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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노조, 제조업 경쟁력 갉아먹는다
  • 강성노조, 제조업 경쟁력 갉아먹는다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지난 3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 2018년도 임금협상을 위한 노사 상견례가 열렸다. 올해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안은 기본급 기준 5.3%(11만6276원), 지난해 임금인상액(기본급 5만8000원)의 배에 달한다. 여기에 노조는 지난해 순익(4조5464억원)의 30%(정규직 직원 1인당 6930만원)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현대차 직원 1인당 당기순이익은 6630만원, 2016년(8471만원)에 비해 21.8%나 하락했다. 노동생산성은 곤두박질치고 있지만 노조의 압박은 거침이 없다.생산성과 무관한 임금인상, 그에 따른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심화로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약화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임금상승률이 생산성증가율의 4배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노조의 입김이 강한 일부 대기업 중심으로 임금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생산성은 2년 연속 0%대에 그치며 정체상태에 빠진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생산성과 관계 없는 임금인상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그 결과 경제 전체의 역동성을 떨어뜨린다며 생산성을 반영한 임금체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이데일리는 13일 생산성본부와 통계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 등을 통해 한국경제의 생산성과 임금수준 등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2017년 현재 1인당 노동생산성증가율(전년대비, 산출량기준)은 0.6%로 2년 연속 0%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명목 임금상승률(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이 2.7%인 만큼 근로자들의 임금이 생산성보다 4.5배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4%에서 2010년 기저효과로 잠시 4.2% 반등했지만 이후 마이너스 또는 0%대를 지속하며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반면 임금상승률은 2010∼2012년 1∼6%대로 등락을 거듭하다 2013년 이후 2∼3%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0∼ 2017년 연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0.35%, 임금상승률은 3.69% 로 4%포인트 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다.이 같은 현상은 올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연구원의 올해 예상 임금인상률은 3.8%. 여기에 생산성과 관계없이 최저임금이 16.4%나 상승한 상태다. 임금 근로자의 4분의 1에 달하는 462만5000명의 저임 노동자가 혜택을 받는다는 점에서 생산성과 임금간 불일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생산성(2016년,노동시간 기준)은 34.4달러로 35개 회원국중 29위. 미국(69.6달러)·독일(68.0달러)· 프랑스(66.7달러)등 선진국의 절반, 전체 회원국 평균(52달러)의 3분의2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경직적인 노동시장 등 구조적인 요인 외에 정책의 부작용에 주목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산성이 오르지 않은 일부 대기업 중심으로 임금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며 “여기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시장의 흐름에 역행하는 일련의 정책들이 생산성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생산성 생산요소인 노동과 자본 등이 생산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경제학에선 자본의 생산성은 거의 동일하다고 보는 만큼 일반적으로 생산성이라고 하면 노동생산성을지칭한다. 생산량(산출량 또는 부가가치 기준)과 투입된 노동량(1인당 또는 시간당)의 비율로 계산한다.
2018.05.14 I 송길호 기자
고용절벽 내몰린 취약계층…여성 저학력 근로자 7만명 짐쌌다
  • 고용절벽 내몰린 취약계층…여성 저학력 근로자 7만명 짐쌌다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경제현상에 미치는 파장은 크게 두 갈래다. 최저임금에 가깝게 임금을 받는 취약계층 중심의 일자리 감소, 그리고 해당 업종과 연관된 분야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물가불안이다.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은 고용쇼크다. 통상 정책의 효과는 일정 시차를 두고 반영되지만 최저임금인상은 적용시점 전후에 급격히 나타난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적용시점보다 6개월전에 확정되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 경영자나 자영업자들은 예고된 인상률에 따라 고용을 줄이거나 다른 방식으로 비용절감에 나서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최저임금 인상률이 실질적으로 역대 최고치에 달한 올해, 당초 우려대로 고용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취업자 증가율은 급격히 둔화하고 임시· 일용직, 고졸이하 근로자들이 급감하는 등 고용 양극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경기흐름은 지난해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고용상황은 양적 질적 측면에서 모두 악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일자리안정기금 등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완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장의 흐름은 여전히 냉랭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여성 일용직, 단순노무자, 고졸이하 직격탄1분기(1∼3월) 고용지표는 이 같은 현실을 투영한다. 이 기간 취업자 증가율은 0.7%(18만3000명)로 1년전 같은기간 1.4%(35만3000명)의 절반수준에 그쳤다. 2010년 1분기 0.6%(13만2000명)이후 8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취업자 증가율은 지난해 1·2분기 각 1.4%에서 3·4분기 각 1.0%로 둔화된데 이어 올 1분기에는 0%대로 뚝 떨어졌다. 이 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성장률(전년동기비)이 1∼2분기(2.9%, 2.8%)에 비해 3∼4분기(3.8%, 2.8%)가 오히려 더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취업자 증가율은 성장률에 역행한 셈이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16.4%)이 결정된 지난해 7월15일 이후 고용시장에선 경기흐름과 무관하게 이미 선제적으로 고용조정이 이뤄지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분야별로 보면 저임금 근로자들이 몰려 있는 일용직과 임시직, 고졸 이하, 15∼24세 청년층, 규모별로는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이 고용한파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임금근로자중 상용직은 40만9000명(3.1%) 늘었지만 임시직과 일용직은 모두 18만1000명(-2.9%) 줄었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임시직을 늘리기 위한 정부의 재정투입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감축 도미노는 피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특이한 점은 여성 일용직이다. 임시직에선 직장을 잃은 근로자가 남성 5만8000명, 여성 6만6000명으로 별 차이 없었지만 일용직의 경우 실직 근로자의 98%가 여성(5만6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별로도 실직한 고졸 이하 근로자 9만8000명(-0.7%)중 70%인 6만8000명(-1.1%)이 여성이었다.◇숙박음식업 등 작년 하반기부터 고용조정 직업별로는 제빵사· 건설인부와 같은 기능원, 상점 매장직원 등 판매종사자, 각종 단순노무종사자 등 저임금근로자들이 많은 직종에서 여성 중심으로 고용절벽이 나타났다. 이 기간 여성 단순노무자 3만9000명(-2.4%)이 직장을 잃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접어든 2008년3분기(-2.8%)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령대별로는 15∼24세 연령대의 취업자수 증가율이 지난해 4분기 -5.2%(8만4000명)에 이어 올 1분기에도 -5.0%(8만1000명)로 역대 최저치를 이어갔다. 산업별로는 도소매업이나 부동산업, 사업시설 관리, 사업지원· 임대서비스업 등에서 일자리가 많이 사라졌다. 이들 업종에서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근로자 비율은 20%안팎으로 평균(13.6%)수준을 훨씬 넘는다. 눈에 띄는 건 숙박음식업이다. 3분의 1이 넘는 근로자가 최저임금 적용 대상인 이 업종에서 2만4000명(-1.1%) 이 직장을 잃었다. 2012년 1분기 이후 계속 고용이 증가했지만 지난해 3분기를 고비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해당 업주들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발표된 지난 7월 이후 비용절감을 위해 선제적으로 고용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음식숙박업의 물가상승률이 작년 4분기 2.6%(전년동기대비)에 이어 올 1분기 2.7%로 소비자물가상승률(작년 4분기 1.5%, 올 1분기 1.3%)을 크게 뛰어 넘었다. 이 업종에선 고용쇼크 뿐 아니라 물가불안마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저임금 근로자들을 주로 고용한 영세 고용주 등이 실제 경영난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장 보호받아야 할 취약계층에서부터 고용절벽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최저임금인상률, 역대 최고수준최저임금의 인상 그 자체가 무조건 부정적인 영향만을 미치는 건 아니다. 1990년대 이후 최근까지 발표된 200여개의 연구결과는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부정적인 요인을 모두 담고 있다.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정책의도대로 저임금 노동자를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문제는 올해처럼 경제 생태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히 인상될 때다.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적용대상은 임금근로자의 4분의 1에 달하는 462만5000명에 달한다. 1989년 최저임금제 적용 이후 올해보다 인상률이 높았던 해는 1991년(18.8%)과 2001년(16.6%). 그러나 경제의 생산성과 근로자 전체의 임금인상률 등을 감안하면 올해 인상률이 실질적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1991년의 경우 경상 성장률이 19.7%로 최저임금 인상률과 엇비슷했다.2001년 인상률은 경상 성장률(8.6%)의 2배정도였지만 직전 두 해 인상률이 당시 명목 성장률(1999년 12.1%, 2000년 11.2%)을 크게 밑도는 2.7%, 6.9%에 그쳐 일종의 보상효과로 작용했다. 반면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명목 성장률(4.7%·한은 전망)의 3.5배에 달한다. 이미 2012∼2017년 평균 최저임금인상률이 7.0%로 평균 명목 성장률(4.3%)을 크게 앞질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 전체의 파이, 생산성과 무관하게 급격히 인상됐음을 엿볼 수 있다. 이는 근로자 전체의 임금상승률과 비교하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임금상승률(3.8%·한국노동연구원 전망)의 4.3배에 달한다. 통상 최저임금인상률은 임금인상률의 1∼2배수준. 최저임금제 30년 역사에서 올해처럼 격차가 확대된 건 처음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2월 연례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최근 생산성과 임금상승률, 물가상승률 등과 비교할때 매우 높다며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 것은 이 같은 배경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물가상승률의 10배가 넘는 최저임금인상률은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고 이미 고용쇼크나 관련 업종 중심으로 물가불안이 나타나고 있다”며 “노동자들 뿐아니라 노동의 수요자인 기업 입장까지 반영해 좀 더 유연한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8.04.25 I 송길호 기자
최저임금 뛰니…‘식당 이모’가 사라졌다
  • 최저임금 뛰니…‘식당 이모’가 사라졌다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서울 신림동에서 24시 김밥집을 운영하는 A(50)씨는 지난달 여직원 5명중 1명을 내보냈다. 이들의 월급여는 1인당 240만원. 올들어 최저임금이 16.4%나 인상되며 1인당 월급을 40만원이나 올려야 했기 때문이다. 1500원이던 기본 김밥 가격을 2000원으로 조정하며 비용을 보전하려 했지만 녹록지 않았다. 결국 내보낸 직원을 대신해 주중엔 A씨 본인이 직접 1인 2역을 하고 있다. A씨는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이처럼 크게 올라가면 1~2명을 추가로 줄이거나 밤 장사를 아예 포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최저임금이 11년만에 두자릿수로 급격히 인상된 올해 들어 5인미만 영세사업장을 중심으로 고졸이하 여성 일용직이 고용절벽에 직면하고 있다.1분기(1∼3월)현재 여성 일용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만6000명(- 10%) 감소, 이 기간 사라진 일용직의 98%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제빵사나 건설 인부 등 기능원들과 상점 관리자나 점원, 영업사원 등 판매종사자들, 여성 단순노무자들도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에 가까운 저임금 저학력 직업군과 취약계층에서 고용축소 현상이 뚜렷하다”며 생산성과 무관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이데일리는 24일 통계청 원자료를 통해 산업별· 직업별·학력별 등 분야별 고용현황을 분기별 기준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올 1분기 현재 임금근로자중 임시직(계약기간 1개월∼1년)과 일용직(계약기간 1개월 미만)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12만4000명(-2.6%), 5만7000명(-3.9%)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장을 잃은 일용직의 98%에 달하는 5만6000명이 여성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이 기간 여성 일용직 근로자는 50만7000명으로 1985년 1분기(48만3000명) 이후 33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찍었다.학력별로도 고졸 이하 근로자만 9만8000명(-0.7%)이 직장을 떠났고 이중 70%인 6만8000명(-1.1%)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이 기간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만 11만2000개(-1.2%)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임시직과 일용직의 33.6%, 고졸이하 학력자의 22.5%, 5인미만 영세사업장의 33.6%(2016년 8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가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저임금 고용불안 계층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해고가 이뤄졌음을 추정할 수 있다. 산업별로는 편의점 등 영세자영업체나 중소업체 중심의 도소매업에서 7만4000명(-1.9%), 숙박음식업에서 2만4000명(-1.1%)이 각각 줄었다. 2012년 1분기 이후 계속 고용이 증가했던 숙박음식업의 경우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발표된 지난해 3분기를 고비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을 고수하는 정부는 기저효과, 일부 산업의 구조조정 결과로 고용상황 악화의 원인을 돌린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라는 정책적 요인에 주목한다. 올해 전체 근로자의 임금증가율(3.8%·노동연구원 전망)과 최저임금 인상률(16.4%)과의 격차는 12.6%포인트로 역대 최고치. 실질적으로 올해 최저임금인상률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얘기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경제체제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적절했다”며 “더 이상 고용주에게 부담되지 않도록 최저임금 산입범위을 조정하고 내년도 (최저임금)인상률은 생산성과 경기흐름 등과 연계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8.04.25 I 송길호 기자
자영업 대출 증가속도 '가계빚' 2배…2금융권 쏠림, 부실뇌관 경보음(종합)
  • 자영업 대출 증가속도 '가계빚' 2배…2금융권 쏠림, 부실뇌관 경보음(종합)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지난해 자영업 대출이 전년에 비해 15%가량 급증, 일반 가계대출에 비해 2배 가까이 빠르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에 비해 금리수준이 높은 2금융권 기업대출(자영업자의 사업자명의 대출)이 40%이상 폭증하는 등 대출의 질도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금리상승, 신 DTI, DSR 등 각종 주택대출규제에 따른 대출 옥죄기가 본격화되면서 자영업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2금융권에 대한 여신심사 관리 강화 등 선제적 위험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금융권 기업대출 쏠림 이데일리가 9일 단독 입수한 NICE평가정보의 ‘가계대출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위험요인 점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 대출 잔액은 6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자영업자의 3분의 1이 넘는 177만5000명이 모두 598조4000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2016년에 비해 대출자는 10.8%(17만3000명), 대출금액은 14.9%(77조5000억원) 각각 늘어난 수준이다. 대출금액 기준으로 가계부채(증가율 8.1%)에 비해 1.8배 빠르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자영업 대출증가율(전년비)은 2013년 5%,2014년 9%, 2015년 14%로 점증하다 2016년 12%로 다소 둔화된 후 2017년 이후 다시 빨라지는 모습이다. 국내 자영업자는 지난 5년간(2012년 558만2000명 →2017년 559만명) 0.14%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자영업 대출액은 같은 기간 68.9%(354조원→598조원) 급증했다. 자영업자수는 거의 늘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액이 크게 늘었다는 건 자영업자들의 살림살이(경영사정)가 그만큼 나빠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저축은행,상호금융, 카드· 캐피탈사 등 2금융권 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자영업자의 비은행대출 증가율은 24.3%로 은행대출 증가율(10.8%)의 2.3배. 이중 2금융권 기업대출이 2016년 증가율(20.2%)의 배가 넘는 41.3%를 찍었다. 가계대출 증가율은 은행(13.8%)이나 비은행권(14.2%)이나 큰 차이 없지만 기업대출의 경우 경우 비은행권(41.3%)이 은행권(9.8%)의 4.2배에 달했다. 은행권이 가계대출문턱을 높이자 2금융권으로 기업대출 쏠림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이런 풍선효과는 상대적으로 저신용 계층에서부터 나타난다. 자영업 대출중에서도 생계형 대출자(연 소득 3000만원 이하로 대출액 3000만원 이하)는 30만8000명으로 전년에 비해 11.8%, 대출액은 27조7000원으로 16.5% 각각 늘었다. 생계형 자영업 대출증가율이 자영업 평균 대출 증가율을 앞지른 셈이다.이세욱 NICE평가정보 CB연구소장은 “은행 대출규제에 따라 가계 신용대출은 물론 생계형을 중심으로 자영업대출의 2금융권 이동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대출→부도→부실 악순환 우려 이는 곧 대출금리수준이 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여신관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2금융권의 부실 가능성을 높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말 현재 은행 평균 대출금리(신규취급액기준)는 연 3.68%(가계 3.65%, 기업 3.69%). 반면 저축은행의 경우 연 10.83%(가계 14.78%, 기업 8.47%)에 달한다. 평균 대출금리는 연 10%대지만 저신용 계층의 경우 연 15∼20%에 이른다는 게 저축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리 리스크는 자영업 대출자에겐 직격탄이다. 한국은행의 가계대출 부도요인 및 금융업권별 금융취약성 분석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때 자영업 대출자의 부도확률은 일반 대출자의 3∼4배, 대출잔액이 1%늘어나면 2∼3배 각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호성 한은 금융통화연구실 연구위원은 “대출금리와 대출잔액의 변화에 따라 자영업 대출은 일반 대출에 비해 부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올해 대출금리가 상승 조짐을 보이고 지난해 자영업 대출이 이미 15% 늘어난 만큼 한은 분석대로라면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가능성은 고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대출 총량규제와 예대율 산정기준의 변화도 자영업자에겐 악재다. 대출환경의 변화는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출자와 금융회사를 유인할 가능성이 높다. 저축은행의 한 임원은 “가계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대출 수요자가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기업대출을 받기 위해 즉석에서 사업자명의를 만들어 대출을 받아가는 경우도 있다”며 “대출환경이 바뀌면 일선 대출창구에선 이런 편법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리스크 관리는 여전히 미비이는 개별 금융회사 특히 2금융권 입장에선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화를 촉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서 자영업 대출의 기대손실비율(2.2%)은 일반 대출(0.47%)의 4.7배에 달한다. 기대손실비율은 개별 대출자의 기대손실액을 총 대출액으로 나눈 비율로 금융회사 입장에선 일종의 예상손실비율이다. 2금융권의 대응수준은 아직 미비하다. 상호금융의 한 임원은 “영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기존 대출자에 대해선 리스크관리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다른 임원은 “여신심사 시스템이 아직 미비한 상태에서 상세한 잠재부실 가능성까지 파악하는 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업권과 상권 특성 등을 반영, 자영업자에게 특화된 여신심사모형 구축을 공언했지만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자 전반의 상환능력, 금융기관의 대응여력 등을 감안하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부채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자영업 대출에 대한 모니터링은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에 대한 2금융권의 철저한 위험관리를 주문하면서도 자영업자들의 근본적인 회생을 위해선 결국 내수가 살아날 수 있는 시장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금리상승과 각종 금융규제의 강화는 영세 자영업 대출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세부적인 리스크관리는 물론 변화된 대출환경을 감안, 이들이 추가적인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정책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자영업자들은 극심한 매출 부진으로 버틸때까지 버티다가 막판 대출로 연명하려는 모습”이라면서 “내수를 살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 없이는 자영업자들의 회생은 물론 2금융권의 부실 고리도 끊기 어려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생계형 자영업자 금융위원회는 자영업자를 생계형, 일반형, 투자형,기업형 등 네 유형으로 분류한다. 이중 생계형은 연소득 3000만원 이하로 대출금액이 3억원 이하인 자영업자들이다. 생계형 자영업자 10명중 6명이 40대 이하로 음식업 소매업 도매업 등 주로 초기자본 투입이 적은 업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자영업 대출 자영업 대출통계는 대상과 기준 등 집계 기관마다 달라 정확한 산정이 어렵다. 일반적으로는 자영업자가 사업자명의로 받는 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과 개인 명의의 가계대출을 의미한다. NICE는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자영업 대출규모를 집계한다. 금융당국도 이 자료를 주로 활용한다. 자영업 대출중 두 대출을 동시에 받는 비율과 개인사업자대출만 받는 비율은 4대 1정도. 두 대출을 동시에 받는 자영업자는 저신용, 고금리 대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당국 분석이다.
2018.04.10 I 송길호 기자
③올해 가계대출시장 3대 위험요인
  • [자영업대출비상]③올해 가계대출시장 3대 위험요인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국내 가계부채 잔액은 이미 1500조원을 훌쩍 넘는 등 경제규모에 비해 여전히 과도한 수준이다.(NICE분석, 2월말 현재 1504조원) 2016년 4분기(10∼12월)를 고비로 증가세는 한풀 꺾였지만 잠재부실률은 상승하고 특히 취약계층의 부채상환능력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향후 가계 대출 환경이 부실위험을 점점 높이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큰 변화는 미국발 금리인상이다. 과거 한·미 기준금리가 두차례 역전된 후 2∼8개월 후엔 국내 기준금리도 상향조정됐다. 금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05년 1분기(1∼3월)∼2017년 1분기 기준금리 동향을 분석한 결과 금리인상기조는 평균 30.5개월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 그 흐름은 상당기간 이어진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의 예대율(예금잔액에 대한 대출잔액 비율)산정방식의 변화도 대출시장을 흔드는 요인이다.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부터 예대율 산정과정에서 가계대출의 가중치를 15% 높이고 기업대출 가중치는 같은 폭으로 끌어내려 가계부문에서 기업부문으로 자금흐름을 유도할 예정이다. 여기에 신 DTI, DSR 등 주택금융규제의 강화로 이미 은행권을 중심으로 대출공급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가계대출을 옥죄는 이 같은 일련의 변화는 저소득·저신용·다중채무자·영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부채상환능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이들이 주로 거래하는 2금융권의 건전성을 악화시킬 전망이다. NICE 분석은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NICE는 가계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때 전체 가계대출자 1858만명(2월말 현재)중 월 30만원 이상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대출자는 60만3000명(3.2%)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중 이자부담이 소득의 5%가 넘는 대출자는 54만9000명, 그중에서도 10%가 넘는 대출자는 28만900명으로 집계했다.특히 신용대출(카드론 포함)과 기타대출(학자금,지급보증,할부·리스 등)이 부실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비주택담보대출자 1228만명중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때 월평균 10만원 이상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대출자는 89만6000명(7.3%). 이중 이자부담 증가분이 소득의 5%를 넘어 부채상환능력이 뚝 떨어지는 소득 하위 40% 저소득(소득 1분위+소득 2분위) 고위험 대출자만 28만7000명에 달한다. 이세욱 NICE평가정보 CB연구소장은 “주택담보대출과는 달리 자산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비주택담보대출은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용대출과 기타대출 증가율은 각각 7.8%, 22.4%로 주택담보대출증가율(5.2%)을 크게 앞질렀다. 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계층의 부채상환능력 약화는 금융회사의 연체율을 직·간접적으로 끌어올린다. 가계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거나 가계대출 증가율이 1%포인트 하락할때 금융회사 연체율은 각각 0.3%포인트, 0.1% 포인트씩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금리 상승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둔화시킨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상승이 대출경로를 통해 연체율에 미치는 파장은 이보다 더 클 것이라는 게 NICE측의 설명이다.
2018.04.10 I 송길호 기자
②2금융권 자영업 대출 심상치 않다…‘고금리→부도→부실’ 악순환
  • [자영업대출비상]②2금융권 자영업 대출 심상치 않다…‘고금리→부도→부실’ 악순환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대출금리 상승, 신 DTI(총부채상환비율),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등 각종 대출규제와 예대율산정기준 변경…. 가뜩이나 내수경기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올해 가계대출시장의 이 같은 환경변화는 저소득·저신용·다중채무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부채상환능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채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규모 영세 자영업 대출이 부실의 진원지로 부상하고 있다. 자생력이 약한 생계형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저축은행, 상호금융(농협,수협,신협 등), 캐피탈사 등 상대적으로 금리수준이 높은 2금융권으로 대출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 대출 양과 질 모두 악화 NICE분석 결과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등 자영업 대출은 양과 질 모두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 대출증가율(전년비)은 2013년 5%,2014년 9%, 2015년 14%로 점증하다 2016년 12%로 다소 둔화된 후 2017년 15%로 다시 빨라지는 모습이다. 국내 자영업자는 지난 5년간(2012년 558만2000명 →2017년 559만명) 0.14%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자영업 대출액은 같은 기간 68.9%(354조원→598조원) 급증했다. 자영업자수는 거의 늘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액이 크게 늘었다는 건 자영업자들의 살림살이(경영사정)가 그만큼 나빠지고 있다는 방증이다.특이한 점은 은행대출보다는 비은행권 대출,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사업자대출)에 과도하게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의 2금융권 대출 증가율은 24.3%로 은행 대출증가율(10.8%)의 2.3배. 이중 가계대출 증가율은 은행(13.8%)이나 비은행권(14.2%)이나 큰 차이 없다. 하지만 기업대출의 경우 경우 비은행권(41.3%)이 은행권(9.8%)의 4.2배에 달한다. 은행권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2금융권 기업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풍선효과는 상대적으로 저신용 계층에서부터 나타난다. 실제 이 기간 생계형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율이 자영업 평균 수준을 넘는 16.5%에 달했다.◇2금융권 부실 가능성 고조 이는 곧 대출금리수준이 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여신관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2금융권의 부실 가능성을 높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말 현재 은행 평균 대출금리(신규취급액기준)는 연 3.68%(가계 3.65%, 기업 3.69%). 반면 저축은행의 경우 연 10.83%(가계 14.78%, 기업 8.47%)에 달한다. 평균 대출금리는 연 10%대지만 저신용 계층의 경우 연 15∼20%에 이른다는 게 저축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리 리스크는 자영업 대출자에겐 직격탄이다. 한국은행의 가계대출 부도요인 및 금융업권별 금융취약성 분석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때 자영업 대출자의 부도확률은 일반 대출자의 3∼4배, 대출잔액이 1%늘어나면 2∼3배 각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호성 한은 금융통화연구실 연구위원은 “대출금리와 대출잔액의 변화에 따라 자영업 대출은 일반 대출에 비해 부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올해 대출금리가 상승 조짐을 보이고 지난해 자영업 대출이 이미 15% 늘어난 만큼 한은 분석대로라면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가능성은 고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출 총량규제와 예대율 산정기준의 변화도 자영업자에겐 악재다. 대출환경의 변화는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출자와 금융회사를 유인할 가능성이 높다. 저축은행의 한 임원은 “가계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대출 수요자가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기업대출을 받기 위해 즉석에서 사업자명의를 만들어 대출을 받아가는 경우도 있다”며 “대출환경이 바뀌면 일선 대출창구에선 이런 편법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리스크 관리는 여전히 미비 이는 개별 금융회사 특히 2금융권 입장에선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화를 촉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서 자영업 대출의 기대손실비율(2.2%)은 일반 대출(0.47%)의 4.7배에 달한다. 기대손실비율은 개별 대출자의 기대손실액을 총 대출액으로 나눈 비율로 금융회사 입장에선 일종의 예상손실비율이다. 2금융권의 대응수준은 아직 미비하다. 상호금융의 한 임원은 “영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기존 대출자에 대해선 리스크관리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다른 임원은 “여신심사 시스템이 아직 미비한 상태에서 상세한 잠재부실 가능성까지 파악하는 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업권과 상권 특성 등을 반영, 자영업자에게 특화된 여신심사모형 구축을 공언했지만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자 전반의 상환능력, 금융기관의 대응여력 등을 감안하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부채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자영업 대출에 대한 모니터링은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금리상승과 각종 금융규제의 강화는 영세 자영업 대출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세부적인 리스크관리는 물론 변화된 대출환경을 감안, 이들이 추가적인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정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계형 자영업자 금융위원회는 자영업자를 생계형, 일반형, 투자형,기업형 등 네 유형으로 분류한다. 이중 생계형은 연소득 3000만원 이하로 대출금액이 3억원 이하인 자영업자들이다. 생계형 자영업자 10명중 6명이 40대 이하로 음식업 소매업 도매업 등 주로 초기자본 투입이 적은 업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2018.04.10 I 송길호 기자
①자영업 대출 증가속도 '가계빚' 2배…2금융권 쏠림, 부실뇌관 경보음
  • [자영업대출비상]①자영업 대출 증가속도 '가계빚' 2배…2금융권 쏠림, 부실뇌관 경보음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지난해 자영업 대출이 전년에 비해 15%가량 급증, 일반 가계대출에 비해 2배 가까이 빠르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에 비해 금리수준이 높은 2금융권 기업대출(자영업자의 사업자명의 대출)이 40%이상 폭증하는 등 대출의 질도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금리상승, 신 DTI, DSR 등 각종 주택대출규제에 따른 대출 옥죄기가 본격화되면서 자영업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2금융권에 대한 여신심사 관리 강화 등 선제적 위험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가 9일 단독 입수한 NICE평가정보의 ‘가계대출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위험요인 점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 대출 잔액은 6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자영업자의 3분의 1이 넘는 177만5000명이 모두 598조4000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2016년에 비해 대출자는 10.8%(17만3000명), 대출금액은 14.9%(77조5000억원) 각각 늘어난 수준이다. 대출금액 기준으로 가계부채(증가율 8.1%)에 비해 1.8배 빠르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저축은행,상호금융, 카드· 캐피탈사 등 2금융권 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자영업자의 비은행대출 증가율은 24.3%로 은행대출 증가율(10.8%)의 2.3배에 달했다. 이중 2금융권 기업대출은 2016년 증가율(20.2%)의 배가 넘는 41.3%를 찍었다. 은행권이 대출문턱을 높이자 2금융권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한 꼴이다. 자영업 대출중에서도 생계형 대출자(연 소득 3000만원 이하로 대출액 3000만원 이하)는 30만8000명으로 전년에 비해 11.8%, 대출액은 27조7000원으로 16.5% 각각 늘었다. 생계형 자영업 대출증가율이 자영업 평균 대출 증가율을 앞지른 셈이다.금리상승기 가계대출 총량규제, 예대율 산정방식 변화 등의 여파로 생계형을 중심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이자상환 부담은 가중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때 자영업 대출자의 부도확률은 일반 대출자에 비해 3∼4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세욱 NICE평가정보 CB연구소장은 “은행 대출규제에 따라 가계 신용대출은 물론 자영업대출의 2금융권 이동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부채상환능력이 약하고 금리상승 등에 취약한 저소득 생계형 자영업 대출 등에 대한 철저한 위험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자영업자들은 극심한 매출 부진으로 버틸때까지 버티다가 막판 대출로 연명하려는 모습”이라면서 “내수를 살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 없이는 자영업자들의 회생은 물론 2금융권의 부실 고리도 끊기 어려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자영업 대출 자영업 대출통계는 대상과 기준 등 집계 기관마다 달라 정확한 산정이 어렵다. 일반적으로는 자영업자가 사업자명의로 받는 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과 개인 명의의 가계대출을 의미한다. NICE는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자영업 대출규모를 집계한다. 금융당국도 이 자료를 주로 활용한다. 자영업 대출중 두 대출을 동시에 받는 비율과 개인사업자대출만 받는 비율은 4대 1정도. 두 대출을 동시에 받는 자영업자는 저신용, 고금리 대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당국 분석이다.
2018.04.10 I 송길호 기자
  • [전문기자칼럼] 관료 무기력증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전문기자] 경제정책은 정치과정의 일환이다. 정치적 이념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경제정책은 없다. 그러나 이상(理想)에 지나치게 치우친 정책은 교조화되게 마련이다. 정치공학적 의도가 내재되면 대중영합적으로 변질된다. 도그마(dogma)가 된 정책, 포퓰리즘적 정책을 현실에 맞게 유연히 보정하는 일, 바로 관료들의 몫이다. 이상과 현실이 조화될때 정책은 현장을 파고든다. “기계적인 집행자 같다” 한 전직 경제관료는 사석에서 후배 관료들을 이렇게 묘사했다. 청와대 지침에 따라 이 눈치 저 눈치보며 단순 기술자처럼 정책을 만들 뿐 주도적으로 의견을 내고 관철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관료집단에 대한 청와대의 정책 관여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 그 정도가 부쩍 심해진 것 같다.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관료들을 철저히 다그치는 게 잘하는 일이라고 참모진 스스로 착각하는 듯하다. 물론 근저에는 엘리트 관료집단에 대한 불신도 자리잡고 있다. 대선캠프 출신의 비주류 경제학자나 시민운동가들이 대거 정책 포스트에 중용된 건 이 같은 인식을 투영한다.당연히 관료사회의 무기력증은 심화되고 있다. 청와대 코드맞추기에 급급할 뿐, 운신 폭은 좁아지고 보신과 안일 복지부동은 점점 확산된다. 어쩌면 관료들도 굳이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은 없다. 정책의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일단 윗선 뜻을 고분 고분 따르는 게 최선의 생존전략일지 모른다.문제는 이 과정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정책들이 난무한다는 점이다. 이해관계자들의 복잡한 유인체계를 고려하지 않은 단선적 정책, 장기적 파장까지 면밀히 계산하지 않은 즉흥적 대책들이 경제현실을 왜곡한다. 고용감소의 역설에 직면한 최저임금 파격 인상, 약자의 처지를 되레 악화시키는 비정규직 제로정책, 투기광풍을 부채질한 오락가락 가상화폐 대책, 여기에 중소기업 신입사원 1000만원 보너스 정책까지…. 모두 눈 앞의 정책목적에만 급급, 무리하게 밀어붙인 청와대 참모진과 정책 하청업자로 전락한 관료들간 합작품이다.모든 정책은 비용을 수반한다. 선의(善意)로 출발하지만 의도치 않은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 이를 예견하고 실질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건 오롯이 전문관료들의 역할이다. 정책의 품질, 정책의 성패는 관료집단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이를 ‘선택과 책임의 일치’라고 표현했다. 일을 추진하는 관료 스스로 결단을 내리고 책임 질 수 있어야 정책에 탄력이 붙는다는 거다. 청와대는 큰 방향만 정한 후 완급만 조절한 채 거의 간섭하지 않고 맡겨야 관료집단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정책환경은 조성되는 법이다. 불행히도 문재인정부 청와대와 관료들간 심리적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청와대의 깨알같은 간섭에 관료들은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는 이념의 푯대를 향해 ‘돌격 앞으로’를 외치지만 관료집단은 저 멀리 ‘헉헉’ 달리며 책임만 떠안는 모습이다. 관료사회의 우울한 자화상, 그에 따라 파생되는 정책실패의 모든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2018.03.26 I 송길호 기자
은행 이익 84% 이자에서 나왔다(종합)
  • [천수답식 은행경영]은행 이익 84% 이자에서 나왔다(종합)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신성환 전 금융연구원장은 국내 은행의 경쟁력에 대해 비판적이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이 6년만에 최고 실적을 내는 등 겉으로 드러난 지표는 화려하지만 이면을 보면 맹탕이라고 지적한다. 이익의 대부분이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한 자산증가, 충당금감소, 순이자마진 증가 등 경영외적 요인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는 “향후 거시경제적 상황에 따라 은행 경영환경이 나빠지면 은행들의 실적은 다시 뒷걸음질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국내 은행 실적은 외화내빈이다. 자체 실력 보다는 대내외 경기흐름에 따라 희비가 크게 갈리는 천수답식 경영에 머물러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10년전, 그 이전부터 고착화된 비즈니스 구조의 결과다. 독점적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이자장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관행에 안주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데일리는 20일 금융감독원에 의뢰, 국내 19개 은행(2개 인터넷전문은행 포함)과 미국 4918개 상업은행의 수익구조(FDIC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해 국내 은행의 총이익 대비 이자이익 비중은 83.7%로 나타났다. 2016년(87.0%)에 비해 3.3%포인트 하락했지만 2008년 이후 10년째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 이자이익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4.3%에서 이듬해 87.1%로 상승한뒤 2014년 90.9%까지 치솟은 바 있다. 비이자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 수익 비중은 지난해 10.9%로 10년 넘게 유사한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반면 미국 상업은행의 경우 이자이익 비중은 2017년 65.8%로 국내 은행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59.0%에서 2008년 64.0%로 5%포인트 상승한 후 10년째 60%대를 지속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은행이나 고객 모두 각종 서비스에 대해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이 확고하다”며 “계좌유지수수료는 물론 각종 자산관리서비스에 대한 수수료 비중이 국내 은행에 비해 크게 높다”고 말했다. ◇역대 최고실적의 어두운 이면 지난해 국내 은행들은 표면적으로는 역대 최고실적을 냈다. 19개 은행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이 11조2000억원. 전년에 비해 8조7000억원 늘었다. 은행들은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주주들에겐 배당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의 이익구조는 10년전, 아니 그 이전과 다를 바 없다. 단순히 예금과 대출을 중개하는 전당포식 이자장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모습이다. 혁신을 통한 고객관점의 신상품개발, 서비스의 선진화 등은 언감생심이다. 이 같은 이익구조에선 지난해와 같은 금리상승기는 은행에겐 기회다. 자산만 불리면 자연스럽게 이익을 낼 수 있게 된다. 시장금리가 올라갈때 예금이자는 천천히, 대출이자는 신속히 올리는 방식으로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를 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2016년 1.95%에서 2017년 2.03%로 확대됐다. 그 결과 순이자마진(NIM)은 0.08%포인트(2016년 1.55%→2017년 1.63%) 개선되면서 이자이익총량은 2조9000억원(2016년 34조4000억원→ 2017년 37조3000억원) 늘어났다. ]◇예대마진 편중, 수익창출 능력 한계문제는 예대마진에 편중된 비즈니스 구조로는 수익창출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수익성 잣대인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을 보면 극명히 드러난다. 금감원 분석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은행의 ROA와 ROE는 각각 0.48%, 6.0%. 전년과 비교하면 각각 0.37%포인트, 4.63%포인트 상승했다. 조선·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일정부분 마무리되면서 회계상 대손비용이 5조5000억원이나 줄어든 덕이다. 하지만 미국 상업은행을 따라잡기에는 요원하다. 미국 은행의 ROA와 ROE는 2017년말 현재 각각 0.96%, 8.53%. ROA는 미국 은행의 절반수준, ROE는 70%수준에 그친다. 예컨대 자본 100억원을 똑같이 굴려도 미국 은행은 8억5300만원, 국내 은행은 6억원을 벌었다는 얘기다. 결국 국내 은행들의 비즈니스모델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자이익은 지속적으로 유지 확대하되 수수료 수익 등 비이자이익을 크게 늘려 구조조적으로 비이자이익 부문의 비중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가증권 판매, 프로젝트 파이낸싱 기타 자문수수료 등 은행 운용능력에 따라선 충분히 (수수료 수익을) 늘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관치에 짓눌린 금융환경 문제는 금융환경이다. 관치의 그늘에 짓눌린 규제환경에선 은행들이 자생력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일은 녹록지 않다. 은행들로선 당연히 수수료 수입보다 예대마진 확대에 주력하고 이를 위해 담보대출 위주의 영업관행에 몰두하게 마련이다. A은행의 한 임원은 “요즘도 수수료 책정과정에선 전화나 각종 회의 등을 통해 간접적인 압박이 들어온다”며 “비이자이익 부문을 늘리려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그에 따른 가격체계도 마련해야 하지만 당국의 개입이 지속되다보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공학과 교수는 “수수료도 금융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가격”이라며 “당국이 인기영합적으로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은행들이 금융혁신을 통해 이익을 낼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규제압박을 피하기 위한 우회전략을 펼치기도 한다. B은행의 한 임원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일단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낮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고객 확보에 주력한 후 이들로부터 저원가성 예금이나 대출을 유치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서비스는 공짜가 아니다” 은행 임금체계의 경직성도 은행의 자생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통상 비이자이익은 도매금융에서 나오는 법. 은행들이 구조조정에 참여하든 인수합병을 주선하든 일정부문 투자은행(IB)으로서의 역할을 할때 수수료 수입을 크게 늘릴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현실에선 고급인력 확보부터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오정근 교수는 “도매금융부문에선 외부 전문인력이 필요하지만 호봉제 중심의 은행 임금체계로선 어림없다”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관치의 타파다. 여기에 은행이 공적기관의 역할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부가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위해선 정부, 은행, 고객 이해관계자들 모두 은행 서비스는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수익자부담원칙’부터 확고히 정립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기관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선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독점적 체제하에서도 은행들이 좀 더 다양한 경쟁을 통해 자생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03.21 I 송길호 기자
③신성환 “은행에도 기업가형 행장 나와야"
  • [천수답식 은행경영]③신성환 “은행에도 기업가형 행장 나와야"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이젠 은행에도 기업가형 행장이 나와야 할 때입니다”신성환 전 금융연구원장(홍익대 경영학부 교수·사진)은 20일 은행이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선 지배구조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전 원장은 이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금융이 잘 나가는 상태라면 관리형 최고경영자(CEO)라도 문제될 게 없다”며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그는 “관리자형 CEO라면 천수답식 금융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며 “기업가적 정신을 가진 CEO가 (무기력에 빠진) 금융회사를 적극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금융산업은 정체상태에 빠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표상으로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세계 하위권. 금융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국내 총생산(GDP)에 기여하는 비중도 5∼6%로 2000년대 이후 답보상태다. 신 전 원장은 “지금 은행은 단순 수수료 중개인으로서 라이선스 비즈니스만 하고 있다”며 “담보대출 위주의 가계대출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이젠 기업금융에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책당국에 대해서도 단기성 대책에 급급할 게 아니라 좀 더 긴 호흡으로 시장의 자생력을 키우는 일에 주력할 것을 주문한다. 그는 “경쟁을 촉진하고 혁신을 유도, 시장에 자생력을 불어넣는 일이 금융정책의 핵심”이라며 “지나치게 과욕을 부려 즉각적인 개입에 나서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금융선진화라는 과제도 결국 고객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현명하게 위험을 택하면서 고객들에게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절실하다”며 “저렴한 비용으로 고객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곧 금융선진화”라고 강조했다.
2018.03.21 I 송길호 기자
②규제에 막힌 비이자부문 성장판
  • [천수답식 은행경영]②규제에 막힌 비이자부문 성장판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지난해 국내 은행들은 표면적으로는 역대 최고실적을 냈다. 19개 은행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이 11조2000억원. 전년에 비해 8조7000억원 늘었다. 은행들은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주주들에겐 배당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은행들의 이익구조는 10년전, 아니 그 이전과 다를 바 없다. 독점적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단순히 예금과 대출을 중개하는 전당포식 이자장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모습이다. 혁신을 통한 고객관점의 신상품개발, 서비스의 선진화 등은 언감생심이다. 이 같은 이익구조에선 지난해와 같은 금리상승기는 은행에겐 기회다. 자산만 불리면 자연스럽게 이익을 낼 수 있게 된다. 시장금리가 올라갈때 예금이자는 천천히, 대출이자는 신속히 올리는 방식으로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를 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2016년 1.95%에서 2017년 2.03%로 확대됐다. 그 결과 순이자마진(NIM)은 0.08%포인트(2016년 1.55%→2017년 1.63%) 개선되면서 이자이익총량은 2조9000억원(2016년 34조4000억원→ 2017년 37조3000억원) 늘어났다. ]◇예대마진 편중, 수익창출 능력 한계문제는 예대마진에 편중된 비즈니스 구조로는 수익창출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수익성 잣대인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을 보면 극명히 드러난다. 금감원 분석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은행의 ROA와 ROE는 각각 0.48%, 6.0%. 전년과 비교하면 각각 0.37%포인트, 4.63%포인트 상승했다. 조선·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일정부분 마무리되면서 회계상 대손비용이 5조5000억원이나 줄어든 덕이다. 하지만 미국 상업은행을 따라잡기에는 요원하다. 미국 은행의 ROA와 ROE는 2017년말 현재 각각 0.96%, 8.53%. ROA는 미국 은행의 절반수준, ROE는 70%수준에 그친다. 예컨대 자본 100억원을 똑같이 굴려도 미국 은행은 8억5300만원, 국내 은행은 6억원을 벌었다는 얘기다. 결국 국내 은행들의 비즈니스모델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자이익은 지속적으로 유지 확대하되 수수료 수익 등 비이자이익을 크게 늘려 구조조적으로 비이자이익 부문의 비중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가증권 판매, 프로젝트 파이낸싱 기타 자문수수료 등 은행 운용능력에 따라선 충분히 (수수료 수익을) 늘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관치에 짓눌린 금융환경 문제는 금융환경이다. 관치의 그늘에 짓눌린 규제환경에선 은행들이 자생력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일은 녹록지 않다. 은행들로선 당연히 수수료 수입보다 예대마진 확대에 주력하고 이를 위해 담보대출 위주의 영업관행에 몰두하게 마련이다. A은행의 한 임원은 “요즘도 수수료 책정과정에선 전화나 각종 회의 등을 통해 간접적인 압박이 들어온다”며 “비이자이익 부문을 늘리려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그에 따른 가격체계도 마련해야 하지만 당국의 개입이 지속되다보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공학과 교수는 “수수료도 금융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가격”이라며 “당국이 인기영합적으로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은행들이 금융혁신을 통해 이익을 낼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규제압박을 피하기 위한 우회전략을 펼치기도 한다. B은행의 한 임원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일단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낮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고객 확보에 주력한 후 이들로부터 저원가성 예금이나 대출을 유치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서비스는 공짜가 아니다” 은행 임금체계의 경직성도 은행의 자생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통상 비이자이익은 도매금융에서 나오는 법. 은행들이 구조조정에 참여하든 인수합병을 주선하든 일정부문 투자은행(IB)으로서의 역할을 할때 수수료 수입을 크게 늘릴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현실에선 고급인력 확보부터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오정근 교수는 “도매금융부문에선 외부 전문인력이 필요하지만 호봉제 중심의 은행 임금체계로선 어림없다”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관치의 타파다. 여기에 은행이 공적기관의 역할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부가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위해선 정부, 은행, 고객 이해관계자들 모두 은행 서비스는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수익자부담원칙’부터 확고히 정립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기관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선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독점적 체제하에서도 은행들이 좀 더 다양한 경쟁을 통해 자생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03.21 I 송길호 기자
①은행 이익 84% 이자에서 나왔다
  • [천수답식 은행경영]①은행 이익 84% 이자에서 나왔다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신성환 전 금융연구원장은 국내 은행의 경쟁력에 대해 비판적이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이 6년만에 최고 실적을 내는 등 겉으로 드러난 지표는 화려하지만 이면을 보면 맹탕이라고 지적한다. 이익의 대부분이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한 자산증가, 충당금감소, 순이자마진 증가 등 경영외적 요인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는 “향후 거시경제적 상황에 따라 은행 경영환경이 나빠지면 은행들의 실적은 다시 뒷걸음질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국내 은행 실적은 외화내빈이다. 자체 실력 보다는 대내외 경기흐름에 따라 희비가 크게 갈리는 천수답식 경영에 머물러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10년전, 그 이전부터 고착화된 비즈니스 구조의 결과다. 독점적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이자장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관행에 안주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데일리는 20일 금융감독원에 의뢰, 국내 19개 은행(2개 인터넷전문은행 포함)과 미국 4918개 상업은행의 수익구조(FDIC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해 국내 은행의 총이익 대비 이자이익 비중은 83.7%로 나타났다. 2016년(87.0%)에 비해 3.3%포인트 하락했지만 2008년 이후 10년째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 이자이익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4.3%에서 이듬해 87.1%로 상승한뒤 2014년 90.9%까지 치솟은 바 있다. 비이자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 수익 비중은 지난해 10.9%로 10년 넘게 유사한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반면 미국 상업은행의 경우 이자이익 비중은 2017년 65.8%로 국내 은행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59.0%에서 2008년 64.0%로 5%포인트 상승한 후 10년째 60%대를 지속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은행이나 고객 모두 각종 서비스에 대해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이 확고하다”며 “계좌유지수수료는 물론 각종 자산관리서비스에 대한 수수료 비중이 국내 은행에 비해 크게 높다”고 말했다.
2018.03.21 I 송길호 기자
  • [비전없는 금융정책]⑤청와대 정책독주 제어해야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전문기자] 이 같은 현상은 결국 청와대의 정책독주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금융정책도 적폐청산이 최우선과제가 되면서 과거회귀형 정책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박근혜정부시절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성과연봉제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은 주홍글씨가 붙은 정책”이라며 “적극적으로 추진하는데 부담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보신주의와도 연결된다. 금융계 관계자는 “금융당국 스스로 구조조정 문제 등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에 대해 손에 피묻힐 일을 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계속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총생산(GDP)에서 금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년대 들어 3∼4%에서 90년대 이후 5∼6%로 상승했지만 2000년대 이후 여전히 정체상태다. 전문가들은 금융산업을 실물부문 지원을 위한 부차적인 산업으로 보는 단편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이 때, 미래에 대한 혜안을 갖고 의사결정을 해야 할 타이밍”이라며 “금융을 실물부문을 뒷받침하는 보조수단이 아닌 고급 부가가치서비스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생태계의 변화에 대응한 청사진이 없다”며 “금융정책이 지향하는 바를 분명히 하고 정책목표에 따라 달성할 수 있는 어젠더를 제시해 구체적인 정책과제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03.01 I 송길호 기자
해묵은 금융적폐 매달리다 4차산업 대응적기 놓칠라(종합)
  • [비전없는 금융정책]해묵은 금융적폐 매달리다 4차산업 대응적기 놓칠라(종합)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전문기자] 요즘 금융위원회 내에서 가장 뜨거운 부서는 금융정책국 은행과다. 작년 10월 국정감사 이후 불거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를 다루는 주무부서다. 국회에서 언론에서 부처내에서도 논란이 불거지니 모두 정신이 없다. 금융위의 한 관료는“ 그동안 은행과의 주요 업무는 BIS비율관리 등 건전성관리나 은행 영업행태에 대한 점검 등 루틴한 업무가 많았다”며 “하지만 작년 국감 이후 가장 주목 받는 부서가 됐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과세 문제는 적폐청산의 미명아래 진행되는 금융위의 대표적인 과거 회귀형 정책이다. 금융감독원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작년말부터 불거진 은행권 특혜채용 논란 이후 채용비리 점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며 금융권과 꼴 사나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전직 고위관료는 “금융산업을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독자적인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논의는 아예 사라졌다”며 “ 지금은 적폐청산에 몰두하는 정권에 보조를 맞추려는 듯 과거로만 눈길을 돌리는 것 같다”고 일침을 놓았다. ◇과거회귀형 정책에 발목 문재인정부 금융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금융산업을 어떻게 키울지, 그래서 국민경제에 어떤 부가적인 혜택을 제공할지에 대한 기본적인 계획도 정책도 보이지 않는다. 진흥·조장·개혁 등의 화두는 사라진 채 보호·연명·지원이라는 단기 미봉차원의 즉흥적 대응만이 난무할 뿐이다. 이는 현 정부들어 금융산업이 실물부문을 지원하는 후선산업, 부차적인 과제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정권초부터 논란이 된 금융홀대론이 여전히 팽배한 채 금융산업의 운신 폭도 점차 좁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무현정부의 금융허브,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녹색금융·창조금융 등 이전 정부에선 그래도 금융산업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한 고민은 있었다.”며 “지금은 금융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로드맵조차 없다”고 말했다. 이미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확충 등 금융산업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정책들은 폐지되거나 은산분리 규제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반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은행 가산금리 규제 등 가격정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은 결과적으로 금융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금융생태계의 변화, 그에 따른 장기적 비전 없이 문제가 불거지면 미봉책에 급급한 모습이 반복되면서 금융정책에 대한 신뢰는 약화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권의 적폐청산 문제와 연결되면서 금융당국이 과거 헤묵은 이슈들에 너무 매달리고 있다”며 “금융생태계의 변화에 대응한 각종 규제완화나 블록체인 기술 진흥 등 미래지향적 이슈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장정책 폐기, 규제정책 난무 지난해 7월 문재인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를 처음 접한 A 교수는 깜짝 놀랐다. 기본적인 경제운용계획에 금융정책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청와대에 직접 문제제기를 한 결과 돌아온 답은 그를 더욱 당혹스럽게 했다. 인정은 하면서도 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는 거다. 그는 “(청와대에) 금융을 아는 브레인이 없어 금융정책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의 표류하는 금융정책는 정권초부터 예견된 사실이다. 금융홀대론이 팽배한 현실에서 금융산업 육성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없으니 그때그때 밀려드는 현안 처리에 급급하다는 얘기다. 현 정부들어 금융산업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정책들은 전격적으로 폐지되거나 헤묵은 규제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단적인 예는 성과연봉제 폐지. 금융권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임종룡 금융위원장 시절 금융을 독자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기본적인 정책수단으로 야심차게 밀어붙였던 정책이다. 하지만 현 정부들어 노동계의 강력 반발로 물거품이 됐다. 일부 금융공기업 노조는 기존 합의를 아예 뒤엎으며 오히려 역공을 펼쳤다. 기존 은행권의 ‘메기역할’을 모토로 선을 보인 인터넷전문은행은 제도화과정에서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자본확충의 필요성이 절실하지만 기존 은행에 적용됐던 은산분리의 규제에 발목이 잡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이 최대 50%까지 지분을 늘릴 수 있도록 완화한 특별법 개정안은 여전히 서류철속에 잠들어 있다. 반면 금융권의 금리나 수수료 등 가격정책에 대해선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지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은행 가산금리 규제 등 각종 규제책은 이전 정부보다 도가 심해진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금융권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내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적폐청산위원회와 다를 바 없이 운용되고 있다. 혁신위가 최근 제시한 최종 권고안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 과세, 케이뱅크 인가과정 적절성 여부, 키코사태의 금융감독 문제 등 과거회귀형 행태를 정조준했다. 윤창현 교수는 “금융 이슈가 은산분리같은 형식논리나 지엽적인 문제에 얽매여 있다.”며 “대법원판결까지 끝난 키코문제까지 언급하는 건 지나친 처사”라고 지적했다.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혁신위회 최종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구조조정 등 피묻히는 정책 올스톱 금융정책의 방향성이 모호하니 정책딜레머가 나타난다.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소득주도성장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각종 정책들과 결이 다른 정책들이 공존하면서 금융권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은행권의 자체 구조조정부터 난관에 직면해 있다. 현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제1의 정책과제로 제시하면서 생산성 제고를 위한 은행산업의 다이어트는 제약을 받고 있는 상태. 금융계 관계자는 “인터넷뱅킹이 일반화되면서 점포축소는 불가피하지만 현 정부 정책기조에 따라 인력재편 등 구조조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 구조조정도 답보상태다. 금융정책의 비전이 없으니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어떻게 구사할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구조조정과정에서 국책은행이 역할을 할지 민간주도에 맡길지 등에 대한 명확한 방향설정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중견 조선사들에 대한 지지부진한 구조조정, 산업은행 산하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부실채권 문제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도 결국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연말과 연초 뜨겁게 달궜던 가상화폐(암호화폐)규제에 대한 당국의 오락가락 행보도 이 같은 맥락이다. 미래금융에 대한 비전이 없는 상태에서 눈에 보이는 버블 잡겠다며 즉흥적인 대응에 급급하니 여론에 따라 정책이 냉탕과 온탕을 반복하고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정책독주 논란이 같은 현상은 결국 청와대의 정책독주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금융정책도 적폐청산이 최우선과제가 되면서 과거회귀형 정책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박근혜정부시절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성과연봉제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은 주홍글씨가 붙은 정책”이라며 “적극적으로 추진하는데 부담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보신주의와도 연결된다. 금융계 관계자는 “금융당국 스스로 구조조정 문제 등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에 대해 손에 피묻힐 일을 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계속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총생산(GDP)에서 금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년대 들어 3∼4%에서 90년대 이후 5∼6%로 상승했지만 2000년대 이후 여전히 정체상태다. 사실 역대 정부의 금융정책은 방법론은 달랐고 성과도 미흡했지만 그래도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보였다. 노무현정부 시절 금융은 신성장산업이었다. 대한민국을 동북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은 다소 논란은 있었지만 정책의 푯대가 됐다.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을 통해 금융권역 간 칸막이를 낮추고 각종 규제완화에 나선 건 이 같은 정책기조와 맥을 같이한다. 이명박정부 시절 대형은행 육성은 금융산업에 대한 진흥전략이었다. 메가뱅크론으로 불린 이 전략은 국제적인 대형은행 육성을 통해 기업투자활동을 지원하고 금융산업 자체의 발전을 이끈다는 포석이었다. 박근혜정부 시절엔 노동 공공 교육 부문과 함께 금융부문을 4대 개혁의 대상으로 삼았다. ‘거친개혁’으로 상징되는 금융개혁을 통해 금융산업을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핀테크 육성, 그에 따른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은 금융산업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대표적인 정책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산업을 실물부문 지원을 위한 부차적인 산업으로 보는 단편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이 때, 미래에 대한 혜안을 갖고 의사결정을 해야 할 타이밍”이라며 “금융을 실물부문을 뒷받침하는 보조수단이 아닌 고급 부가가치서비스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생태계의 변화에 대응한 청사진이 없다”며 “금융정책이 지향하는 바를 분명히 하고 정책목표에 따라 달성할 수 있는 어젠더를 제시해 구체적인 정책과제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03.01 I 송길호 기자
③구조조정 등 피묻히는 정책 올스톱
  • [비전없는 금융정책]③구조조정 등 피묻히는 정책 올스톱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전문기자] 금융정책의 방향성이 모호하니 정책딜레머가 나타난다.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소득주도성장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각종 정책들과 결이 다른 정책들이 공존하면서 금융권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은행권의 자체 구조조정부터 난관에 직면해 있다. 현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제1의 정책과제로 제시하면서 생산성 제고를 위한 은행산업의 다이어트는 제약을 받고 있는 상태. 금융계 관계자는 “인터넷뱅킹이 일반화되면서 점포축소는 불가피하지만 현 정부 정책기조에 따라 인력재편 등 구조조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 구조조정도 답보상태다. 금융정책의 비전이 없으니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어떻게 구사할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구조조정과정에서 국책은행이 역할을 할지 민간주도에 맡길지 등에 대한 명확한 방향설정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중견조선사들에 대한 지지부진한 구조조정, 산업은행 산하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부실채권 문제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도 결국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연말과 연초 뜨겁게 달궜던 가상화폐(암호화폐)규제에 대한 당국의 오락가락 행보도 이 같은 맥락이다. 미래금융에 대한 비전이 없는 상태에서 눈에 보이는 버블 잡겠다며 즉흥적인 대응에 급급하니 여론에 따라 정책이 냉탕과 온탕을 반복하고 있다는 얘기다.
2018.03.01 I 송길호 기자
④역대 정부의 금융정책
  • [비전없는 금융정책]④역대 정부의 금융정책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전문기자] 노무현정부의 동북아금융허브론, 이명박정부의 메가뱅크론, 박근혜정부의 금융비전과 금융개혁…. 역대 정부의 금융정책은 방법론은 달랐고 성과도 미흡했지만 그래도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보였다. 노무현정부 시절 금융은 신성장산업이었다. 대한민국을 동북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은 다소 논란은 있었지만 정책의 푯대가 됐다.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을 통해 금융 권역 간 칸막이를 낮추고 각종 규제완화에 나선 건 이 같은 정책기조와 맥을 같이한다. 이명박정부 시절 대형은행 육성은 금융산업에 대한 진흥전략이었다. 메가뱅크론으로 불린 이 전략은 국제적인 대형은행 육성을 통해 기업투자활동을 지원하고 금융산업 자체의 발전을 이끈다는포석이었다. 대형은행을 만들겠다는 파이오니어은행 구상은 정권이 바뀌면서 동력이 약화됐지만 현 정부에서도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박근혜정부 시절엔 노동 공공 교육 부문과 함께 금융부문을 4대 개혁의 대상으로 삼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금융비전)을 통해 향후 향후 10년간 금융업의 부가가치 비중을(현재 5∼6%수준에서) 10%수준으로 제고하겠다는 정책목표를 공언했다. 소비자보호 뿐 아니라 금융권의 경쟁 촉진, 실물경제와의 융합 성장 등을 성장과제로 제시했다.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거친개혁’으로 상징되는 금융개혁을 통해 금융산업을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핀테크 육성, 그에 따른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은 금융산업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대표적인 정책이다. 임 위원장이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등 조선 해운 구조조정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금융개혁이라는 목표가 명확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8.03.01 I 송길호 기자
②성장정책 폐기, 규제정책 난무
  • [비전없는 금융정책]②성장정책 폐기, 규제정책 난무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전문기자] 지난해 7월 문재인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를 처음 접한 A 교수는 깜짝 놀랐다. 기본적인 경제운용계획에 금융정책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청와대에 직접 문제제기를 한 결과 돌아온 답은 그를 더욱 당혹스럽게 했다. 인정은 하면서도 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는 거다. 그는 “(청와대에) 금융을 아는 브레인이 없어 금융정책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의 표류하는 금융정책는 정권초부터 예견된 사실이다. 금융홀대론이 팽배한 현실에서 금융산업 육성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없으니 그때그때 밀려드는 현안 처리에 급급하다는 얘기다. 그 결과 금융산업 발전에 역행하는 정책이 남발되면서 정책의 신뢰성은 약화되고 금융권의 혼선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성장정책 폐기, 규제정책 난무현 정부들어 금융산업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정책들은 전격적으로 폐지되거나 해묵은 규제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단적인 예는 성과연봉제 폐지. 금융권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임종룡 금융위원장 시절 금융을 독자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기본적인 정책수단으로 야심차게 밀어붙였던 정책이다. 하지만 현 정부들어 노동계의 강력 반발로 물거품이 됐다. 일부 금융공기업 노조는 기존 합의를 아예 뒤엎으며 오히려 역공을 펼쳤다. 기존 은행권의 ‘메기역할’을 모토로 선을 보인 인터넷전문은행은 제도화과정에서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자본확충의 필요성이 절실하지만 기존 은행에 적용됐던 은산분리의 규제에 발목이 잡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이 최대 50%까지 지분을 늘릴 수 있도록 완화한 특별법 개정안은 여전히 서류철속에 잠들어 있다. 반면 금융권의 금리나 수수료 등 가격정책에 대해선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지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은행 가산금리 규제 등 각종 규제책은 이전 정부보다 도가 심해진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금융권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혁신위 최종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금융위원회 내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적폐청산위원회와 다를 바 없이 운용되고 있다. 혁신위가 최근 제시한 최종 권고안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 과세, 케이뱅크 인가과정 적절성 여부, 키코사태의 금융감독 문제 등 과거회귀형 행태를 정조준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 이슈가 은산분리같은 형식논리나 지엽적인 문제에 얽매여 있다.”며 “대법원판결까지 끝난 키코문제까지 언급하는 건 지나친 처사”라고 지적했다.
2018.03.01 I 송길호 기자
①해묵은 금융적폐 매달리다 4차산업 대응적기 놓칠라
  • [비전없는 금융정책]①해묵은 금융적폐 매달리다 4차산업 대응적기 놓칠라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전문기자] 요즘 금융위원회 내에서 가장 뜨거운 부서는 금융정책국 은행과다. 작년 10월 국정감사 이후 불거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를 다루는 주무부서다. 국회에서 언론에서 부처내에서도 논란이 불거지니 모두 정신이 없다. 금융위의 한 관료는“ 그동안 은행과의 주요 업무는 BIS비율관리 등 건전성관리나 은행 영업행태에 대한 점검 등 루틴한 업무가 많았다”며 “하지만 작년 국감 이후 가장 주목 받는 부서가 됐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과세 문제는 적폐청산의 미명아래 진행되는 금융위의 대표적인 과거 회귀형 정책이다. 금융감독원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작년말부터 불거진 은행권 특혜채용 논란 이후 채용비리 점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며 금융권과 꼴 사나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전직 고위관료는 “금융산업을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독자적인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논의는 아예 사라졌다”며 “ 지금은 적폐청산에 몰두하는 정권에 보조를 맞추려는 듯 과거로만 눈길을 돌리는 것 같다”고 일침을 놓았다. 문재인정부 금융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금융산업을 어떻게 키울지, 그래서 국민경제에 어떤 부가적인 혜택을 제공할지에 대한 기본적인 계획도 정책도 보이지 않는다. 진흥·조장·개혁 등의 화두는 사라진 채 보호·연명·지원이라는 단기 미봉차원의 즉흥적 대응만이 난무할 뿐이다. 이는 현 정부들어 금융산업이 실물부문을 지원하는 후선산업, 부차적인 과제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정권초부터 논란이 된 금융홀대론이 여전히 팽배한 채 금융산업의 운신 폭도 점차 좁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무현정부의 금융허브,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녹색금융·창조금융 등 이전 정부에선 그래도 금융산업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한 고민은 있었다.”며 “지금은 금융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로드맵조차 없다”고 말했다. 이미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확충 등 금융산업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정책들은 폐지되거나 은산분리 규제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반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은행 가산금리 규제 등 가격정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은 결과적으로 금융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금융생태계의 변화, 그에 따른 장기적 비전 없이 문제가 불거지면 미봉책에 급급한 모습이 반복되면서 금융정책에 대한 신뢰는 약화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권의 적폐청산 문제와 연결되면서 금융당국이 과거 해묵은 이슈들에 너무 매달리고 있다”며 “금융생태계의 변화에 대응한 각종 규제완화나 블록체인 기술 진흥 등 미래지향적 이슈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8.03.01 I 송길호 기자
선거철 더 기승 부리는 '좀비기업 연명책'…컨트롤타워부터 정비해야(종합)
  • 선거철 더 기승 부리는 '좀비기업 연명책'…컨트롤타워부터 정비해야(종합)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전문기자] “모든 것이 정체됐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전직 고위 관료는 문재인정부의 기업 구조조정을 이렇게 평가했다.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도 성과도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는 “문재인정부 들어 구조조정이란 화두는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름아래 진행되는 각종 반(反)구조조정정책들이 난무하면서 경제생태계의 부실이 심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논리에 휘둘린 정책의 역주행, 그에 따른 국민혈세의 비효율적 배분, 채권 금융기관들의 부실한 관리….기업 구조조정이 미로속을 헤매고 있다. 기득권 철폐, 손실분담 등 구조조정의 기본원칙은 사라지고 지원, 연명, 보호라는 정치적 구호만 횡행한채 구조조정의 정치화(政治化)가 심화되고 있다.이에 따라 조선 건설 등 주력업종은 물론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기업 생태계는 부실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기 미봉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인은 더 커질 것”이라며 “금리상승기 선제적 구조조정이 절실한 상황에서 정치논리에 따라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경제의 역동성 회복은 요원하다”고 경고한다. 백운규(오른쪽)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말 경남 통영시 성동조선해양을 방문, 텅빈 시설물을 둘러보고 있다. 2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받은 성동조선은 업황 부진과 구조조정 지연으로 청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연합뉴스 ◇갈팡질팡 조선업 구조조정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 앞.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한파속에서도 노조의 천막농성이 한창이다. 지난해말부터 회사의 회생대책을 요구하며 실력행사에 나선 성동조선해양 노조원 10여명은 요즘 그 투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명간 공개될 외부컨설팅 결과를 앞두고 정부와 수출입은행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성동조선해양과 지난해 법정관리를 졸업한 STX조선해양 등 중견 조선사들은 이미 빈사상태다. 지난해 11월 한 회계법인 실사 결과 두 회사의 청산가치는 존속가치보다 3배 이상 높게 나왔다. 국민혈세로 투입된 공적자금만 7조원(STX조선 4조5000억원, 성동조선 2조6000억원)이 넘는 상태. 조선업 불황의 파고속에서도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의 결과다. 그러나 두 회사는 다시 회생이 유력해졌다. 이달중 나올 다른 회계법인 실사 보고서에선 두 회사의 회생을 위한 ‘맞춤형’컨설팅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두 회사의 연명을 전제로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두 회사가 청산의 위기에서 회생으로 극적 반전을 이룬 계기는 지난 1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이후다. 당시 문 대통령은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의 옥포조선소를 방문, “조선 경기가 곧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조선업이) 재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겐 “금융이 빠지면 일이 안 된다”는 뼈 있는 농담도 했다. 금융권 지원을 통한 기업 회생이라는 구조조정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한 이날 조선업 구조조정의 기본 방향이 명확해졌다. 한 은행 임원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인력감축도 사업부 매각도 모두 물건너갔다”며 “대우조선 뿐 아니라 STX조선, 성동조선 등 중견 조선사들이 연명의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지난달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집회를 마친 후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정치논리에 역주행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구조조정의 정치화를 투영한다. 오재인 단국대 경영대 교수는 “정부는 한계기업 정리가 불러올 사회적 파장을 회피하는데 급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치 논리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주주, 채권단은 물론 노조, 하청업체, 지역 자영업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산적한 이익을 조정하는 일은 고도의 정치과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문제는 구조조정의 정치화 현상이 현 정부들어 더욱 심화됐다는 점이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전략센터장은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소득주도성장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각종 정책들은 일자리 늘리기가 지상과제”라며 “당연히 인력감축을 수반할 수 밖에 없는 기업 구조조정은 환영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논리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가 대우조선은 물론 회생이 불투명한 중견 조선사들에까지 금융지원을 통한 연명책을 택한 것도 결국 이들 조선사들이 집결해 있는 PK지역의 민심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계 일각에서조차 이 같은 정책방향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한다. 중국 등 후발국과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는 조선업계 현실에서 자칫 업계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계 관계자는 “천수답처럼 조선업 시황이 개선되기만을 기다린채 계속 지원에 나서겠다는 건 밑빠진 독에 혈세 퍼붓는 꼴”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금리 상승기 좀비기업 부실 ‘비상’ 기업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면 결국 경제생태계는 뿌리부터 곪게 된다.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들어가야 할 자원이 한계기업, 이른바 좀비기업과 같은 비생산적인 부문에 잠기게 되면 산업 구조의 혁신을 저해하고 경제 전체의 후생과 효율, 생산성을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최근 대우건설 매각 실패의 원인이 됐던 잠재부실 문제도 사실은 산업은행 주도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책은행 중심의 구조조정 방침을 정한 이후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 대부분이 산업은행에 들어가 있는 상태. 지난해말 현재 108개사로 이들 기업들의 부실위험노출액만 6조7223억원에 달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우건설 금호타이어 뿐 아니라 산업은행 산하 기업들은 대부분 부실화돼 있다”며 “부실을 털어내고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지만 산은은 그 부실을 드러내지 않고 정리할 의사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구조조정 대상 한계기업들의 부실화는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지난해말 분기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21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평균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올라가면 연간 이자부담액은 14.2%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전체 기업의 15%에 달하는) 한계기업들은 신용등급이 낮아 일반 기업들보다 대출이자부담이 더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시장금리상승 압력으로 채무상환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 같은 현상은 구조조정을 미루고 단기 대응책에 급급했던 1990년대의 일본 경제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일본은 자산가격의 버블 붕괴에 따른 구조적 문제점을 경기순환기의 일시적인 후퇴로 오판하고 단기적인 경기부양에 집착했다. 그 결과 시한폭탄이나 다를 바 없는 좀비기업들이 급증하면서 경제의 생산성과 역동성은 뚝 떨어지고 결국 ‘잃어버린 20년’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신용지원이 없으면 파산하게 될 한계기업 비중은 1990년대말 일본 수준인 14%를 넘어 이미 임계치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기재부, 컨트롤타워 정비문재인정부의 구조조정 전략은 반쪽짜리다. 일단 재무적 관점 보다는 산업정책적 측면을 더욱 고려하겠다고 공언한다. 2016년말 한진해운 청산 과정에서 금융논리에 집착해 물류생태계가 와해되는 등 산업경쟁력 측면에서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영향을 미쳤을 터이다.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를 금융위원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바꾼 건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논리는 오히려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근혜정부시절 금융위원회 주도의 구조조정이 금융논리, 재무적 관점에 경도됐듯 산업통상자원부의 구조조정은 일자리 유지, 자금지원 등 기업의 회생과 연명에 기울고 있다는 얘기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산업적 측면을 고려한다는 건 노조 등 이해관계자나 표심에 어두운 정치인들에게 구조조정에 저항할 명분만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치논리가 횡행한 현실속에서도 기업 구조조정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선 결국 금융논리와 산업논리를 균형있게 반영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를 산업부에서 경제정책 전체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공학과 교수는 “금융논리와 산업논리의 통합적 접근을 위해선 상위 부처인 기재부 주도로 구조조정의 원칙과 방향을 정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교수는 “구조조정은 단호한 의지가 없다면 이뤄질 수 없다”며 “전체 경제상황을 총괄하는 기재부에서 컨트롤타워를 맡는게 그나마 포퓰리즘적 정치논리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8.02.15 I 송길호 기자
①선거철 더 기승 부리는 '좀비기업 연명책'
  • [정치논리에 갇힌 구조조정]①선거철 더 기승 부리는 '좀비기업 연명책'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전문기자] “모든 것이 정체됐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전직 고위 관료는 문재인정부의 기업 구조조정을 이렇게 평가했다.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도 성과도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는 “문재인정부 들어 구조조정이란 화두는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름아래 진행되는 각종 반(反)구조조정정책들이 난무하면서 경제생태계의 부실이 심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논리에 휘둘린 정책의 역주행, 그에 따른 국민혈세의 비효율적 배분, 채권 금융기관들의 부실한 관리….기업 구조조정이 미로속을 헤매고 있다. 기득권 철폐, 손실분담 등 구조조정의 기본원칙은 사라지고 지원, 연명, 보호라는 정치적 구호만 횡행한채 구조조정의 정치화(政治化)가 심화되고 있다.이에 따라 조선 건설 등 주력업종은 물론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기업 생태계는 부실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기 미봉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인은 더 커질 것”이라며 “금리상승기 선제적 구조조정이 절실한 상황에서 정치논리에 따라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경제의 역동성 회복은 요원하다”고 경고한다. 백운규(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말 경남 통영시 성동조선해양을 방문, 텅빈 시설물을 둘러보고 있다. 2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받은 성동조선은 업황 부진과 구조조정 지연으로 청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연합뉴스◇갈팡질팡 조선업 구조조정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 앞.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한파속에서도 노조의 천막농성이 한창이다. 지난해말부터 회사의 회생대책을 요구하며 실력행사에 나선 성동조선해양 노조원 10여명은 요즘 그 투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명간 공개될 외부컨설팅 결과를 앞두고 정부와 수출입은행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성동조선해양과 지난해 법정관리를 졸업한 STX조선해양 등 중견 조선사들은 이미 빈사상태다. 지난해 11월 한 회계법인 실사 결과 두 회사의 청산가치는 존속가치보다 3배 이상 높게 나왔다. 국민혈세로 투입된 공적자금만 7조원(STX조선 4조5000억원, 성동조선 2조6000억원)이 넘는 상태. 조선업 불황의 파고속에서도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의 결과다. 그러나 두 회사는 다시 회생이 유력해졌다. 이달중 나올 다른 회계법인 실사 보고서에선 두 회사의 회생을 위한 ‘맞춤형’컨설팅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두 회사의 연명을 전제로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두 회사가 청산의 위기에서 회생으로 극적 반전을 이룬 계기는 지난 1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이후다. 당시 문 대통령은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의 옥포조선소를 방문, “조선 경기가 곧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조선업이) 재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겐 “금융이 빠지면 일이 안 된다”는 뼈 있는 농담도 했다. 금융권 지원을 통한 기업 회생이라는 구조조정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한 이날 조선업 구조조정의 기본 방향이 명확해졌다. 한 은행 임원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인력감축도 사업부 매각도 모두 물건너갔다”며 “대우조선 뿐 아니라 STX조선, 성동조선 등 중견 조선사들이 연명의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2018.02.15 I 송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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