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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LG전자, 연초 4분기 성적표 공개…실적 회복 늦어지나
-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국내 주요 전자업체들이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을 이번주 발표한다. 정보기술(IT) 수요 둔화에 따른 메모리 가격 하락,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 지연 등으로 삼성전자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LG전자 역시 수익성 악화에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사진=이데일리DB)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8일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77조9494억원,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조5536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 영업이익은 202.8% 증가한 수치다.증권가는 3개월 전에는 삼성전자가 1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지난 2일 기준 컨센서스는 이보다 약 4조원 줄었다. 이처럼 실적 기대치가 낮아진 것은 메모리 가격 하락, HBM 양산 지연 등이 그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스마트폰, PC 등 IT 수요 둔화가 지속하면서 레거시(범용) 메모리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분기 실적을 발표해 ‘반도체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도 지난달 20일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전망치를 내놓았다.게다가 최근 들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중국 기업들의 저가 물량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레거시 D램 가격 하락세가 지속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지난해 7월 2.1달러에서 11월 1.35달러로 4개월간 35.7% 하락했다.생성형 인공지능(AI)의 인기로 고부가 제품인 HBM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수요가 높지만, HBM은 아직 삼성전자 실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3E(5세대) 8·12단 제품을 납품하는 게 급선무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견조한 HBM·서버향 메모리 수요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HBM 양산 일정이 기대보다 지연됐다”며 “여기에 스마트폰, PC 수요 둔화로 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사진=LG전자)LG전자도 이번주 중으로 잠정 실적을 공개한다.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 컨센서스는 22조4972억원으로 1년 전보다 5.4% 감소했을 것으로 전망됐다. 영업이익은 4378억원으로 같은 기간 21.7%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역시 TV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빠른 추격으로 인한 경쟁 심화와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수익성 개선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더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 글로벌 PC 수요 약세 등으로 전장부품과 비즈니스솔루션 역시 수익성 약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LG전자는 차세대 성장동력인 가전 구독 사업과 기업 간 거래(B2B) 등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에서 에코솔루션(ES) 사업부를 신설하고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이관하는 등 B2B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MZ 단원 모인 KG필 첫 항해…"쉬운 클래식 기대하세요"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KG그룹 후원으로 운영되는 곽재선 문화재단이 청년 음악인의 꿈을 지원하고 한국 클래식 음악의 미래를 밝히기 위해 창단한 KG필하모닉오케스트라(KG필)가 첫 항해에 나선다. KG필은 오는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25 이데일리 신년음악회’를 시작으로 공식 활동에 들어간다.KG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서희태 음악감독(가운데), 악장 오현(오른쪽), 첼로수석 정혜윤이 최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KG필 음악감독인 지휘자 서희태(60), 악장 바이올리니스트 오현(40), 첼로 수석 정윤혜(34)를 만나 KG필의 출범을 앞둔 포부와 각오를 들었다. 서 음악감독은 “KG필은 클래식 연주를 기본으로 하면서 대중과의 소통에도 앞장서는 악단”이라며 “MZ 세대 단원들과 함께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줄 것”이라고 밝혔다.◇단원 80명까지 확충 계획KG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서희태 음악감독(가운데), 악장 오현(오른쪽), 첼로수석 정혜윤이 최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이는 서 음악감독의 남다른 음악 경력에서도 잘 드러난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지휘를 배운 서 음악감독은 2008년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 ‘강마에’의 롤모델로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에 이어 KNN방송교향악단 음악감독을 맡아 클래식과 대중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KG필의 강점은 ‘젊음’이다. KG필은 지난해 10월 21일부터 11월 3일까지 단원 모집을 진행해 공개 오디션을 거쳐 60명의 단원을 모집했다. 20대부터 40대까지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젊은 연주자들이 대거 발탁됐다. 추후 80명까지 단원을 확충할 계획이다.서 음악감독은 “외국에서 유학까지 하고 한국에 돌아온 연주자가 많은데 정작 이들이 국내에서 연주할 기회는 적은 것이 현실”이라며 “젊고 역동적인 오케스트라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KG필의 음악감독을 맡았다”고 말했다. 또한 “클래식에선 콩쿠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경쟁하지 않는다. 앞서나갈 뿐이다’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며 “KG필은 다른 악단과 경쟁하기보다 한 걸음 앞서나가는 단체가 되려 한다”고 KG필이 지향하는 바를 전했다.◇“클래식 변해야…한발 앞서갈 것”KG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서희태 음악감독(가운데), 악장 오현(오른쪽), 첼로수석 정혜윤이 최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오현, 정윤혜는 독일에서 유학한 실력파 연주자다. 오현은 서울예고,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학사를 마친 뒤 독일 함부르크 국립음대 석사, 자르브뤼켄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정윤혜는 예원학교, 서울예고, 한예종 영재원 및 학사를 거쳤으며 뤼벡국립음대 석사를 나왔다. 두 사람은 2019년 나란히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지만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을 겪으면서 좀처럼 연주 기회를 갖지 못했다. 힘든 시간을 보내며 느낀 연주의 소중함으로 KG필의 일원이 되기로 결심했다.오현은 “클래식 연주자가 하고 싶은 음악과 관객이 듣고 싶은 음악은 다르다. 중요한 건 관객이 없는 연주회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라며 “클래식은 변해야 한다. KG필을 통해 새로운 음악을 발굴하며 한 발 앞서 가는 단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정윤혜는 “생소한 음악을 연주할 때보다 친숙한 음악을 연주할 때 관객의 박수가 더 진심으로 다가온다”면서 “관객이 클래식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2025 이데일리 신년음악회’에서 KG필이 앞으로 보여줄 음악적인 색깔을 확인할 수 있다. 1부는 KG필의 연주로 꾸민다.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 피아니스트 서형민과 협연하는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모음곡 등을 선곡했다. 서 음악감독은 “클래식을 잘 모르는 이들도 한 번쯤 들어봤을 친숙한 음악”이라고 소개했다. 2부는 KG필이 뮤지컬 배우 겸 가수 배다해, 크로스오버 그룹 포르테나와 함께 뮤지컬 넘버와 가곡 등을 들려주며 행복으로 가득한 새해를 기원한다.KG필은 ‘2025 이데일리 신년음악회’를 포함해 올해 총 네 차례 정기연주회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정통 클래식은 물론 영화음악, 한국 가곡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서 음악감독은 “공연장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공간에서 관객과 연주자가 가까이 호흡할 수 있는 무대도 구상 중”이라며 “클래식에 대한 선입견을 깨면서 대중에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주형환 "아파트 신축·재건축, 고령친화환경 조성 시 인센티브"
- [이데일리 이지은 이지현 기자] “아파트 신축·재건축 과정에서 화장실 안전 손잡이나 미끄럼방지 타일, 웰니스 센터 등 고령친화환경을 조성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3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올해 저고위가 추진할 우리나라 고령자 주거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주 부위원장은 “공동주택이 많은 우리나라 주거 문화의 특성을 잘만 활용하면 굳이 비싸게 실버 스테이를 새로 만들 필요가 줄어든다”며 “이미 서울 일부 재건축 지역은 상당 세대가 고령자인 경우가 많기에 그분들이 굳이 이주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도록 유인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신년 인터뷰. (사진=방인권 기자)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응답자 10명 중 9명(87.2%)이 건강을 유지하는 한 현재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답했다. 건강이 악화하더라도 살던 집에서 계속 지내길 원하는 고령자도 절반(48.9%)에 달했고 자녀나 형제자매와 동거하는 것을 택한 이는 2.5%에 불과했다. 독립적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급격한 환경 변화보다는 자신의 집에 머무르며 돌봄을 받는 것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거주 환경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화장실 안전 손잡이와 낮은 계단 단차, 낙상 방지 바닥재 등 노인을 배려한 설비를 갖췄다는 답변은 28.5%에 그쳤다.주 부위원장은 “우리나라 일반가구의 53.1%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고 요즘은 단지 내 놀이·체육시설, 식당 등 커뮤니티 시설도 이미 갖춰진 상태”라며 “아파트를 신축·재건축하는 과정에서 세대와 단지 내 무장애 환경을 조성하고 웰니스센터에서 상주하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어르신들을 인접 병원·의원에 연결한다면 사실상 에이지 믹스(age mix)가 잘 돼 있는 실버스테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이를 위해 저고위는 고령자 주거와 돌봄 사이 존재했던 부처 간 칸막이를 넘나들겠다는 방침이다. 이제까지는 국토교통부와 복지부가 각각 분절적 지원을 해왔지만 이를 통합해 아파트 특성을 활용한 재가 돌봄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인센티브로는 용적률 완화를 우선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런 특례는 관계부처 간 협의는 물론 국회의 문턱도 넘어야 한다.◇“계속고용·국민연금 경각심 가져야…골든타임 5년”(그래픽=김정훈 기자)‘고용과 소득 보장’은 현재 저고위가 개발 중인 ‘고령사회 대응 지표체계’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다. 계속고용은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돼왔으나 진전은 크게 없었다는 평가다. 노후 실질 소득보장과 직결되는 국민연금 개혁의 경우 정부안까지는 마련했으나 국회에서의 논의가 중단됐다.주 부위원장은 “지난해 우리나라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5.5%로 OECD 평균(61.4%)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8.3%로 높은데 상대적 빈곤율도 38.2%로 높은 수준”이라며 “최근의 시국이 어렵긴 하지만, 초고령사회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왔으니 이를 계기로 경각심을 갖고 관련 논의를 계속 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사실 국민연금 개혁과 계속고용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논의다.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는 지난해로 모두 정년(60세)에 접어들었고 우리나라 단일 세대 중 최대 인구 집단인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가 앞으로 11년에 걸쳐 은퇴연령에 진입한다. 수급 개시 연령을 높이는 방향의 국민연금 개혁이 은퇴 후 소득절벽을 발생시킬 거라 예상되면서 정년 연장을 중심으로 한 계속고용도 시급한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회원사 150개 기업을 대상으로 ‘2025년 노사관계 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년 임금·단체협상의 최대 쟁점도 정년 연장(34.6%)으로 꼽혔다.주 부위원장이 제시한 이들 개혁의 골든타임은 5년이다. 그는 “사회보장제도가 일찍 정착한 유럽의 경우 이미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아 제도를 고치기가 정치적으로 매우 어렵지만, 우리는 사회안전망의 완성도와 성숙도가 높지 않기에 오히려 고령사회에 적합하면서도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 여지가 있다”며 “계속고용이 청년고용을 훼손시키면서 갈 순 없는 만큼, 우리 사회 전체가 연령 차별 없이 공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65세 상향 필요성 공감”…개별법·수용성 과제 남아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신년 인터뷰. (사진=방인권 기자)지난해 10월 이중근 대한노인회 회장은 현재 65세인 노인 연령을 매년 1세씩 단계적으로 올려 75세로 상향 조정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고령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중추인구가 노인 복지에만 치중하다가 생산가능인구가 없어질 거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제안이다. 주 부위원장 역시 “유래없이 빠른 고령화로 부양 부담이 가중되고 제도의 지속 가능성 문제도 있어서 연령 조정의 필요성이 있는 데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연령 기준은 65세로 통용되지만 명확한 법적 정의가 있는 건 아니다.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정한 경로우대 조항에 따라 굳어졌으나, 고령자고용법 시행령에서는 55세 이상으로 제시하는 등 법령마다 기준이 다르다. 이렇다 보니 새로운 제도나 사업을 도입할 때마다 개별 법률과 지침에 따라 규정되는 상황이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이 작성한 ‘노인연령 상향 조정의 가능성과 기대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노인복지사업의 대상 연령 기준은 △50세 △55세 △56세 △60세 △62세 △65세 △66세 △70세 △75세 등 다양했다.주 부위원장은 “노인연령 기준이 제각각이라 상향하는 방법만 하더라도 개별 법령별로 다 달라야 한다”며 “과거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조정하려다가 큰 반발을 마주한 경험이 있는 만큼 기존에 부여됐던 복지 혜택에 축소되는 데 대한 사회적 수용성도 중요한 문제”라고 짚었다. 다만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도 높아지는 만큼 공론화 계기가 마련됐다는 판단이다. 주 부위원장은 “사실 고령자를 75세 전후로 나눠보면 베이비부머가 들어간 전기고령자(65~74세)는 학력·재산·소득이 높고 일할 역량도 있어 빈곤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후기고령자(75세 이상)는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합리적 방향을 도출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하고 관련 연구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 "90대부터 ‘극 노인’ 아니겠나"…초고령사회 맞은 韓
- [이데일리 이지현 이지은 기자] ‘파워 액티브 시니어’ 최정자(93) 어르신은 1933년 일제강점기에 2남 6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다복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란 막내였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서슬 퍼런 상황에서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우리말은 금지됐다. 누군가 듣고 신고하면 큰 곤욕을 치러야 해서다. 12살에 맞은 ‘광복’은 90여년 평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는다. 그는 “우리말을 다시 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지금 세대는 모를 것”이라며 그때를 회상하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노인 돌봄 활동을 하고 있는 최정자씨(93·뒷줄 왼쪽 3번째)와 그의 가족들이 서울 강북의 자택에서 새해를 맞아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은 첫째딸 도소화(67·뒷줄 1번째부터)씨와 아들 도일원(63), 최정자, 손녀 박효민(40), 증손녀 유하리(4), 손주며느리 이은영(27), 손자 고담(34), 도형동(32·앞줄 1번째부터), 박유창(32), 며느리 문명옥(58), 손녀 도건희(29)씨. (사진=이영훈 기자)그는 매일같이 자신보다 10살 어린 83세 할머니를 돌보고 있다. 가족이 있어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처럼 사는 노인들에게 친구처럼 때론 언니처럼 말벗이 되어주고 있다. 어떨 땐 미싱기술로 옷 손질도 해주고 때때론 머리 손질도 돕는다. 그는 “미용실에 간 것보다 내 가위질이 더 마음에 든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며 뿌듯해했다. 그의 또 다른 일과는 동네 놀이터 찾기다. 옆파도타기, 하늘걷기, 등·허리 지압기, 어깨·손목 돌리기, 허리흔들기, 허리돌리기, 로프당기기 등 10여종의 운동기구를 100개씩 한 바퀴 돌면서 일과를 마무리한다. 그에게 장수 비결을 묻자 그는 바로 제철 과일을 꼽았다. 나주에서 배 농사를 짓던 친정아버지 덕분에 철마다 과일을 꾸준히 먹으며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 세끼를 꼭 챙겨 먹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는 “60대부턴 콩과 검정깨 마 가루, 양배추 등도 함께 먹어왔다”며 건강비결을 귀띔했다.장수는 축복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슬픔이기도 하다. 사람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95세 언니를 제외하면 부모 형제와 모두 이별하고 홀로 남겨졌다. 45세 땐 남편과도 사별했다. 그는 “주변 친구들까지 모두 먼저 가버리고 나만 남았다”고 털어놨다. 혼자 남겨졌다는 외로움도 잠시, 현재는 세 자녀와 일곱 손주, 4세 증손녀가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다. 손주들에게 그는 ‘멋진 할머니’ ‘용돈 잘 주는 할머니’로 통한다. ‘노인 케어’ 활동으로 일하며 번 돈 29만원에 자녀들이 챙겨주는 용돈을 꼬박 모아 명절이면 자녀와 손주들에게 모두 내어준다. 자녀들에겐 20만원씩, 손주들에겐 10만원씩. 그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게 나에겐 기쁨”이라고 말했다.그의 세 자녀도 어느새 60대 노인의 반열에 들어섰다. 하지만 그의 눈엔 아직도 60대는 노인이 아닌 ‘애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90대는 되어야 ‘극 노인’이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100세를 바라보는 그는 20~30대 손주세대에게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을까. 그는 “젊었을 때 열심히 살아야 나이 먹어서 편히 살 수 있다”며 응원을 보냈다. 70대를 바라보는 젊은 노인에게는 “살아 있을 때 건강할 때 인생 정리를 차근차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83세 친구 돕기 즐거워” 93세의 행복동행
- [편집자 주] 1000만 노인시대가 성큼 도래했습니다. 당장 우려가 앞서는 이유는 경제성장률은 둔화되는 상황에서 초고령사회로 인한 노인부양비 부담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이데일리는 연속기획 ‘초고령사회의 역습’을 통해 현 상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노인 돌봄 활동을 하고 있는 최정자씨(93·왼쪽 4번째)와 그의 가족들이 서울 강북의 자택앞에서 새해를 맞아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은 최정자씨의 손자 박유창(32·뒷줄 왼쪽 1번째부터)씨와 도형동(32), 첫째딸 도소화(67). 손자 고담(34), 손주며느리 이은영(27), 손녀 도건희(29·첫줄 왼쪽 1번째부터), 박효민(40), 증손녀 유하리(4), 최정자, 아들 도일원(63), 며느리 문명옥(58)씨. (사진=이영훈 기자)[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새해 소망이요? 사는 날까지 건강했으면 좋겠어요.”서울 은평구 시니어 클럽에서 만난 ‘파워 액티브 시니어’ 최정자(93) 어르신은 새해 소망을 이같이 밝혔다. ‘액티브 시니어’는 활동적인 노인세대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주로 60대 베이비붐 세대를 지칭하지만 최정자 어르신은 90대임에도 60대 못지않은 활기로 가득했다.그의 인생 2막은 80세 때 시작됐다.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한 후 홀로 3남매를 키우고 또 손자녀까지 거두다 홀로 서울로 상경했다. 하지만 아들, 며느리가 출근하고 나면 주변엔 말벗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미용실에서 만난 일하는 노인 얘기에 동네 노인복지관을 찾아가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곳에선 나이가 많다고 힘이 없어 보인다고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그를 반겼다.그때부터 그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하루 한번 도시락을 배달했다. 증손자뻘 아이들에게 급식 반찬을 나눠주는 일도 했다. 요즘은 자신보다 10살 적은 80세 노인 돌봄 활동을 하고 있다. 젊은 어르신이 고령의 어르신을 돌보는 ‘노(老)-노(老) 케어’의 반대상황이다.그는 날마다 찾아가 안부를 묻고 어떨 때는 반찬을 챙겨가 함께 식사를 나누기도 한다. 8남매 막내로 태어난 그에게 동생이 생긴 것이다. 무릎 아픈 것을 빼곤 아픈 곳이 없어 병원 갈 일도 없다는 최정자 어르신은 “지금하는 ‘행복한 동행’이 내게 딱 맞는 일”이라며 “사회에도 누군가에게도 뭔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미소지었다. 노인 돌봄 활동을 하고 있는 최정자씨(93·뒷줄 왼쪽 3번째)와 그의 가족들이 새해를 맞아 서울 강북의 자택에서 화목하게 웃고 있다. 사진은 손자 도형동(32·앞줄 1번째부터)씨와 최정자씨, 아들 도일원(63세)씨의 모습. (사진=이영훈 기자)지난해 12월 23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 65세 이상은 1024만명으로 전체인구(5122만명)의 20%를 차지했다.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화사회’에 도달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들은 스스로 노인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실제로도 젊고 건강해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사회적으로 규정되는 노인 기준이 65세다 보니 일자리에서도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노인기준 사향 조정과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어르신도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2024년 9월 기준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 중인 100세 이상 노인은 34명(노인공익활동사업 33명, 공동체사업단 1명)에 이른다. 90세 이상으로 확대하면 일하는 노인은 6582명(노인공익활동 6414명, 공동체사업단 130명, 노인역량활용사업 38명)이나 된다. 이를 고려하면 60~70대는 젊은이인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한노인회에서도 노인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5세로 상향해야 한다고 제안한 상태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초고령화도 초저출산 상황에 못지않게 중요한데도 관심은 덜한 부분이 있다”며 “국민소득 3만 6000달러에 걸맞은 고령사회를 구축해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GTX-B, 맥쿼리 참여 합의 임박…'3월 첫 삽' 기대
-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북부 구간이 최근 개통한 가운데 B(민자구간)·C 노선 실착공은 결국 해를 넘겼다. 업계에서는 B노선은 늦어도 올 3월 안에 첫 삽을 뜰 거라 보고 있다. 하지만 C노선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목소리다. 결국 2028년(C노선), 2030년(B노선) 개통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시각이다.지난달 29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A 연신내역의 모습. (사진=연합뉴스)5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GTX B·C 노선은 각각 지난해 3월, 1월 성대한 착공식을 열었다. 당초 지난여름 실착공을 위한 ‘착공계’(공사 착수보고서)가 제출될 걸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간 오른 공사비, 고금리 등 영향으로 ‘첫 삽’은 차일피일 늦어졌다.당초 국토교통부는 작년 착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지만, 자금 조달은 온전히 민간의 영역이라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1년이란 시간 동안 공사는 B노선 재정구간(용산~상봉)만 이뤄졌다. 민자구간인 B노선(인천대입구~용산·상봉~마석)과 전 구간이 민자구간인 C노선(덕정~수원)은 수개월째 공사 준비만 진행 중이다.다만 최근 들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B노선에 맥쿼리인프라투융자회사가 금융투자자(FI) 참여 가능성을 밝히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B노선 사업시행자인 대우건설과 맥쿼리의 사업참여에 대해 거의 정리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대우건설과 손을 맞잡은 금융주간사 신한은행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규모는 약 3조 4000억원. 대우건설 등 건설투자자(CI)가 출자한 자본금은 700여억원, FI 부담액은 4300억원이다.이밖에 선순위대출로 2조 5000여억원을, 후순위대출로 약 4000억원을 각각 마련한다. 선순위대출 중 1조원은 신용보증기금의 산업기반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여기에 맥쿼리인프라투융자회사가 FI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올 1~2월 중 착공계를 제출하는 게 목표”라면서 “그렇게 되면 1분기 안(3월 안)에 실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반면 현대건설과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이 손을 잡은 C노선은 여전히 진척이 없다. 공사비 급등과 고금리 문제를 포함해 GTX A·B·C 노선 중 가장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A, B와 달리 C노선은 전 구간을 민자사업자가 도맡아야 해 규모가 사업비(4조 6084억원)도 더 크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금융주간사인 국민은행에서 국내 모든 투자기관을 접촉하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자금조달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전체적인 착공이 늦어지며 국토부 개통 목표는 늦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당장 올해 첫 삽을 떠 공사를 최대한 빨리 진행한다해도 C노선(공사기간 5년)은 2029년, B노선(6년)은 2031년은 돼야 개통이 가능하다. 여기에 철도사업 특성상 다양한 변수로 인한 추가 지연도 불가피한 상황이다.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조속한 착공을 위해서 사업 시행자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 의료용 대마, 가치 재발견...각국 정부 관심 높아져[클릭, 글로벌 제약·바이오]
- [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한 주(12월30일~1월5일)의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 이슈를 모았다. 이번 주에는 의료용 대마 관련 소식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진=게이이미지)의료용 대마초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의료용 대마초의 다양한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덕분이다. 보수적이었던 프랑스 정부도 대마초의 의료적 사용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야니크 뇌데르 신임 보건 장관은 올해 초 프랑스 파리의 한 병원을 방문해 “다른 약물로는 완화하기 어려운 통증 치료를 위해 의료용 대마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암이나 근육 경직, 안면 통증 등과 관련된 새로운 치료법의 하나로 의료용 대마초를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실제 프랑스는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약 3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용 대마초 임상 시험을 했다. 다만 프랑스 정부는 공중 보건에 대한 우려와 기호용 대마초 확산 가능성을 고려해 확실한 답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신임 보건 장관이 의료용 대마초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독일 등과 같이 합법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독일, 이탈리아, 영국, 태국 등 50여 국가에서 의료용 대마를 허용하고 있다. 앞서 2020년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를 받아들인 UN 산하 마약위원회는 60년 만에 대마를 마약 목록에서 제외한 바 있다. 의료뿐만 아니라 시장 가치도 크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의료용 대마 시장 규모는 2027년에 823억 달러까지 확대된다. 우리나라도 신산업 지원 차원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의료용 대마의 활용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것으로 전망됐으나, 내란 사태 등으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국내에서 관련 기술을 선도하는 곳으로는 네오켄바이오가 있다. 이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의료용 대마를 활용해 뇌전증, 파킨슨병, 치매 등 희귀난치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기여하는 것이다. 현재 호주에서 관련 임상을 준비하고 있으며, 기술수출 등을 모색하고 있다.