케첩 경제학자들로 지칭되는 재무학자들의 연구방법론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가격을 결정하는 근본 요인에 대한 고찰 없이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상대가격간 비교를 통해 해당 가격이 적절한지, 시장은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 판단하는 케첩 경제학의 접근 방식을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불행히도 이같은 단순비교, 이른바 케첩 경제학의 논리를 즐겨 활용하는 집단이 우리의 경제관료들이다. 국가채무의 적정성에 대한 그들의 논리전개 방식이 대표적이다. 지난 10여년간 국가채무의 위험성에 대한 끊임없는 경보음에 대해 경제관료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반박 논리는 선진국과의 상대비교였다. 외환위기 이후 국가채무 증가속도가 심상치 않다고 끊임없이 지적해도, 공식 국가채무 외에 공기업부채와 같은 잠재 부채를 포함해 재정전략을 설계해야 한다고 경고해도 그들이 내세우는 한결 같은 논리는 "국제기준상 문제 없다”는 거다. 겉으로 보면 이 같은 논리 전개방식은 그럴 듯 해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방식을 기준으로 2009년 현재 우리나라 전체 경제규모에서 나라빚이 차지하는 비중(국가채무/GDP)은 32.6%로 OECD회원국 전체 평균(53.8%)보다 20%포인트 이상 낮다. 미국(53.1%), 일본(192.9%)과 비교해도 끄떡없고 주요 20개국(G20)과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도 우리의 통계는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예쁘게 나온다. 케첩 경제학을 원용한 관료들의 논리는 통계의 마법을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0여년간 이 같은 논리가 팽배하다 보니 ''재정건전성을 고려할땐 공기업부채나 정부보증채무 등 공공 부문 전체의 부채를 고려해야 한다''든지 ''고령화, 국민연금 고갈, 통일재원 마련 등 향후 재정부담을 감안해야 한다’는지 국내 경제현실에 내재한 특수한 사정을 내세우는 논리는 관료들에겐 ''국제기준에서 벗어난 정략적이고 무리한 논리전개방식''으로 치부돼 왔다. 지난 2006년 변양균 당시 기획예산처 장관이 이 같은 논리를 통해 국가채무의 위험성을 경고한 언론매체에 대해 "국가 기본질서를 훼손한다"며 공식적으로 비아냥댈 정도였으니 지금 돌이켜보면 이 같은 상대비교의 함정은 관료들에겐 마치 ''마법의 주술''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케첩 경제학의 비유에서 드러나듯 국제기준에 근거한 상대비교의 논리는 분명 현상을 왜곡하게 된다. 직관적으로 보더라도 비교대상이 되는 국가들의 재정건전성 자체에 대한 분석 없이 그들보다 상대적으로 괜찮다고 우리의 재정이 안전하다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은 경제의 펀더멘틀도 국가신인도도 우리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비교를 통한 논리전개 방식은 무리가 있다. 선진국들은 더욱이 성장단계를 넘어 이미 경제체질이 구조화된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민소득 2만달러 언저리에서 맴돌며 선진국 문턱을 아직 넘지 못한 우리나라로선 이미 수십년전 선진국 반열에 오른 국가들과의 평면적인 비교는 어불성설이다. 이제 20대에 접어든 청년의 콜레스트롤 수치가 40대가 넘은 중장년층의 콜레스트롤 수치보다 상대적으로 낮다고 그 청년이 건강하다고 단언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가 내세우는 국제기준 또한 명확하지 않다는 거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미래의 연금부채는 국제기준상으로는 물론 국가채무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특수하게 연금재정 적자를 일반회계에서 보전하도록 각 연금법이 규정하고 있다. 이들 연금이 고갈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만큼 미래의 암묵적인 채무(implicit debt)라고 볼 수 있다. 공기업 부채도 국제기준상으로는 국가채무가 아니지만 유사한 논리가 적용된다. OECD 기준으로 공기업은 사실상 상업적 활동에 종사하는 기관으로 정부의 지시와 통제로 정책사업을 담당하는 우리나라의 공기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공기업은 국제기준으로는 준정부기관에 가까워 공기업 부채는 OECD 기준으로 보면 국가채무에 포함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재정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해부터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무디스, S&P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뒤늦게 우리나라 공기업 부채의 위험성을 일제히 경고하고 나선 것은 모두 이 같은 논리가 녹아 들어 있다. 국가채무의 질에 대한 고찰 보다는 다른 나라와의 양적 비교를 통한 논리전개방식, 케첩 경제학의 논리를 빼다박은 단순 상대비교의 함정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논리의 허점을 몰랐다면 능력이 없는 거고 알면서도 그랬다면 국민들을 기만하는 거다. 문제의 근원을 파악하기 위해선 정치인의 포퓰리즘부터 도마위에 올려야 겠지만 정권의 이익에 편승해 사실관계를 호도한 경제관료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며칠 전 기획재정부는 2011년도 예산안에서 자금난을 겪고 있는 L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에 대해 3년간 3조3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공식 국가채무의 3분의 1, 그러나 통계상으로는 국가채무로 잡히지 않던 118조원에 달하는 LH공사의 빚더미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들의 혈세가 동원되기 시작한 셈이다. 공기업부채가 늘어나면 잠재적인 국가부채의 위험성은 높아지고 추가적인 금융비용 발생으로 국민들에게 더 큰 부담을 떠안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이번 LH지원을 통해 현실화하고 있다. 상대비교의 함정에 빠져 부동산 버블은 없다던 유진 파마 교수처럼 공기업부채는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던 우리의 경제관료들도 머쓱하게 됐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리 큰 걱정은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문제가 불거지면 이런 저런 논리 끌어들여 다시 봉합하면 되고 더욱 심각해지면 ‘남의 돈’으로 생색내며 빚잔치하면 그만일 테니. 나라살림 꼼꼼히 챙기지 않은 무책임한 관료들이 남기고 간 빈 자리엔 결국 부실 덩어리만 잔뜩 남아 국민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내 돈’ 직접 들여 이 '부실의 덫'에 메스를 들이 대야 할 국민들만 이래저래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